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하나. 금요일? 금요일!

   
신나리 기자

 대학생이 되고 나서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 중 하나는 금요일의 의미일 것이다. 마치 토요일 같은 금요일. 수업을 모두 마치고 나면 각종 엠티와 행사가 기다리고 있는 날. 친목도모를 위한 모임이든 학업을 위한 조모임이든 누군가를 만나고 실컷 회포를 풀어야 할 것 같은 금요일.

 “나리야~ 정외과 애들끼리 같이 모여서 놀기로 했어! 올 거지? 아, 참 너 춘추... 에휴,     어떡하냐? 힘들겠다. 다음에 보지 뭐.”

 “야!!! 너 얼굴 까먹겠다. 왜 이렇게 바빠!! 우리 안 뭉쳐? 수업 끝나는 금요일에 보는 게    어때~? 어? 안 돼? 이런...그럼 할 수 없지.”

 “응, 그래. 나 금요일에는 제작이잖아. 미안해. 나도 정말 정말 가고 싶은데. 나 빼고 너무    즐겁게 놀면 안 돼~알았지? 좋은 시간들 보내. 다음에 보자.”
 
 그래. 지금은 나, 금요일에 멋진 신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려고 만나는 데 인색할 수밖에 없다는 거 이해해줘. 다음번엔, 그 땐 제일 먼저 나가서 인원체크하고 있을게. 꼭 다음에 만나자...알았지? 그 ‘다음’이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이야기 둘. 가정불화의 씨앗
 “너는 도대체 한 학기 동안 뭘 했니? 남들은 토익이다 토플이다 영어공부에 열 올리고, 이것저것 자격증도 따던데 넌 그래가지고 뭐해먹고 살겠니? 학기 중엔 신문사 일이다 해서 그런가보다 했더니 방학에도 수시로 나가고. 신문사 가면 일을 하긴 하니? 해놓은 게 하나도 없네. 얼굴보기는 하늘에 별따기다 너? 집안일을 도와주길 하니, 집에 들어오면 일찍 잠이나 자려고 하고. 네가 하숙생이니? 가족이니? 도대체가 집안에 도움이 안 돼요, 도움이. 하여튼 화근이야.”

 나도 우리 가족끼리 저녁 먹은 지가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잘 안나요. 집안일 도와드리고 싶은데 집에 오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아무 방해 없이 자고, 푹 쉬었으면 좋겠어요. Sweet Home은 어디로 간 걸까요? 요즘 따라 더욱 나만 오면 우리 집이 왜 이렇게 시끄러워질까요? 내가 뭘 어떻게 해야 될까요?


이야기 셋. 학생 vs 기자
 여름방학이 꽤 지나고 날아온 성적표. 이미 예감은 했지만, 안 나와도 너무 안 나온 성적표를 붙들고 한참동안 멍하니 앉아만 있었다. 너무 둥근 알파벳만이 성적표에서 방긋 웃는다. 재수강, 으으 재수강은 생각도 하기 싫은데. 계절 학기나 들어야겠군. 아 맞다 연세춘추 방중일정이랑 겹쳐서 못 듣지. 2학기 때는 잘 관리해야지! 내 본분은 학생이니까, 기자이기 전에 학생이니까. 근데 이건 좀 심했다. 이런 성적 나올 줄 몰랐는데. 나도 왕년에는, 중․고등학교 때는 잘 나가는 모범생이었는데...앗! 그러고 보니 내일 통계시험이네? 이걸 어쩐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되나...? 참 난감하네.
 학생과 기자, 끝날 줄 모르는 그 둘의 ‘우선순위 부재중’상태에서 오늘도 그렇게 시간은 흘러간다.


이야기 넷. 그래도 나는 연세춘추를 ‘다닌다’!
 무수한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백양로를 걷다가 가끔 멈춰서 이런 생각에 잠기곤 한다. 영화 『플레전트빌』의 주인공들의 상황과는 반대로 내 주변은 모두 컬러인 세상에서 나만 흑백으로 살고 있는 게 아닐까하는 그런 생각 말이다. 분명 나도 평범한 스무살 대학생이며 한 집안의 딸이고, 누나이며 나름대로 중3학생 과외 선생님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나는 내 또래의 대학생들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지도 모른다. 날 규정하는 이름들은 얼마든지 많지만(때에 따라서는 더 만들어낼 수도 있지만) 그 중 하나가 모든 이름들을 압도할 만한 존재가 될 줄은 몰랐다. ‘연세춘추 기자’! 갈 길이 멀고 험하지만 내가 도대체 이 백양로를 걷는 연세대학교의 학생인지 연세춘추를 다니는 기자인지 모를 정도로 빠져있는 이유를, “아마도 의지와 열정이 갈등을 초월하니까” 라고 한다면 설명이 될까?
 
 수많은 고민들을 뒤로 하고도 내가 연세춘추를 ‘다니는’건, 취재를 하면 할수록, 셔터를 누르면 누를수록, 신문에 기사와 사진이 실리면 실릴수록 마약과 같은 지독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유 없이 배고픈 제작일, 저녁식사 배달을 기다리는 순수한 마음(?), 그리고 춘추관에 처음 발을 들여놓던 그 잊지 못할 설렘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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