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기간에 읽는 책들처럼(장르를 불문하고) 몰래 꺼내먹는 꿀같이 달디 단 게 또 있을까? 평소엔 무심코 지나치게 되는 소설책들은 으레 그렇듯 시험기간만 되면 저절로 반짝반짝 빛이 난다. 어김없이 이번 중간고사 기간에도 전공교재를 제쳐둔 채 아주 ‘당연하고 당당히(!)’ 소설책을 읽다가, 서른 한 살의 주인공이 혼잣말을 하는 장면에서 그만 멍해지고 말았다. ‘나는 차라리 미성년으로 남고 싶다. 책임과 의무, 그런 둔중한 무게의 단어들로부터 슬쩍 비켜나 있는 커다란 아이, 자발적 미성년.’ 혹시 당신은 스무 살이 되던 해의 첫날을 기억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어떤 기분이었는지도 기억이 나는가? 불행하게도 필자는 별 다른 느낌을 받지 못했다. 분명 “얘들아, 우리 이제 20대야! 멋
1달러로 하루를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는 아이들. 늦게나마 건네준 나의 1달러는 만 달러를 줘도 바꿀 수 없는 캄보디아의 태양같은 눈부시 미소를 지으며, '브이'자를 그렸던 한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 2회 연세춘추 포토페스티벌 '뽐'에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아래는 저희 연세춘추에서 심사숙고 끝에 선정한 수상작들입니다. 최우수상흐름에 몸을 맡기다 : 권순형 우수상먹는 모습도 닮았다 : 이재혁 시작해 볼까 : 전하영 가작격파 작성자 : 김수지 살려주세요 : 최용운 두더지 게임을 하는 학생들을 담아보았는데너무 애초롭네요.
#5. 삶이 무기력하다고 느끼는 요즘.자극제는 그리 멀리 있지 않았다.아무 생각없이, 머리도 마음도 모두 비운채 신촌 길을 터덜터덜 걷고 있다가도로를 포장하시던 한 아저씨의 모습을 넋을 잃고 보았다.한 치의 오차없이, 정확하게 벽돌을 나르시던 아저씨.노동의 아름다움에서 마지막 자극제를 발견하다... ...의무방어전의 삶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약간은 싱겁게 끝나
▲ /신나리 기자 journari@ ..
축제는 언제나 즐겁다. 화려하고 활기차며 뜨겁다. 그 모습이 청춘과 매우 닮아있다. 여기, 이천의 도자기 축제가 올해로 20회를 맞았다. 흙이 좋고, 물이 깨끗해 임금님 수라상에 오를 정도로 좋은 쌀이 유명한 이천. 이곳은 설봉산성 및 주변 산지에서 출토된 무문토기 등으로 미뤄 짐작건대 적어도 청동기 시대부터 토기제작이 활발하게 이뤄진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다. 꾸준히 명맥을 이어온 지역 축제가 그리 많지 않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생각해 볼 때 이천 도자기 축제의 스무 돌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2년 전에도 와봤었는데 참 많이 변했어요.” 서울 동대문구에서 온 김강옥씨(35)는 이야기한다. “평소에도 아이들을 데리고 흙놀이 체험하는 곳에 찾아다니죠. 서울에
▲ /신나리 기자 journari@ .
월요일 아침, 백양로를 걷다가 제법 많은 연세인들의 손에 「연세춘추」가 들려있는 광경을 보고 흐뭇해하곤 한다. 내가 찍은 보도사진과 인터뷰 사진들이 실린 면을 펼쳐 보는 사람들...그러나 이내 뿌듯함과 함께 민망함에 얼굴이 달아오르게 된다. 민망함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춰보자면 그 근저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내가 찍은 사진에 대한 “와, 이거 재밌다! 잘 찍었는데?” “이 사진 뭔가 이상하지 않아?”라는 평가가 들릴 때 느끼는 쑥스러움과 부끄러움이고 두 번째는 아무도 지적해 주진 않지만 스스로 사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경우다. 사진부 기자가 된 지도 어느덧 9개월이 흘렀다. 50번도 훌쩍 넘는 인터뷰와 각종 취재들을 다니며 셀 수 없이 많은 사진들을 찍었다. 나는 늘
. 총장실을 점거한 학생들. 끊임없이 들어오는 학생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만약 내가 기자가 아니었더라면 지금 이 순간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나도 이 곳에 묻혀있었을까, 아니면 다른 곳에서 다른 일을 하고 있었을까?'기자로서 느끼는 소외감은 달리 찾아오는 게 아니다. 취재하는 순간에도 아무런 예고 없이 찾아오기도 한다.
▲ /신나리 기자 journari@yonsei.ac.kr .
하동.따뜻한 인심의 물줄기를 따라... ‘하동’하면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것들이 있다. 조영남의「화개장터」와 박경리의 소설『토지』. 많은 도시들이 현대화된 지금도 우리들의 기억 속엔 아직도 옛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곳. 아니, 어쩌면 그렇게 남아있어 주길 바라는 곳일지도 모르겠다. “봄에 다시 와요!” 『토지』의 무대, 평사리 바람이 몹시 불던 평사리에 도착했을 무렵, 머릿속으로 끊임없이『토지』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것이 소설이었건, 드라마였건 간에 어떻게든 최 참판 일가와 마을 사람들의 삶을 찾아보려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드라마 촬영이 끝난 이후의 평사리는 몹시 고요했다. 맥이 빠지는 느낌이랄까? 누런 곡식이 잔뜩 들어있어야 할
.
‘하동’하면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것들이 있다.조영남의 노래 「화개장터」와 박경리의 소설『토지』. 많은 도시들이 현대화된 지금도 우리들의 기억 속엔 아직도 옛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곳. 아니, 어쩌면 그렇게 남아있어 주길 바라는 곳일지도 모르겠다.“봄에 다시 와요!” 『토지』의 무대, 평사리바람이 몹시 불던 평사리에 도착했을 무렵, 머릿속으로 끊임없이『토지』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것이 소설이었건, 드라마였건 간에 어떻게든 최 참판 일가와 마을 사람들의 삶을 찾아보려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드라마 촬영이 끝난 이후의 평사리는 몹시 고요했다. 맥이 빠지는 느낌이랄까? 누런 곡식이 잔뜩 들어있어야 할 곳간에는 볏짚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고, 카랑카랑한 서희의 목소리가 들릴 것 같은 별당에는 꽃신만
철커덕 문이 열린다.“1450739!” 호명된다. 그가 걸어간다.숱한 사형수들이 걸어갔던 이 길.창살을 부여잡고 다닥다닥 붙어서 눈물어린 눈으로 그를 바라보던 사람들.그들을 뒤로 한 채, 걷는 외로운 이 길의 끝엔,언제나 야속하리만큼 밝게 빛나는 세상이 시작된다.. 통곡의 미루나무.사형수들이 생을 마감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이 나무를 붙잡고 억억거리며 울었다. 한동안 이 나무가 자라지 않았다고 한다.아마도 세상에 대한 미련과 설움 이 모든 것이한으로 응축돼 나무에 전해졌을 것이리라. 사형장의 벽은 교도소 그 어느 곳보다도 높다.어차피 들어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인데도하늘에 맞닿을 만큼 높다.징그럽게 얽혀있는 이름 모를 덩굴들은 집행을 앞둔 사형수들
굳게 닫혀진 문.그 사이로 보이는 바깥세상이미치도록 그리웠던 사람들이 있었다.
★ 이야기 하나. 금요일? 금요일! 신나리 기자 대학생이 되고 나서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 중 하나는 금요일의 의미일 것이다. 마치 토요일 같은 금요일. 수업을 모두 마치고 나면 각종 엠티와 행사가 기다리고 있는 날. 친목도모를 위한 모임이든 학업을 위한 조모임이든 누군가를 만나고 실컷 회포를 풀어야 할 것 같은 금요일. “나리야~ 정외과 애들끼리 같이 모여서 놀기로 했어! 올 거지? 아, 참 너 춘추... 에휴, 어떡하냐? 힘들겠다. 다음에 보지 뭐.” “야!!! 너 얼굴 까먹겠다. 왜 이렇게 바빠!! 우리 안 뭉쳐? 수업 끝나는 금요일에 보는 게 어때
연세대학교 앞에는 볼거리, 먹을거리가 넘쳐난다. 그러나 같은 신촌 역세권인데도 타 대학 방면에 있는 맛집과 멋집은 알 기회가 많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연세인들의 맛집, 멋집 리스트에 등록할 만한 또 하나의 멋진 곳, 서강대학교 앞의 ‘산까치'를 찾아가봤다. 입구에서 지하로 향해 내려가는 계단은 사람들의 자취로 중간부분이 닳아 있어서, 이곳의 오랜 세월을 말해주고 있었다. 계단을 내려와 내부에 들어서니, 한지로 만든 전등에서 나온 불빛이 은은한 분위기를 가득 내뿜었다. 주메뉴인 된장비빔밥과 제육덮밥만으로 이 곳의 분위기를 속단하는 것은 금물! 들어서자마자 걸려있는 키와 징, 북 등의 민속악기가 향토색을 자아내었다. 힘차고도 정감 있는 붓글씨로 쓰인 현판도 향토적인 분위기를 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