90년대까지 중년 여성의 대표적인 이미지는 ‘아줌마’였다. 이들은 주로 자신을 가꾸는 데 신경쓰기보다는 집안 살림에 묻혀 사는 ‘전통적인 여성’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중년 여성의 이미지는 급변했다. 이들은 안정된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으로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삶을 살기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그들을 지칭하는 새로운 용어도 생겼다. 바로 ‘루비족(RUBY)’이다.

루비족이란 신선하고(Refresh), 평범하지 않으며(Uncommon), 아름답고(Beauty), 젊음을 즐기는(Young) 40~50대 중년 여성을 일컫는 말이다. 김현숙(44)씨는 “평소 자신을 가꾸는 덕분에 주위에서 5~10년은 젊어 보인다고 한다”며 “보통 드라마에 나오는 중년 배우들이 롤모델이 된다”고 말했다. 기존에는 20~30대에 치중돼 있던 여성 패션계에서 루비족은 하나의 틈새시장의 대상이 됐다.

루비족을 겨냥한 마케팅이 활발한 이유는 이들의 사회적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20대에 비해 안정적인 경제력을 갖고 있는 중년을 겨냥한 상품의 경우 고가의 명품 마케팅이 가능하다. 대부분 젊은층을 대상으로 하는 브랜드들은 저렴한 가격에 공급되지만, 루비족을 겨냥한 브랜드는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계층을 대상으로 해 고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의 말처럼 루비족 사이에서는 드라마에 출연한 중년 배우들의 패션이 큰 인기를 끌곤 한다. 때문에 이를 중심으로 한 마케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한 예로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의 장미희씨가 입은 옷과 쥬얼리 등은 재고가 생기기가 무섭게 팔렸다고 한다. 또한 ‘샾#미용실’ 원장 이연숙씨는 “최근 일주일 동안 드라마에 출연중인 최명길씨의 웨이브 단발 스타일을 원하는 40대 여성이 엄청나게 늘었다”고 말했다.

패션계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분야에서도 이들을 노린 마케팅이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 건강제품, 문화예술, 외식업체 쪽에서도 이러한 추세에 편승해 중년을 겨냥한 여러 이벤트들을 진행한다. 패밀리 레스토랑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에서는 ‘아웃백 주부투어’를 비롯한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이들을 유혹하고 있다.

루비족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 틈새시장은 새로 창조된 시장이 아니다. 틈새시장이란 이미 존재했지만 주목받지 못했던 부분을 찾아내, 그것이 사회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공략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장기원 기자 iamhungr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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