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 인터뷰2

 <Pink Floyd - Wish You Were Here>

『원스』
영화 『원스』에서 음악은 가장 중요한 흥행요소였다. 작년 가을 영화 속 남자주인공이 불렀던 「Falling slowly」는 거리 곳곳의 레코드점에서 울려 퍼졌다. 음악이 없다고 해서 영화가 완성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아름다운 음악이 있는 영화는 관객들의 머릿속에 영원히 남는다. 그는 영화도 좋아하지만 학창시절 LP판을 사 모으는 것이 취미였을 정도로 음악을 좋아한다. 그와 함께 음악 얘기를 해보았다. 음악 얘기를 꺼냈더니 벌써부터 신이 난 듯했다.

핑크플로이드 좋아하신다고 해서 좀 들어봤어요.
하하, 아, 죄송해요.

괜찮던데요. 락인데, 음, 생각보다 좀 말랑말랑하고, 비틀즈 느낌이 난다고 할까요. 그런 종류의 음악 좋아해요?
핑크플로이드의 음악을 예전엔 프로그레시브락이라고 했죠. 요즘에 그런 말 잘 안 쓰지 만. 하드락은 아니죠. 그 점에서 말랑말랑 하지만. 그렇다고 소프트락은 아니에요. 전 극단적인 음악을 별로 안 좋아해요. 예를 들면, 백인들의 정서에 가장 가깝다는 컨트리 음악은 별로 안 좋아해요. 포크는 좋아하죠. 랩 같은 경우도, 예를 들어 에미넴, 넬리는 좋아해요. 그러나 랩이라는 장르에 가장 충실한 노토리어스 B.I.G는 안 좋아해요. 락도 마찬가지죠. 락은 사실 남성적이고 성적인 음악이에요. 그의 극단이 하드락, 헤비메탈이죠. 헤비메탈은 안 좋아해요.
고등학교때 맨날 애들이 싸웠어요. 주다스 프리스트가 최고다. 누가 최고냐. 서로 뭐 싸웠죠. 제가 볼 때 근데 애들 음악 잘 안들었거든요.(웃음) 제가 고등학교 때 LP판도 우리 반에서 제일 많이 사 모으고 해서 애들이 뭐 제가 고수인줄 알았죠. ‘아, 쟤는 고수다’ 하하. 소문이 잘못 돌았죠. ‘와, 쟤는 도대체 뭘 들을까.’ 왜냐하면 애들 점심시간마다 이런 것 때문에 피 튀기며 싸우는데 나는 그런데 전혀 끼질 않았으니까. 그때 애들이 수근수근 했었죠. 쟤는 도대체 뭘 들을까. 근데 어느 날 그 주다스 프리스트파의 최고봉쯤 되는 부반장 애랑 자료실 청소를 했어요. 제가 그때 창을 같이 닦다가 흥얼흥얼거리며 노래를 불렀는데, 뭘 불렀냐면. 에어서플라이의 로스트인 러브를 불렀어요. 아주 말랑말랑한 소프트락의 극치죠. 걔가 갑자기 나를 처다 보는데, 얼굴에 경멸의 표정이, 어휴 가관이었죠. 그리고는 딱 한마디를 하더군요. “겨우 에어서플라이였어?” 그러니까 걔 말은 음악 짱으로 나한테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판만 나오면 청계천 가서 엘피판 산다는 애가 노래는 겨우 에어서플라이, 쉽고 순박한 소프트 락을 부르니까. 하하. 그러니까. 저 취향은 그래요. 극단적인 건 싫어한다는 거죠. 전 극단적인 것을 뺀 거의 모든 음악을 다 좋아해요.

영화는 어떤가요?
영화도 그래요. 극단적 인거 싫어해요. 영화도 예술영화 중에 실제로 퍽-큐 시네마 라는 게 있거든요. 예술영화는 예술영화인데 극단적으로 표현한 영화 에요. 상업영화도 극단적으로 표현한 영화 있잖아요. 뭐 조폭코미디 같은 거. 그런 영화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영화들을 좋아해요. 음악도 그렇죠. 핑크플로이드 좋아하지만 마돈나를 좋아하고, HOT도 좋아하고. 음악 얘기하니까 흥분되어서 그만. 하하.

그래서 핑크플로이드 들었죠
뭐 들었어요?

그냥 베스트.
핑크플로이드는 베스트 보다는 앨범으로 들어야 해요. 핑크플로이드. 더 파이널 컷『The Final Cut』이나, 70년대 말에 나온 『Wish You Were Here』 라든지. 죄송해요. 음악얘기를 너무 많이 했죠.

하하, 아니에요. 비틀즈 음악 뭐 좋아하세요?
어크로스더유니버스.
비틀즈는 음악도 좋지만, 폴 매카트니나 존 레논의 관계는 흥미로워요. 창작을 했던 사람들의 삶을 보며 느끼게 되는 것이 되게 많거든요. 비틀즈 팬들의 오랜 해묵은 논쟁중의 하나가 폴 매카트니가 천재냐, 존 레논이 천재냐 하는 건데. 하하. 저는 폴 매카트니가 존 레논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의 뛰어난 재능을 타고 났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현재까지 봤을때 존 레논에게 더 마음이 가요. 존 레논은 인생을 거침없이 최선을 다해 산 사람이에요. 인생을 온 몸으로 부딪혀가며 그 과정에서 얻어낸 것들을 음악에 그대로 반영했고, 그러면서 성장한 사람이죠. 아마도 존 레논은 폴 매카트니에게 대단한 열등감을 느꼈을 거에요. 노래는 물론 폴 매카트니가 아름다우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존 레논에게 더 큰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죠. 만약 폴 매카트니가 일찍 70년대에 죽었다고 생각해 봐요. 달라질 수 있겠죠. 모든 걸 다 이룬 노장 대가보다는 20대에 정점에서 꺾인 사람들에 더 매력을 느끼는 경우도 많죠.

 

이경민 기자/ jan14@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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