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시간에 쫓기면서 기사를 마치고 지친 육체를 버스 구석자리에 옮겨 놓는다. 차는 신촌 로터리를 지나고 피곤함에 머리를 기댈
때 라디오에서 익숙한 노래가 흘러나온다. “아무리 애를 쓰고 말아 보려 해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 델리 스파이스(아래 델리)의 음악이
나오는구나. 오늘따라 간주의 기타 소리는 왠지 자기들을 만나러 오라고 하는 것 같다. 만물이 고요한 야심한 밤, 기자는 그들을 만나러 홍대 어느
카페로 가고 있다….
그들은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을까. “세사람이 함께 만들어 내는 음악이 델리의 음악이에요” 공연에서 청중과 생생히 소통할
때가 제일 좋다는 델리. U2처럼 계속 꾸준히 활동하는 그룹이 되고 싶단다. “다만 이전 앨범들보다 잘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어요.”
시간 날 때는 도시락 싸가지고 공원 산책하기를 좋아한다는 델리. 같이 시켜 마신 생맥주에 취하고 그들의 매력에 또한번 취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델리의 모습은 흔적도 없어지고 기자는 다시 차 속에 앉아 있다. 그런데 기타소리는 온데간데 없고 칙칙한 자정 뉴스 멘트만이
어두운 소식들을 전한다. 일상에 찌든 기자에게 잠시 들러 준 델리 스파이스. 그들의 깜짝 방문에 신문사로 다시 되돌아가는 길이 외롭지만은 않다.
이번 4월 8일 공연에는 답방 차 찾아가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기자도 ‘항상 엔진을 켜둔 채’로 살아야겠다는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