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된 연고전? 함께하고 싶은 마음!

잠실 종합운동장 야구장에 도착. 울려퍼지는 함성소리에 설레는 마음으로 25번 게이트를 향해 신나게 달린다. 3층까지 무사히 도착. 그러나 이제부터모험 시작이다. 이후로는 리프트도 엘리베이터도 경사로도 없다. 오로지 아찔한 계단뿐이다. 총학생회 체육부(아래 체육부)에 급하게 연락했고 얼마 후 사회체육학과 학생 2명이 온다. 그들이 김을환군(심리·00)의 심리학과 친구들과 함께 김군의 휠체어를 든다. 휠체어를 든 손들이 후들거리고 김군의 등은 땀으로 흠뻑 젖는다. 휠체어를 든 사람 못지않게 뒤따르는 기자의 등에서도 식은땀이 난다.

휠체어를 탄 장애학우 김군은 2005년 정기연고제 야구경기를 보러갔다. 예상은 했었지만 장애인을 위한 시설은 전혀 없었다. 리프트는커녕 휠체어를 놓을만한 자리가 없어 힘겹게 의자에 앉아야했고 불편한 다리는 앞좌석에 닿았다. 통로 자체가 좁아 지나다니는 사람과 부딫혀야 했음은 물론이다.

현재 우리 사회 분위기나 시설 대부분은 장애인을 한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인다고 생각하기 힘들다. 최신식 시설로 지어졌다는 상암 월드컵 경기장조차 지난 22일 문화관광부에 대한 국정 감사에서 엘리베이터 앞에 점자 촉지판이나 전자블록이 설치돼 있지 않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사회 분위기가 이럴 때 가장 치열하게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대학 사회 역시 다를 바 없다. 연고제의 대부분인 연고전은 철저하게 비장애인을 위한 축제였다. 운동경기와 응원, 기차놀이로 대표되는 연고전은 철저히 비장애인을 위한 축제인데 이런 문제점들은 예전부터 안티고연전모임( http://antikomo.cyworld.com) 등을 통해 제기돼왔다. 우선 운동경기를 생각해보면 그 배제성을 확연히 알 수 있다. 이번에 야구가 열린 잠실 종합운동장 야구장을 살펴보자. 시각장애인에게 경기장 통로는 어둡고 계단의 경사가 달라 안내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에게는 경사로, 리프트, 엘리베이터가 없어 휠체어 채 다른 사람의 힘으로 이동해야 한다. 잠실 종합운동장에 장애인 엘리베이터가 설치돼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들어봤을테지만 실제로는 주경기장의 지하 1층부터 4층까지 VIP만이 이용할 수 있는 일반 엘리베이터가 한 곳에 설치돼있을 뿐이다. 더군다나 야구장에는 장애인 화장실이 없다. 장애인이 화장실을 가려면 가파른 계단을 거쳐 일반 화장실을 가야 하고 물론 비장애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경기장에 들어가 어떻게 즐길 것인지 고민하기 전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차단돼있다.

야구장에서 김을환 군의 뒷모습, 그 뒤로 휠체어가 보인다. /신나리 기자 journari@yonsei.ac.kr

모험에 성공해 이차저차 야구장에 들어갔지만 비장애인들과 똑같이 경기를 관람하고 응원을 하고 영상물을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시각장애인에게는 영상이나 응원동작이 보이지 않는다. 청각장애인은 보청기를 낀 채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를 감당해내기 힘들다. 자막이 안 나오는 경우가 많고, 이번 야구 경기의 경우 자막이 나왔지만 흐릿해 잘 보이지 않는다. 팔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라면 격렬한 응원동작을 따라하기 힘들다. 장애의 정도나 종류는 제각각이지만 어떤 장애학우도 연고전을 그대로 즐기기에 힘들다. 장애학우들도 즐길 수 있는 연고전을 위해 이런 물리적인 배제성을 해결하라고 주장하기엔 그 정도가 엄청나게 다가와 “경기장이 오래돼서 그렇죠 뭐,  모든 게 충족되기 쉽나요”라는 김군의 말처럼 결국 체념하게 된다.

이런 문제점을 본다면 자칫 모든 책임을 시설의 문제로 돌리고 장애학우이기에 어쩔 수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장애학우들의 생각을 알고 싶어 우리대학교에 재학중인 4명의 장애학우들을 만나봤다. 그들은 각기 다른 장애를 가지고 있었지만 공통적으로 연고전에 참여해봤고 연고전을 즐기는 연세인이었다.(일반적으로 우리가 쉽게 하는 생각은 장애학우들은 연고전 폐지론자들이며 연고전에 참여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경기장의 시설과 교통수단의 불편함, 그리고 이 때문에 연고전에 참여하기 힘든지를 중점적으로 묻는 기자에게 그들은 뜻밖의 말을 했다.

“남들이 불편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움츠리게 돼요”라는 이주희양(신방ㄱ04)의 말처럼 장애학우들을 연고전에서 배제하는 것은 물리적인 배제성 그 자체보다는 물리적인 배제에서 오는 심리적인 문제가 더 크다. 먼저 앞서 말한 김군의 경기장에 들어가는 과정을 보면 다른 준비로 한창 바쁜 체육부원들의 도움을 받아 이동해야 한다. 체육부에는 현재 장애학우들의 이동을 위한 인력이 없다. 그러므로 장애학우의 입장에서는 정당한 권리 행사가 체육부의 입장에서는 ‘배려’라 되는 것이다. 이는 그 ‘배려’에 장애학우들은 ‘미안’함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 된다. 꼭 체육부원의 도움이 아니더라도 다른 비장애우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럴 때 장애학우는 연고전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위축감을 느낀다.(설사 친한 친구의 도움을 받는다 하더라도)

간신히 야구장에 들어가 겨우 자리를 잡고 영상을 본다. 연세대와 고려대가 서로를 장난스럽게 비하하는 영상에 모두가 웃는다. 하지만 영상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시각장애학우, 소리가 들리지 않는 청각장애학우는 도대체 왜 웃는지 알 수 없다. 이 때 장애학우들은 비장애학우들에 대해 소외감을 느낀다.

드디어 본격적인 응원을 시작한다. 장애의 정도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장애학우들은 응원을 잘 알지 못하고 따라하기 힘들다. 배울 기회도 적었거니와 격렬한 응원동작을 따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장애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어설픈 응원동작을 하다 보면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게 된다.

경기가 끝나고 기차놀이가 시작된다. 놀이든 반 강제적 약탈이든 판단하기 전에 기차놀이 자체는 “해보고는 싶었지만 이걸 참여했다간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김정호군(경영·02)의 말처럼 장애학우에게는 무서운 놀이다. 혹시나 기차를 천천히 달린다면 괜찮지 않느냐는 기자의 말에 김군은 “나 때문에 재미가 반감될 수도 있는데 그렇게 말하기는 힘들다”고 답한다. 또 한번 장애학우는 스스로 남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장애학우 배제적인 연고전에 대한 대안은 어디까지 논의돼왔을까. 대안은 과연 있는 것일까. 우리대학교 장애인권 동아리 게르니카는 오랫동안 어떻게 하면 장애학우들도 연고전에서 장애학우들도 연고전에서 ‘함께’할 수 있는지 고민해왔다. 새로운 놀이를 고민하는 등의 노력은 있지만 제각각 다른 사람들을 모두 충족시킬만한 대안 마련은 힘들다고 최상원군(심리·02)는 말한다. 고려대의 경우도 장애학우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응원을 만든다든지 장애학우들을 위한 수화공연을 하는 등 대안 문화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장애학우들의 반응은 “취지는 좋지만 과연 비장애학우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라는 최군의 말처럼 회의적이다. 수화공연 역시 공연자들의 순수한 의도였지만 청각장애인들이 이해하기 힘들었다는 평을 들었다.

“경기를 이해하는 건 애초에 포기했지만 같이 즐기고 함께 한다는 것이 좋다”는 이양의 말처럼 연고전은 장애학우, 비장애학우 할 것 없이 연세대 최고의 축제이다. 하지만 장애학우들의 반응은 “취지는 좋지만 과연 비장애학우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라는 최군의 말처럼 회의적이다.

장애인 스스로 자립할 수 없는 것은 사회적 시스템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탄탄한 제도 대신 장애인을 ‘배려’의 대상으로 보거나 심지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제도적인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장애학우들 역시 ‘함께’ 즐긴다는 것 자체가 힘든 상황에서 3~40명으로 추정되는 장애학우들을 위해 비장애학우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은 비장애학우와 ‘평등한 소통’을 하기 위한 노력이다.

“장애학우의 시각에서 만들어지는 연고전의 대안 문화가 필요하다”는 안티고연전 모임의 회원, 고려대 문민기군(한국사학·02)의 말처럼 노력없이 눈에 띌만한 대안을 모색하기보다는 서로의 눈높이, 어깨 높이를 맞추는 것이 우선이다. “게르니카의 목표는 장애학우들의 인권이 보장돼 게르니카가 해체되는 것”이라는 이양의 말처럼 연고전의 문제점을 공감하는 연세인의 목표는 ‘안티고연전’을 해체시키는 것으로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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