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영래의 일상

95학번 영래씨. 종강의 기쁨을 맞으며 그가 직행한 곳은 다름 아닌 당구장. 대학입학 후 경험한 당구는 그의 삶에 새로운 도전과제를 안겨 주었다. 그는 아직 30도 못 치는 초짜 중에 초짜. 아직은 큐대 잡는 것도 버겁지만 선배들의 현란한 당구 기술을 보며, 언젠가는 나도 저렇게 되야지 하는 꿈을 꾼다.

당구뿐만 아니다. 대학 입학 후 그에게는 익혀야 할 각종 ‘잡기’가 입시의 압박만큼이나 거세게 다가왔다. 탁구와 바둑은 이미 대학생이 갖추어야 할 지성이 되어 버렸다. 이런 ‘잡기’들에는 늘 항상 전설 같은 고수들이 존재하기 나름. 무협세계만큼이나 다양한 전설이 존재하는 이 세계에서 그는 아직 웅크려 있는 새끼용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이전의 존재했던 전설처럼 그의 이름도 회자될 날을 고대 하고 있다.

한편 요즘에 그가 특히 매진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통기타’. 그는 새터 첫날 통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던 선배의 우아한 자태(?)에 한눈에 반해 버렸다고 하는데. 기타 없이는 ‘작업’의 고수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단번에 간파한 영래씨는 그날 이후 기타에 남은 대학생활을 모두 바치기로 마음먹었단다.

그에게 고등학교 생활부터 꿈꿔왔던 대학의 낭만이란 게 사실 별 것 아니었다. 로맨스란 말도 그렇게 쉽게만 다가 오지 않는다. 그는 당분간 이 사소한 내기에 집착하고 유치한 놀이에 열광할 것이다. 하지만 젊음이 있기에 그는 그것만으로 즐거운 대학생활을 즐기고 있다.

2005년 남준의 일상

상큼한 05학번 남준씨. 그의 하루는 컴퓨터와 함께 시작한다. 그도 어엿한 대학생이 되었으니 뭔가 새로운 문화에 동참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요즘 대학생의 대세는 ‘싸이~’. 방명록에 답글 달고 일촌 홈피에 답방하면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얼굴본지 오래된 초등학교 동창들의 최근 모습도 ‘싸이질’ 몇 번이면 낯설지 않다.

수업이 끝난 후 그가 자주 가는 곳은 다름 아닌 PC방! 그의 삶은 컴퓨터 없이는 이어 나갈 수 없다. 하지만  PC방이라고 해서 다 같은  PC방이 아니다.  PC방에도 나름의 유행이 존재한다. 요즘 카트라이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오늘도 앙증맞은 가분수의 캐릭터가 그를 유혹한다.

하지만 PC방의 시대도 어느덧 사라지고 있다. 이제는 위닝일레븐이란 명품게임을 앞세운 플스방 또한 인기다. 그의 위닝 실력은 아직 초보수준. 하지만 사실적 그래픽과 정교한 컨트롤에 이미 반해 버렸다.

전자 게임이 지겹다 싶음 그가 자주 들리는 곳은 다름 아닌 보드게임방. 하지만 명심하라! 보드게임방에는 반드시 이성과 함께 가길 권한다. 동성의 집단, 특히 남성 집단이 보드게임을 즐긴다면 누군가의 비명 소리, 때론 붉은 피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과거보다 연애가 훨씬 자유로워지고 누구나 연애를 할 수 있을 정도의 분위기가 형성된 대학가에서 그에게 연애는 선택의 아닌 의무로 다가온다. 다음주에도 ‘민토’에서 미팅이 있다.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분위기가 아쉽지만, 그래도 여자친구를 사귀고 사귈 수만 있다면!. 속속 반에서 CC가 결성되고 싱글이 천대받을 때 느끼는 서러움을 생각하며, 그는 오늘도 작업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춘다. 그렇다. 바로 대학생활의 로망, '로맨스'. 그의 정신자세는 이미 사랑에 올인한 것이다.

시대가 변하고, 그에 따라 놀이 문화도 변하고 있다. 취업문제, 학점관리와 같이 우리를 우울하게 하는 것들도 있다. 하지만 바쁜 인생에서 잠깐의 여유도 필요한 법이다. 아직은 새내기인 우리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신촌거리를 방황한다. 자, 한번 놀아볼까!

/김남준, 김영래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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