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설레는
마음으로 맞은 입학식. 3월에 신입생이 밥 먹는데 돈 쓰면 '바보'소리 듣는단다. 새터때 만났던 몇몇 친구들과 이미 밥 사줄 선배님은
물색해뒀으니, 입학식 끝나면 바로 반방으로 가야지. 근데...부모님이 같이 점심 먹자고 하셨는데...두 끼를 먹을까? 행복한
고민이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후 뒤풀이에 간 세순이. 대학에 같이 온 친구도 없어 얼른 반사람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뿐인데... 뒤풀이 장소는
더X더X. 선배 한명당 05학번 다섯명이 한자리에 앉아 자기소개를 하고 휴대폰을 돌린다. 우선 술을 한잔씩 마시고 난 후, 이름과
학번, 졸업한 고등학교를 말하고 나니 할말이 없다. 옆 테이블에 앉아 있는 려원이는 선배와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해 선생님부터 맛있는
떡볶이집, 학교 얼짱에 대해 신나게 말하고 있다. 저쪽 구석 테이블에 앉아있는 효리는 수시생이다. 얼마 후 있을 수강신청에 대비해
선배, 동기들과 시간표를 짜고 있다. 부러운 눈으로 려원이와 효리를 쳐다보는 세순이, 선배의 주도로 게임을 시작한다. ‘베스킨라빈스
써리~원!’게임에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술을 많이 마셨다. 그래도 뻘쭘하게 앉아있는 것보다 게임이라도 하는 게 낫긴 하다. 차가 끊길까봐 자리를
빠져나온다. 신촌역으로 향하는 길, 휴대폰 전화번호부를 보니 낯선 이름이 많다. 누굴까? 이 사람들은 날 기억할까?
#3.
현빈이는 01학번이다. 군대에 갔다오니 갈 데가 없다. 반후배들은 반방에 좀 오라고 권하지만 뻘쭘하다. 누가 아는가! 속으로는 ‘나이
많은 선배가 나댄다’고 욕할지. 그냥 속편하게 공부나 하자.
가인이는
03학번 경제학과에 재학중이다. 1학년 때는 반방에도 자주 가고 술자리에도 꼬박꼬박 나갔다. 뭐 2학년 1학기까진 개강총회다 MT다
해서 반활동이란걸 했지만 그 때도 나 말고는 여자동기가 없었다. 같이 나가자고 동기한테 말했더니 나이 많은 여자 선배는 반에 나가는
게 아니란다. 내 나이가 벌써 많은 건가? 3학년이 되고나니 그 친구의 말이 이해가 된다. 어차피 동기들도 없고 할 일도 많은데 가끔
반방에서 밥이나 먹지 뭐.
#4.
공학계열 1학년으로 입학했던 내가 이제는 2학년이 됐다. 전공공부를 해야 하는데 너무 어렵다. 스터디 모임을 만들려고 해도 이제 막
만난 과 사람들이라 아직 친하지도 않다. 이러다 덜컥 3학년 되면 수업이랑 상관없는깊이 있는 공부는 하기 힘들텐데... 예전에 있던
과 학회들은 몇몇 과에 이름만 남아있을 뿐이라고 고학번 선배가 한숨쉬던 게 생각난다. 아! 1학년 때부터 선배들과 공부할 수 있는
학회가 있었다면 지금 내 학점은 훨씬 더 좋았을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