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과 겉도는 반문화, 그 원인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은 비단 우리대학교뿐 만의 문제는 아니다.. 90년대 중반이후 대부분의 대학이 학부제를 도입하면서 생긴 것이 반이라는 체제이기에, 비슷한 문제들이 전국의 여러 캠퍼스에서 반복된다. 고려대학교 역시 2학기에 접어들면서 지나면서 대부분의 반이 총인원의 절반정도만이 참여하는 등 반활동이 저조해지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고려대 최창민군(공과대․05)은 “연고전 이후 전체적인 반행사가 열린 적이 없다”며 “행사를 마련하고 싶어도 참여할 사람이 부족해 시작하기도 힘든 실정이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또한 사정은 비슷하다. 서울대 오재영양(사회과학대․05)은 “지난 MT때 인원의 절반에 훨씬 못 미치는 10여명만이 참여했다”며 “단합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저멀리서 들려오는 '변화'의 목소리
/차가워진 날씨처럼 썰렁해진
반방
이러한 반의 문제점 때문에 많은 학생들은 학과 중심의 활동을 주목하기도한다. 우리대학교 정치외교학과는 연정수련회, 모의국회 등 활발한 과활동으로 유명하다. 특히 연정수련회는 학부생, 대학원생, 교수, 사회에 진출한 모든 동문들이 모여 기존의 친목도모 뿐만 아니라 연정인들의 학문과 진로에 대한 고민을 자연스럽게 공유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김가슬양은 “과활동을 하지 않던 02학번 선배가 연정수련회와 모의국회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었는데 반이라면 힘들었을 것”이라며 공통관심사와 진로라는 연결고리가 있기 때문에 비교적 참여가 활발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학생회 역시 학생들의 무관심 속에서 참여를 이끌어내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며 학생들의 전반적인 공동체, 또는 모임에 대한 무관심에 대해 토로했다.
하지만 반이 대책 없이 와해돼 가는 것만은 아니다. 여러 가지 노력을 통해 반을 되살리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곳이 문과대 11반이다. 11반 반회장 이현석군(인문계열․05)은 “반의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가 목적의식의 부재라고 생각해 반 내 소모임을 활성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군은 “응원, 영화, 밴드 등의 소모임이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활동성과를 발표하게 하는 등 목적의식을 부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고려대 정경대는 학회활동을 통해 반활동을 활성화시키고 있다. 고려대 석지혜양(정경대․05)은 “정경대의 경우 반 내부의 학회나 소모임이 매우 활성화 돼있다”며 “정치, 경제 등 학회의 연구분야가 분명해 학생들의 목표가 뚜렷하며, 이로 인해 반활동도 활성화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례들에서 내부 모임들의 활성화가 반활동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구조적인 문제점 해결이 우선과제
반은 ‘학부제’라는 구조적인 환경 아래 목적 없이 묶인 집단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 더구나 최근 들어 대학가에 자리잡은 개인주의적 경향은 이 목적 없이 모인 집단을 더욱 해체시켰고, 현재 대부분의 반들은 그 존재의의를 상실했다. 반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반 내 소모임의 활성화 등 여러 가지 대안이 제시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반문화의 한계 극복은 신입생에게 자신의 관심분야에 따라 소속반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구성원에 따라 천차만별인 불안정한 반들을 단과대 학생회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해야하며, 반을 뛰어넘는 학회가 결성돼 학생들의 활동욕구를 충족시켜야한다. 또한 반문화에 대한 구성원들의 솔직한 생각을 서로 나눌 수 있는 장이 갖춰져야 할 것이다. 반 자체의 구조적 문제가 변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잃어버린 학생들의 ‘마음’을 되찾아 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이승호, 한정원 기자 bravo_my_life@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