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지식인도 모르는 '구세군 7문7답'

12월의 한국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어떤 색깔일까? 거무죽죽한 아스팔트위에 빨간 점들이 찍혀 있을 것 같다. 솔로부대의 크리스마스 때우기용으로 각광받는 산타클로스 아르바이트생과 그보다 더 많은 수의 구세군 자선냄비 때문이다. ‘12월은 구세군의 달’이란 농담이 있을만큼 자주 볼 수 있는 구세군 자선냄비, 막상 우리는 ‘구세군 자선냄비’는 알지만 ‘구세군’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구세군은 기독교의 한 교파이며 그 출발점에도 역시 감리교 목사였던 윌리암 뿌드(William booth)가 있었다. 뿌드는 1865년 런던의 슬럼가에서 구세군을 창립했는데 그 성격이 당시 시대가 요구하는 것과 맞물렸다. 그가 살던 19세기 중반은 산업혁명으로 이농현상과 도시 빈민화의 역사적인 변화 속에 있었다. 그는 기독교 선교회란 이름으로 출발해 다리 밑, 탄광촌, 매매춘 거리부터 선교 사업을 시작했다. 영국의 처절한 밑바닥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전도해 지역 교회와 연결시키려는 시도를 했으나 당시 교회들은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뿌드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게 됐다. 1878년 기독교 선교회가 ‘구세군(The Salvation Army)'이라는 명칭으로 바뀌었고, 조직의 구조를 상징적인 의미로 ‘그리스도의 선한 군대’라 정했다.(군대라고 해서 총을 쏘는 등의 군사교육을 받는 것은 아니다. 제복을 입는 등의 조직과 제도가 군대식일 뿐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사람들은 ‘자선냄비’를 뺀 구세군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인터넷 상으로 이런 저런 궁금증과 소문들이 많다. ‘네이버 지식IN’을 뒤져봐도 없는 구세군에 대한 궁금증과 소문을 해결하기 위해 25년째 현장을 지키고 있는 이덕균 사관(구세군에서 소정의 교육을 마치고 사역하기로 약속하여 일하는 성직자)을 찾아갔다.

<네이버 지식인도 모른다! 이덕균 사관이 답해준 구세군에 대하여 1~7>

1. 자선냄비에 모인 돈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
모금액의 2%는 구세군의 모금을 위한 경비로 쓰이고 나머지 98%는 전부 사회복지사업에 쓰인다. 어린이 복지, 여성 복지, 노인복지, 실직자와 노숙자 재활 지원, AIDS 예방교육 등의 사업을 한다. 어린이 복지사업에는 고아원 지원, 심장병․백혈병 어린이 수술지원, 결식아동 급식지원 등이 있고 여성복지로는 미혼모 시설 지원, 가정폭력 상담, 매매춘 여성의 재교육 등을 한다. 그 외에도 재해 Fund가 있어 이번 폭설 피해 지방에도 갈 예정이다. 
구세군 대한본영은 교회와 사회복지사업 이렇게 두 가지 사업을 한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구세군은 아마 사회복지사업을 하는 구세군일 것이다.

2. 구세군이 기독교의 한 교파라 하는데 그러면 구세군이 하는 사업은 기독교 사업인지?
구세군이 하는 사업에는 앞서 말한 사회복지사업과 교회 사업이 있다. 구세군이 기독교의 교파라 하더라도 구세군 자선모금의 쓰임과 교회는 무관하다. 모금할 때 교회 신자들이 자원봉사를 하는 정도뿐이다. 그리고 기독교 단체에게만 지원하는 것도 ‘절대’ 아니다. 점심을 굶고 있는 결식 아동에게 ‘너 기독교인이니?’라고 묻는 게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종교와 상관없다.

3. 자선단체에 있는 사람들은 부자라는 얘기를 들었다.
우리 나라에 자선단체는 매우 많다. 모금액을 사적으로 사용하는, 예를 들면 단체에 5년 있었더니 ‘아파트 평수가 바뀌더라’식의 소문이 실제로 있는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원래 이런 식의 소문이 널리 퍼지기 쉽지 않은가. 게다가 어떤 곳이나 그런 사람들은 있다. 그런 사람은 극히 일부라고 생각한다. 일단 구세군처럼 거리 모금을 하려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에 따라야 하고 행정자치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지도 관청으로부터 결과 보고도 해야 하고 주요일간지에 공표하는 게 의무이다. 자선단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지만 구세군 모금액을 어떻게 쓰는지 투명하다.
그리고 법에 어긋나게 거리에서 모금하는 사람들은 이해가 된다. 얼마나 절박했으면 그렇게까지 했겠는가. 하지만 의도가 의심스러운 곳도 몇군데 있다. 기부문화가 제대로 정착되려면 모델을 잡아야 한다. 거기에 시민 단체 등 모금을 하는 각종 단체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또다른 시민단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정부 측의 담당자와 실무자, 모금이 필요한 단체, 기부하는 시민들이 모여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 하지만 사실 모금법조차 1998년에 만든거라 아직 갈 길이 멀다. 
 
4. 구세군 관련 누스엔 맨날 ‘거액의 익명 기부자가 있어 훈훈하다’는 식으로 나온다. 구세군은 익명 기부자를 선호하는지?
아니다. 기부는 실명이나 익명이나 상관없이 가치있는 일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실명 기부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실명으로 기부해 세제 혜택을 받고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관심을 갖고 감시하는 것이 선진국형 기부이다. 기부가 단순히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아닌 기부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가고 기부자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어떻게 쓰이는지 자세히 제시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람직하다. 그리고 사람마다 관심이 있는 사회복지분야가 다르다. 젊은이들과 노인들의 관심분야가 같을 수는 없다. 이때 좀더 적극적으로 자신이 기부하고 싶은 곳에 직접 기부하는 것도 긍정정적이다. 미국은 이런 문화가 잘 정착돼 있다.
또한 기부는 돈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구세군은 현재 노동력이 매우 부족하다. 노동력과 시간을 기부해 서류 한 장을 만드는 것도 엄연한 기부이다. 기부를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5. 세제 혜택은 기업만 된다?
개인도 ‘당연히’ 된다.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지만 심지어 자선냄비에 1000원을 넣더라도 영수증을 달라고 하면 발급해준다. 기부한 사람의 인적사항을 제공한 뒤 구세군 사무실로 찾아오거나 혹은 주소를 남기면 우편으로 보낸다.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 사실 구세군 쪽에서는 개인이 영수증을 요구하면 일이 늘어나니까 더 힘들어진다. 하지만 영수증 요구와 이를 이용한 세제혜택은 긍정적인 기부문화 조성을 위해 바람직하다.

6. 25년째 몸담고 있는데 가장 기억남는 사람은? (혹시 또 익명의 거액 기부자인지?)
최근 몇 년간 예전에 볼 수 없었던 모습이 보인다. 바로 부모가 아이들의 손을 잡고 와서 구세군 자선냄비와 모금에 왜 참여해야하는지를 간단하게나마 설명해주고 직접 돈을 넣게 한다. 이런 식으로 부모가 자식이 어렸을 때부터 (단순히 돈만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기부의 가치를 교육시키는 것은 올바른 기부문화에 일조한다고 생각한다.

7. 이번에 목표 모금액 달성이 힘들었다는데?
힘들었다. 12월 내내 날씨가 추운 바람에 거리 모금이 잘 안돼서 그렇다. 목표액은 27억이었는데 모인 금액은 28억 5천만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민은행에서 3억원이란 큰돈을 기부했고 나머지 금액 대부분은 거리 자선냄비를 통해 모금됐다. 그리고 나머지 금액은 작년 목표액인 24억보다 많았다. 올해는 나라 경제가 어렵다고 아우성이었고 날씨도 매우 추웠지만 모금액은 더 많았다. 이런 점을 보면 요즘 개인주의화됐다고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정이 넘치는 사회이다.

이덕균 사관의 답변엔 일관성이 있었다. 어떤 질문이든 그 답변엔 현장에서 25년간 뛰었던 사람으로서 기부 문화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나가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12월 내내 제대로 잔 적이 없다고 한 말이 얼굴에 써있을만큼 피곤한 표정이었다. ‘하는 일에 회의를 느낄 만큼 힘든 일이 있었는지 묻는 기자에게 그는 ‘힘들어도 선택한 길에 후회한 적은 없었다’고 답했다. 그의 대답은 여운이 짙게 남아 구세군 자선냄비가 철수한 광화문 거리에서 은은한 종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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