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 당일 아침 9시35분 부터 푸른샘을 나온 새벽 3시40분 까지

2005년 11월 28일 월요일 아침 9시 35분
 
연세춘추 한부를 들고 중앙도서관(아래 중도)으로 향한다. 1면 탑기사 제목이 압박이다. 총학 선거 투표 오늘(28일)까지 연장. 금요일에 50% 못넘었나보네. ‘중도 앞 어디선가 들려오는 애절한 외침(?). ‘투표하세요! 투표하세요!’ 선관위원에게 물어보니 투표율이 47% 조금 넘는다고 하고 한 저녁 7시 때까지 있을 거라고 한다. 빨리 투표율이 올라갔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문득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제 42대 총학생회장 윤한울군(정외.02)이 당선 당시 했던 말이 생각났다. “탈정치의 입장에서 학내사안을 우선시해 선거기간 동안 내세운 공약을 책임지고 실천하겠다” ‘비권’ 42대 총학의 공약 중 하나가 중도 앞 행사 폐지였다는데...중도 앞에서 행사(특히 ‘운동’)하는 건 학습권 침해라던가? 아무튼 상황이 급하긴 급하다. 

   
당선자 발표 후 소감을 말하고 있는 <Re랑> 선본. <민주연세>선본, 그리고 <W> 선본의 정후보 손영현군(화학.02)

2005년 11월 28일 월요일 아침 10시 49분

3교시는 2학기 마지막 채플 시간이다. 중도를 나섰다. 문앞에서 어떤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잠깐이면 됩니다’ 난 이미 투표했으므로 목례만 하고 지나친다. 아, 이 정도면 생각해봐야겠다. 일부러 투표 안하는 사람도 있는건가? 대강당 앞에도 투표소가 있다. 또다시 중도 앞과 같은 상황. ‘투표하세요!’ 씁쓸하게도 누구하나 주목하지 않는다.
채플 끝. 3교시 채플이 끝나면 대강당 앞은 항상 북적댄다. 대강당 12시면 그 다음 코스는 학생회관(아래 학관)으로 가 점심을 먹기 때문이다. 날씨가 그리 좋지 않지만 여전히 학생들이 모여 있었고 시끌벅적했다. 투표소를 힐끗 쳐다보니 42대 총학생회장 윤한울군이 소리지르고 있다. ‘투표하세요!’
투표소 앞엔 아무도 없고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하고 있다. 아, 이렇게 민망할데가.      
 
2005년 11월 28일 월요일 밤 10시 40분

43대 총학생회 선거 개표가 시작됐다. 총 유권자 수는 1만6천5백87명 그 중 8천4백55명이 투표해 50.17%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지난 42대 총학생회 선거 투표율은 50.3%였는데 그 때가 선거 최저치였다고 한다. 그 기록을 43대 총학생회 선거에서 갱신하다니. 투표율 50%가 넘어 개표를 한다는 말을 듣고 참 다행이다 싶었다. 최소한 42대 총학생회 선거 때처럼 기숙사까지 달려가 투표하라고 권하지도 않았고 정보통신처에 공문을 보내 얻어낸 학생들의 휴대폰에 투표 독려 메시지를 독려하지도 않았으니 이 얼마나 다행인지!...라고 하기엔 이번선거에 있어서 <W> 선본 탈락과 투표기간 연장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물론 어떤 선본이든지 당선되기만 하면 이런 논란도 어쩔 수 없이 힘이 빠지겠지만.

2005년 11월 28일 밤 11시 32분

현재까지 체육대 개표 결과에 이어 교육대 개표 결과도 나왔다. <Re랑> 선본이 <행복Plus+> 선본, <민주연세> 선본보다 앞서고 있다.

아리랑 행복Plus 민주연세
누적득표수 164 100 38

이어 간호대, 치대, 의대 개표 결과가 나왔다. 지금까지 <행복Plus+> 선본에앞섰던 <Re랑> 선본이 간호대, 치대 발표가 나자 그 격차가 줄어들었고 의대 투표함을 개표한 후 누적표수는 <행복 Plus+> 선본이 치고 나섰다.

아리랑 행복Plus 민주연세
누적득표수 518 508 221

<Re랑> 선본과 <행복Plus+> 선본이 투탑으로 나서고 그 뒤를 앞의 두 선본에 비해 약간은 저조한 득표율을 보이는 민주연세가 따르고 있다. 위에 언급한 단과대학 투표소에서 체육대를 제외하곤 <행복Plus+> 선본이 조금씩 앞선다. <행복 Plus+> 선본의 반응이 박수를 치고 소리를 치는 정도로 다소 격렬해 민주연세의 득표율을 밝히는 윤한울씨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나도 잘 듣지 못해 결국 YBS 실시간 개표 상황표를 보고 다시 검토해야했다. (결국 새벽2시 42분 종합관 투표함을 개표할 때 윤한울씨가 모든 선본의 결과를 들을 수 있게 조용히 해달라고 했다. 아, 44대 총학생회 때엔 모든 선본의 득표율이 발표될 때까지 득표율이 앞선 기쁨을 절제하라고 시행세칙이 추가될 듯.)


2005년 11월 29일 화요일 새벽 12시 15분

단과대 학생회 투표함에 잘못 들어간 총학생회 투표용지를 우선 봉인하고 맨 마지막에 열기로 중운위 회의 후 시행세칙으로 정했다고 한다. 말 나온 김에 시행세칙을 다시 읽어봤다. 와, 길기도 하다.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하려면 머리도 좋고 굉장히 꼼꼼해야할 것 같다. 물론 합의된 rule이긴 하지만, 그리고 이 rule이 없다면 선거 최소한의 공정성도 보장받기 힘들겠지만...유권자조차 위반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힘든 시행세칙이란 부담스럽다.
스크롤의 압박이 느껴지는 시행세칙을 열심히 읽다가 눈이 번쩍 뜨이는 문장이 보였다.
「총학생회, 총여학생회, 단대 학생회, 동아리연합회와 과/반 학생회 등 학생회 기구나 연세춘추, 연세교육방송국, 연세대학교 영자신문사(연세애널스), 연세 편집위원회 등을 포함한 언론출판협의회에 소속된 모든 언론단체는 특정 후보자에 대한 지지나 비방, 선거에 관한 의사개진을 할 수 없다. 선거에 대한 의사를 개진하려면 중선관위의 동의 하에 한다.」

   
선거 현황 중계를 위해 자리를 떠나지 않았던 YBS.

연세춘추 역시 시행세칙에서 벗어나기 힘들구나.
그 시행세칙에 역시 포함된 연세교육방송국 YBS에서 선거 개표 특집 방송을 하는 중이다. 음악이 참 좋다. 델리스파이스의 노래란다. 그런데...좋은 노래도 사람들의 목소리와 박수소리에 섞이니 소음이 된다. 게다가 저쪽에서 율동하며 노래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의 노래와 율동도 그들을 위한 무대에서 꾸려졌으면 좋았으련만, 개표를 하는 중선관위원들은 신경이 참 날카로울텐데. 조금 있다 윤한울군이 말한다. 노래는 좀 꺼달라고. 그 이후로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 환호성뿐이다. 좋은 음악을 깔아주는 것보다 돋보이는건 YBS의 개표 상황 속보와 선거개표영상이다. 이 새벽에 푸른샘에 있지 않아도 선거 과정을 볼 수 있다니 관심만 조금 있다면 즐길 수 있을듯.

2005년 11월 29일 새벽 2시 3분

   
42대 총학생회장이자 중앙선거위원회 회장 윤한울군의 중간 발표, 그리고 개표위원들이 개표 상황을 흥미롭게 주시하고 있다.
현재까지 위 단과대 투표소에 이어 생과대, 음대, 법대, 사회대, 상대(본관, 별관) , 신과대, 공대(A,B,C), 이과대 개표결과가 나왔다. 생과대, 음대, 법대, 신대는 <Re랑> 선본이, 사회대, 상대 공대 A,B,C는 <행복Plus+> 선본이 우세다. 공대에서 227표 가량 앞서는 게 격차를 더 크게 벌렸다.  상대 본관 투표함에서 <행복Plus+> 선본이 <행복Plus+> 선본보다 44표 앞선다. 환호성으로 난리가 났다. 대통령 선거도 이만할까? 벌써 게임끝? 근데 막상 후보들은 표정 변화가 별로 없다. 특히 <Re랑> 정후보와 <행복Plus+> 정후보가. 내 옆으로 윤태영 <행복Plus+> 선본 부후보 윤태영양이 활짝 웃으면서 누군가와 포옹한다. 정후보 이성호군은 표정이 굳었다. 한참 앞서고 있는데도...최종적으로 누가 웃을지 궁금하다.

아리랑 행복Plus 민주연세
누적득표수 2281 2570 1172

대강당 투표소까지 발표가 났다. 아침에 봤던 그 썰렁했던 투표소다. <Re랑>선본이 오랜만에 앞섰다. 박수소리만 우렁차게 들린다. 아 저 여유로운 <행복 Plus+>선본위원들. 조금 시끄럽긴 하지만 그래도 저들 덕분에 개표 장소인 푸른샘이 축제 분위기다.

2005년 11월 29일 새벽 2시 35분

역시 선거는 축제다. 40대 중운위, 41대 중운위(그들이 직접 말했다)와 <행복Plus+>선본위원들이 다들 디카를 들고 사진찍고 있다. 엄숙할거라 생각했던 총학생회 선거 개표현장이 선후배 만남의 장소가 됐다. 연세춘추 지면으로만 접했던 제 41대 총학생회장 배진우군(수학.97)도 보인다. 조금 있다가 선거 결과 나오면 어떤 선본이 되든 소감 물어봐야지. 개표 재개한다.

"아 힘들어" 개표위원의 피곤한 표정, 그리고 개표 최종결과를 처음으로 확인하고 있는 모습
중도 앞 투표함이 기대된다. 개표의 하이라이트란 것은 YBS 게시판에 누군가가 올린 댓글로 설명할 수 있을 듯하다.
‘일부러 개표 재밌게 하려고 중도 젤 나중에 하는건가요? ㅠ’
중도 앞 투표함은 942표로 가장 많은 투표용지가 들어있다. 혹시 맨 마지막에 뒤집힌다면 정말 반전드라마 찍는 건데. 투표용지가 가장 많아서 개표 시간도 오래 걸릴 듯하다. 지난 18대 총여학생회 선거 개표 때도 중도는 따로 발표 안하고 총 발표할 때 발표했다. 푸른샘이 조금 조용해졌다.
 
2005년 11월 29일 새벽 3시 7분
당선소감을 발표하고 있는 <행복plus+>. 이제는 43대 총학생회장단이다.

"<행복Plus+> 선본이 43대 총학생회에 당선되었습니다" 윤군의 최종 결과 발표가 있었다.

아리랑 행복Plus 민주연세
최종득표수 2691 3149 1330

개표 내내 자리에 앉아 득표수를 세던 지난 41대 총학생회장 배진우군은 “할 일이 많을 것 같아 조금 걱정되지만 마음 편하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각 선본의 낙선소감과 당선 소감이 이어졌다. 각 선본의 낙선 소감은 어느 정도 정리된 채 담담하게 감사의 말을 전했던 반면에 <행복Plus+> 선본의 당선 소감은 길기도 하거니와 정리가 힘들 정도였다. 게다가 43대 총학생회장에 당선된 이성호군(사회.02)은 ‘문과대 학생회장에 당선돼...’란 재밌는 말실수를 하기도 했다. 아마도 감격에 차서 말을 정리하기 힘들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 역시 처음 참석한 총학생회 개표에 정신은 몽롱한데 율동과 노래 소리, 박수 소리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살짝 그 분위기에 취하기도 했지만 다소 불편한 상황들도 있었다.

서로 격려해주고 있는 <행복Plus+>선본 부후보 윤태영양과 선거운동원. 그리고 축하 케익 뒤로 <행복Plus+> 선본의 당선자 소감을 듣고 있는 운동원들의 모습

50.17%라는 저조한 투표율을 보면 선거에 관심이 없을뿐만 아니라 때로는 학생회장 그까이꺼 왜 하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그 사람들에게 한마디 보내는 “관심과 지지를 보내줬던 유권자분들과 선거운동원에게 감사의 말을 하고 싶다”며 “이번 총학생회 선거의 키워드였던 소통을 잘 해내가는 학생회가 돼줬으면 좋겠다”고 밝힌 <Re랑> 선본, “어렵고 힘들 때 배우는 사람이 더 큰 사람”이라며 “소수지만 지지해줬던 분들과 선본위원들께 고맙다”고 밝힌 <민주연세> 선본, 그들을 지지하느라 한참동안 학관에서 아침 먹던 선본위원들, 밤새도록 취재한 학내 언론사들, 중선관위원들...

이들에게 43대 총학생회 선거는 지난 20여일 간 자신들의 모든 것을 다해 최선을 다  할만큼 중요했다. 총학생회에 당선되진 못한 <Re랑> 선본, <민주연세> 선본, 끝까지 가지도 못했던 <W> 선본과 투표기간 연장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중선관위원들에게 모두 다 유쾌한 기억만은 아니겠지만...모두 다 수고로운 11월이었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