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공부의 열기로 달아오른 그곳, 한국어학당

오는 9일(일)은 559돌 한글날이다. 창제된 후 사대부들에 의해 ‘언문(諺文)’이라 천시되기도 했던 한글은 지난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됐다. 그리고 문자가 없는 소수민족에게 글을 가르치는 유네스코의 ‘바벨계획’의 기본 문자로 한글을 제안하자는 움직임이 있는 등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그 우수성을 바탕으로 한글은 ‘우리만의 한글’에서 ‘세계 속의 한글’로 거듭나고 있다. 한류열풍과 우리 기업들의 해외진출이 맞물리면서 한글을 배우려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다. 한국어교육의 수요가 증가하는 지금, 우리대학교 언어연구교육원 한국어학당(아래 한국어학당)이 바로 그 중심에 있다.


최초답게 최고를 지향한다

한국어학당은 1959년 4월 1일, 원두우(G.H Underwood) 박사의 손자인 원요한 박사의 제의에 의해 대한민국 최초의 한국어 전문 교육기관으로 설립됐다. 한국어학당은 초기에는 업무에 필요한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교관, 선교사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감에 따라 국제교류가 늘어나면서 학생들의 분포도 외국인, 유학생, 해외교포 등으로 다양해졌다. 지난 46년 동안 1백24개국에서 온 5만7천6백52명의 학생들이 거쳐 간 한국어학당은 세계 최고수준의 한국어학당으로 발돋움했다.

한국어학당의 물리적, 인적자원은  일반 단과대학 수준이다. 새천년관 맞은편에 위치한 한국어학당은 90여개의 교실과 5개의 어학실습실 등 현대화된 학습시설을 갖추고 있다. 또한 지난 2003년 겨울학기 현재 전임강사 13명 등 총 99명의 강사가 활동하고 있으며 언어학 전공자뿐만 아니라 인접학문 전공자도 강사로 채용, 문화교육도 병행돼야하는 외국어교육의 특성을 잘 살리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어학당만이 갖는 장점은 무엇일까?

/30년간 한국어교육에 헌신해 온 한국어학당 이희경 교학부장
한국어학당 이희경 교학부장은 우선 ‘오랜 경험에서 비롯된 풍부한 경험’을 장점으로 꼽았다. 이 부장은 “80년대 후반 즈음 설립된 대학부설 한국어교육기관들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한국어학당은 오랜 경험에서 축적된 노하우를 교육에 적용해왔다”고 말했다.

한국어학당의 노하우는 독자적인 교재와 교육방법에서 잘 나타난다. 한국어학당은 의사소통법을 중시하는 다른 교육기관에 비해 문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부장은 “서구 언어들은 대부분 체계가 비슷해 자연스럽게 문법을 터득하지만 우리는 경우가 다르다”며 “문법을 내재화시켜야 원활한 의사소통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 92년 출판된 「한국어Ⅰ」 교재 역시 4만부 이상이 판매되면서 그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1~2년 정도의 수료기간이 필요한 한국어학당의 수업과정은 수준에 따라 1급부터 최고 수준인 6급까지 나눠져 있다. 정규과정은 하루에 4시간씩 실시된다. 1,2,4 교시는 커리큘럼에 따른 수업이며 3교시는 학생의 수준에 따라 선택과목을 수강한다. 고급과정에 재학하고 있는 학생들은 신문과 뉴스 듣기, 한자, 현대 한국정치사 등 다양한 분야의 과목을 통해 우리말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있다.

/태권도 강습을 통해 우리 문화를 배우는 학생들
세계적인 규모 역시 한국어학당의 또 하나의 장점이다. 이 부장은 “단일 기관으로 한 학기 1천3백~4백명의 학생들이 공부하는 곳은 많지 않다”며 “다양한 국가출신의 학생들이 어울리면서 서로의 문화를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한국어 교육기관인 한국어학당은 그 명성에 걸맞은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


‘연세 짱!’ 이에요

한국어학당에서는 어떤 학생들이 우리말 공부를 하고 있을까? 최고 과정인 6급에 재학 중인 세 학생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슬로바키아에서 온 빈데로바 마리아양(23)은 일본친구를 통해 한국친구도 사귀면서 우리말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리고 동아시아에 관심이 많던 폴란드 출신 아르마디우쉬 세르바토브스키군(24)은 특색 있는 언어를 배우고 싶어 한국어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는 바르샤바대학교(Warszawa Universitiy, 폴란드) 한국어학과를 마치고 현재는 석사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타케모토 쿠니아키군(22)은 ‘배방장’이라는 우리이름을 갖고 있는 재일교포다.

/빈데로바 마리아양(23)과 타케모토 쿠니아키군(22)
한국어 공부의 어려움에 대해 세르바토브스키군은 “한국어는 상황에 따라 변화가 심하다”며 “억양과 문법을 일일이 공부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마리아양 역시 “슬로바키아 말과 웃음소리를 빼곤 비슷한 부분이 하나도 없다”며 어려움을 밝혔다.

하지만 이들은 한국어학당의 한국어교육에 큰 만족을 표했다. 쿠니아키군은 “한마디로 ‘연세짱’이다”라며 “외국인에게 어떻게 가르쳐야할 지 잘 알고 있다”고 평가했다. 마리아양과 세르바토브스키군도 입을 모아 “속어와 사투리도 가르쳐 주는 등 실생활에 꼭 필요한 교육을 한다”며 “한국어학당에서 공부한 이후 기본적인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어졌다”고 말해 양질의 교육이 제공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폴란드에서 온 아르마디우쉬 세르바토브스키군(24)
한국어학당 졸업 후 계획에 대해 마리아양은 “슬로바키아 사람들에게 한국은 생소한 국갚라며 “통역 및 번역가로 활동하면서 한국문화를 고국에 알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세르바토브스키군은 “한국과 관련된 기업에서 일하고 싶다”며 “한국 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뒤 자기 회사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어학당은 우리말을 배워 꿈을 이루려는 사람들을 통해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세계 속의 연세, 한국어학당에서부터

한국어학당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한글의 세계화를 이끌 교육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부장은 “현재 교육의 방향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며 “교육의 고급화를 통해 한국어 학당만의 ‘브랜드 파워’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우리대학교는 ‘세계 속의 연세’를 모토로 캠퍼스의 국제화에 힘써왔다. 그러나 많은 외국인 학생들이 우리학교를 찾아옴에도 불구하고 부실한 영어수업 등 행정지원의 부족과 학생들의 닫힌 의식 때문에 세계 속의 연세는 멀기만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어학당은 언어교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캠퍼스의 국제화를 앞당기고 있다. 7일(금)에는 지난 91년부터 열린 ‘전국외국인 한글백일장’이 올해로 14회를 맞는다. 시간이 된다면 노천극장을 찾아 외국인 학생들에게 정겨운 한마디를 건네 보자. 우리보다 우리말을 더욱 아끼는 외국인 학생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글 이승호 기자 coffeeholic@yonsei.ac.kr

 /사진 조진옥 기자 gyojujinox@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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