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과 겉도는 반문화, 그 원인은 무엇인가

 

/반의 활동이 가장 활발할 때는 바로 대동제와 연고전이다. 반문화의 문제는 1차적으로 반이 편성되는 과정에서 개인의 의사가 반영되지 못하며, 반의 규모가 지나치게 비대한 데 그 원인이 있다. 송준규군(사회계열․05)은 “자신이 선택한 공동체가 아니기에 열심히 참여해야한다는 의무감보다는 참여하지 않으면 소외된다는 부담감이 더 크다”며 “70~80명이 넘는 인원이 한반에 편성되기에 제대로 된 인간관계를 맺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비대한 반의 규모는 반이 마음이 맞는 몇 명의 학생들의 소그룹들로 나뉘는 현상을 초래한다. 이러한 현상은 대부분의 반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김봉수군(사회계열․05)은 “시간이 흐르면서 친한 친구 몇 명이 반과 나를 연결하는 고리가 됐다”며 “친구들도 이런 문제에 대해 공감하지만, 반의 안팎에서 변화를 시도하는 움직임은 전무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OT와 새터 등 반활동의 초기단계에 참여하지 못한 상당수의 학생들이 이후의 반운영에서 소외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박성완군(공학계열․05)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학기 초에 반활동에 불참했으나, 이미 서로 친해진 학생들 사이에 끼기 힘들었다”며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기 위해 만들어진 반이 오히려 학생을 소외시킨다는 것은 아이러니다”고 말했다. 즐거운(?) 술자리, 남는 것은 무엇일까? 하지만 반 편성과정과 비대한 규모에서 나타나는 구조적인 문제점 이외의 또 다른 문제점이 있다. 바로 목적의식의 부재와 뒤풀이 문화 위주인 ‘반문화’다. 신입생들이 대학문화를 처음 접하는 OT와 새터의 분위기가 상징하듯, 대부분의 반문화는 술과 놀이가 주가 된다고 할 수 있다. 김군은 “놀이를 통해 인간관계를 맺는 것도 좋지만, 단순히 ‘즐기자’는 생각으로 반이 운영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화로 인해 여학생들이 반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반의 ‘주류’로 편입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계정양(인문계열․05)은 “학기 초, 술자리 문화뿐만 아니라 여학생들끼리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모임도 있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고 말했다. 이옥경 학사지도교수(학부대․사회계열)는 “여학생들 중에서는 자신이 왜 술자리나 뒤풀이에 참여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학생들이 많다”며 “선배나 남학생들이 당연하게 생각하기에 참여하지 않으면 소외당할까 두렵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다”고 말해 획일적인 반문화에 대해 지적했다. /술 중심의 반문화는 여학생들이 반에서 멀어지는 하나의 이유다
이러한 문화는 입학한 여학생들을 점점 반활동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여자선배가 부재한 반의 환경은 다시 여성 신입생들을 반에 잘 적응하지 못하게 하는 악순환을 불러온다. 정치외교학과 학생회장 김가슬양(정외․03)은 “여학생들은 2학년 1학기까지만 반활동을 하고, 그 이후에는 전공학과 등 다른 활동에 전념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해 반에서 ‘여자선배’를 찾는다는 것이 어려움을 알 수 있었다. 이계정양은 “여자선배와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여학생 모임을 만들었으나 아직 시작단계라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해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지금의 여학생들이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함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은 비단 우리대학교뿐 만의 문제는 아니다.. 90년대 중반이후 대부분의 대학이 학부제를 도입하면서 생긴 것이 반이라는 체제이기에, 비슷한 문제들이 전국의 여러 캠퍼스에서 반복된다. 고려대학교 역시 2학기에 접어들면서 지나면서 대부분의 반이 총인원의 절반정도만이 참여하는 등 반활동이 저조해지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고려대 최창민군(공과대․05)은 “연고전 이후 전체적인 반행사가 열린 적이 없다”며 “행사를 마련하고 싶어도 참여할 사람이 부족해 시작하기도 힘든 실정이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또한 사정은 비슷하다. 서울대 오재영양(사회과학대․05)은 “지난 MT때 인원의 절반에 훨씬 못 미치는 10여명만이 참여했다”며 “단합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저멀리서 들려오는 '변화'의 목소리


   
/차가워진 날씨처럼 썰렁해진 반방

이러한 반의 문제점 때문에 많은 학생들은 학과 중심의 활동을 주목하기도한다. 우리대학교 정치외교학과는 연정수련회, 모의국회 등 활발한 과활동으로 유명하다. 특히 연정수련회는 학부생, 대학원생, 교수, 사회에 진출한 모든 동문들이 모여 기존의 친목도모 뿐만 아니라 연정인들의 학문과 진로에 대한 고민을 자연스럽게 공유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김가슬양은 “과활동을 하지 않던 02학번 선배가 연정수련회와 모의국회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었는데 반이라면 힘들었을 것”이라며 공통관심사와 진로라는 연결고리가 있기 때문에 비교적 참여가 활발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학생회 역시 학생들의 무관심 속에서 참여를 이끌어내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며 학생들의 전반적인 공동체, 또는 모임에 대한 무관심에 대해 토로했다.       


하지만 반이 대책 없이 와해돼 가는 것만은 아니다. 여러 가지 노력을 통해 반을 되살리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곳이 문과대 11반이다. 11반 반회장 이현석군(인문계열․05)은 “반의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가 목적의식의 부재라고 생각해 반 내 소모임을 활성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군은 “응원, 영화, 밴드 등의 소모임이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활동성과를 발표하게 하는 등 목적의식을 부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고려대 정경대는 학회활동을 통해 반활동을 활성화시키고 있다. 고려대 석지혜양(정경대․05)은 “정경대의 경우 반 내부의 학회나 소모임이 매우 활성화 돼있다”며 “정치, 경제 등 학회의 연구분야가 분명해 학생들의 목표가 뚜렷하며, 이로 인해 반활동도 활성화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례들에서 내부 모임들의 활성화가 반활동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구조적인 문제점 해결이 우선과제

 

반은 ‘학부제’라는 구조적인 환경 아래 목적 없이 묶인 집단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 더구나 최근 들어 대학가에 자리잡은 개인주의적 경향은 이 목적 없이 모인 집단을 더욱 해체시켰고, 현재 대부분의 반들은 그 존재의의를 상실했다. 반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반 내 소모임의 활성화 등 여러 가지 대안이 제시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반문화의 한계 극복은 신입생에게 자신의 관심분야에 따라 소속반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구성원에 따라 천차만별인 불안정한 반들을 단과대 학생회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해야하며, 반을 뛰어넘는 학회가 결성돼 학생들의 활동욕구를 충족시켜야한다. 또한 반문화에 대한 구성원들의 솔직한 생각을 서로 나눌 수 있는 장이 갖춰져야 할 것이다. 반 자체의 구조적 문제가 변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잃어버린 학생들의 ‘마음’을 되찾아 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이승호, 한정원 기자 bravo_my_lif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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