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밝힌다. 앞으로 다룰 내용들은 ‘지역방언이 이렇게 훌륭하므로 굳이 표준어를 쓸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하는 이야기가 ‘절대’ 아니다. 하나의 단어에 여러 가지 방언 표현이 있는데, 이런 방언의 다양성은 표준어 교육이 필요하단 것을 보여준다. 표준어는 한 나라의 국민을 언어적으로 통일하기 때문에 공적인 상황에 필요한 언어이다. 따라서 지역·사회적 배경차와 상관없이 표준어는 국민 모두가 학습해야 한다.

하지만 표준어 우월주의, 혹은 표준어와 같은 것으로 받아들이는 서울말 우월주의는 우리 사회에서 지나치게 많이 나타난다. 혹자는 ‘당연한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지만 과연 그럴까. 다음 제시하는 상황들을 보고 판단해보자.

클릭, 이 단어! 지역방언이란?

지역의 다름으로 인하여 형성된 방언이다. 일정한 지역과 지역 사이에 큰 산맥·바다·강·늪 등의 지리적 장애물이 있거나, 생활권이 다른 경우에 양 지역의 언어가 독자적으로 변천하여 별개의 방언이 된다. 이런 지역적 장애로 인해 처음에는 동일했던 언어가 음운·어휘·문법 등의 차이를 지니게 된 방언을 지역방언이라 한다. 흔히 사투리라 부른다.

1. 사투리를 쓰는 건 신기하다?

대중매체 속 사투리는 항상 '특이'.한 존재./그림 서리
드라마·영화 등에서 사투리는 이미 하나의 ‘코드’가 됐다.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남자주인공 강동원이 사투리 연기를 한다는 것, 드라마 『Dr.깽』에서 주인공인 양동근·한가인이 부산 사투리를 쓴다는 것이 아직 시작도 안한 작품을 화제로 만든다. 한때 지역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기피대상이 되거나 (외모가 뛰어나거나 사회적 위치가 높은 역이 아닌, 혹은 사회의 암적 존재 역할을 하는)조연의 소품에 머물렀던 사투리가 전면에 떠올랐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사투리를 쓰는 것 자체가 화제가 된다는 것만으로도 사투리에 대한 시선을 알 수 있다. 바꿔 생각해보자. 사투리를 쓰는 사람은 모두 ‘별로인 외모’에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 직업을 가진 사람일까? 사투리를 쓰는 사람 중에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은 없을까?   

사투리는 결과적으로 정치성을 띄어왔다. 충청도 출신 가정부와 전라도 출신 노동자는 드라마의 관행이었고, 출신지역, 부모의 고향이 모두 지방이었다 하더라도 주인공은 항상 서울말을 썼다.(표준어와 서울말은 다르다. 이는 기사 후반부에 밝히겠다)그 배경이 무엇이었든지 이제는 ‘자연스러움’이 필요하다.

2. 전래동요교육도 표준어로?

나마리 동동 파리동동
여기저기 앉아라
멀리멀리 가면 똥물 먹고 죽을라

초등학교 교육현장에서 어떤 사람들은 사투리가 있거나 위와 같이 ‘똥물 먹고 죽을라’ 같은 말이 있는 노래는 쓰지 못하게 한다. 이에 대해 『전래동요를 찾아서』의 저자 홍양자씨는 전래동요를 가르칠 때의 원칙 네 가지 원칙 중 하나로 ‘노랫말의 사투리는 그대로 살린다’를 꼽았다. 사투리의 맛을 제대로 살린 노랫말은 지금의 아이들의 정서 속에서 다시 태어난다는 이유이다. 서울교육대학교 이동남 교수(음악교육과·국악교육)는 “교과서에 사투리가 고쳐서 나오는 경우가 실제로 있다”며 “가사가 비교육적이라는 이유로 고치지만 고치고 나면 전래동요‘다움’을 잃는다”고 말했다.

3.수능시험에 사투리는 왜 나와요?(응?)

사투리는 고등교육과정에서도 배제돼있다. 심지어 어떤 고등학교 교사는 신문 독자투고에 2004년 수능 언어지문 『중국인 거리』에 나오는 ‘깨끔발’이라는 함경도 방언을 그대로 썼다며 사투리를 수능 지문에 등장시킬 이유가 없다고  문제제기했다.
반면에 하와이 대학에서는 예전에 ‘포리네시안 지방어’를 대학의 특수언어과목에다 넣어달라는 학생들의 데모가 있었다고 한다. 우리들은 어떠한가? 대중매체의 코드도 좋다. 하지만 코드로‘만’ 보는 것은 무책임하다. 후대의 연구자에게 어떤 가치를 가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없어져가는 것을 방치해두는 것은 모두의 책임이다.

4. 서울말 = 표준어?

“지방 출신의 대학을 졸업하신 분들이 많이 찾아요. 사투리 억양 때문에 면접에서 탈락한다고요”
S&C 스피치&리더십 센터 김소용 강사의 말이다. 실제로 이곳 보이스크리닉의 커리큘럼에는 ‘사투리 교정’, ‘억양, 액센트 교정’이 있다. 김강사는 덧붙여 “서울말의 어휘와 억양을 가르친다”고 말했다. 표준어와 서울말은 다른 게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학문적인 정의는 그럴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큰 차이는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표준어와 서울말에 대한 인식은 이렇지만 실제로 서울사투리의 일부가 표준어에 속하는 것이다. ‘이리루 가지 말구 저리루 가두룩 하세요’처럼 서울말은 /ㅗ/를 /ㅜ/로 발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를 표준어로 삼지 않았다. 서울에서 쓰이는 말이라 하여 모두 표준어는 아니라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또한 위 학원의 커리큘럼은 ‘사투리 어휘 교정’보다 ‘억양 교정’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걸 주목해야 한다. 국민기초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공적인 자리에서 표준어 어휘를 구사할 수 있다. 하지만 억양은 그 지역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이라면 교정하기 힘들다. 구직자가 취업면접을 위해 억지로 억양교정까지 해야하는 것은 사회적 낭비이다.(아나운서 등 특수한 직업 외에 사투리 억양을 쓰면 안된다고 명시한 곳은 없다)새롭게 바뀐 TOEFL 듣기시험엔 미국식 억양 이외에 호주와 영국 억양으로 강의하는 상황도 포함된다. TOEFL 점수로 실제적인 영어구사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의도이다. 우리도 사투리의 자연스런 억양을 배제하는 것보다 어느 정도는 인정하는 것이 모든 이의 ‘자연스러운 의사소통’을 위한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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