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의 삶에 드리워진 차별을 읽다

마음 편히 몸을 누일 곳이 없다. 거리, 쪽방촌, 시설 안에서 삶을 살아가는 홈리스의 이야기다. 건강을 해치는 열악한 주거환경에서부터 물품 강제 폐기처분, 치료권 침해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일상을 들여다봤다.

 

홈리스, 오갈 곳을 잃었다

 

 

홈리스는 누구인가.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아래 노숙인 지원법) 2조는 노숙인 등을 일정한 주거지가 없는 자 혹은 주거의 적정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거주하는 자로 정의한다. 홈리스는 노숙인보다 더욱 포괄적인 개념으로, 거주 시설이 없는 이들을 포함 불안정한 주거환경에 놓인 모든 이들을 총칭한다. 우리신문사는 <관련기사 18591거리와 시설, 회전문 속에 갇힌 홈리스’>를 통해 홈리스의 주거 문제를 조명한 바 있다.

지난 2021525일 오후 5시경, 용산구 홈리스 텐트촌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 발생 당시 텐트 안에는 잠을 자고 있던 사람들이 있었다. 놀란 이들은 텐트를 찢고 맨발로 뛰쳐나와야 했다.

화재는 홈리스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드러냈다. ‘홈리스행동안형진 활동가는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임은 분명했다용산구청은 화재 이후 소극 행정으로 일관했다고 했다. 결국 텐트촌 주민들은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안 활동가는 그제야 용산구청이 텐트촌 주민들이 공공임대주택 입주 자격이 있는 주거 취약계층임을 인정하고, 텐트촌을 방문해 구체적인 입주 절차를 안내했다화재 피해 집중 구역 주민들은 현재 공공임대주택 입주 신청을 마친 상태라고 설명했다. 용산구청 관계자 A씨는 임대주택 신청 안내와 더불어 주기적으로 순찰을 나가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몇몇 주민들은 여전히 화재가 발생한 그 장소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홈리스 물품의 강제철거 및 폐기 조치는 홈리스에 대한 공권력의 인식을 드러낸다. ‘빈곤사회연대김윤영 활동가는 물품 폐기를 위한 법적 절차가 온전히 지켜지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67일 서울역 광장에서도 물품 폐기 조치가 비합법적으로 이뤄졌다. 행정대집행법, 도로법이 정하는 (노상)적치물 처리 절차에 명시된 사전 문서 계고, 수거 물품의 보관 등의 일반적인 법적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 안 활동가는 물품 폐기는 공공기관이 홈리스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여실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국도시연구소 김준희 책임연구원도 공공기관이 홈리스의 물품을 쓰레기처럼 여기는 것이라고 했다.

물품이 버려진다면 홈리스는 하룻밤 사이에 모든 자산을 잃고 길 위로 나앉아야 한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이가연 간사는 노숙용 텐트와 물품은 버려지기 일쑤이기에 물품 폐기는 폭염, 혹한 속에서 홈리스를 더욱 위험하게 만든다고 했다.

 

열악한 주거환경은 홈리스를 아프게 만든다

 

취약한 주거환경은 홈리스의 건강과 생명까지 취약하게 만든다. 김 활동가는 주거환경은 생명권과 직결된 문제라고 했다. 홈리스의 주거시설은 배수와 환기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 간사는 홈리스는 근골격계 질환이나 각종 세균과 질병에 쉽게 노출된다고 말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이서영 활동가도 곰팡이나 해충에 취약하다고 덧붙였다.

열악한 주거환경은 수면장애나 우울증으로도 이어진다. 홈리스는 움직임이 제한된 비좁은 공간에서 제대로 된 일조량조차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 책임연구원은 우울감을 음주로 덜어내며 알코올 중독에 시달리는 홈리스도 많다고 말했다. 김 활동가는 홈리스 중 호더가 많다며 이들의 정신건강을 설명했다. 호더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모아두는 강박장애를 지칭하는 용어다. 그는 홈리스는 주거 환경이 불안정하기에 언젠가를 대비해 많은 물건을 수집하게 된다고 했다.

비적정 주거의 홈리스는 신선식품 섭취도 어렵다. 냉장고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활동가는 음식물을 위생적으로 보관하기 어려워 상한 음식물을 섭취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거리 위 홈리스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지난 2021, 서울특별시가 조사한 거처유형·소득구간·수급여부별 식사 횟수결과에 의하면 거리 노숙인의 하루 평균 식사 횟수는 1.8회에 그쳤다. 이로 인한 영양 불균형은 당뇨와 기저질환 등을 동반하며 대사성 만성질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쉬운 발병, 어려운 치료

 

홈리스는 아파도 병원에 자유롭게 갈 수 없다. ‘노숙인 진료시설 지정제도때문이다. 노숙인 지원법 제122항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공립병원, 보건소 또는 민간의료기관을 노숙인 진료시설로 지정할 수 있다. 이 간사는 노숙인 진료시설 지정제도는 이름 그 자체에 차별을 담고 있다아플 때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지만 홈리스에게는 보장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기초생활수급자·의사상자·북한이탈주민 등 의료급여법이 정하는 의료급여수급권자 가운데 병원 이용에 제한을 두는 경우는 홈리스가 유일하다. 이들은 요양 병원에서 치료가 필요한 상황에도 병원에 입원하기 어렵다. 이 활동가는 노숙인 의료시설 지정제도로 홈리스가 입원할 수 있는 요양 치료 기관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간단한 진료나 검사를 받기 위해 서너 시간 넘는 시간을 써야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노숙인 진료시설 대부분이 2차 병원(종합병원)인 탓이다. 동네 병·의원과 같은 1차 병원은 포함되지 않는다. 안 활동가는 홈리스는 대체로 소득이 없어 통원 자체가 곤혹스러운 일이다시립동부병원에 내원했다가 차비가 없어 용산역까지 2시간 50분이 걸리는 10km 거리를 걸어온 분도 있다고 했다.

수도권은 그나마 상황이 괜찮은 편이다. 전국 286개의 지정 진료시설 중 32%의 진료소가 수도권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광주광역시나 세종특별자치시 등의 경우 진료시설이 전무한 실정이다. 이곳에 머무는 홈리스는 더 큰 차별을 감내해야 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로 상황은 더 나빠졌다. 몇 안 되는 홈리스 진료시설이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안 활동가는 지난 2021년 말 기준, 서울 시내 병원급 이상 노숙인 진료시설은 모두 10곳이었는데 이 중 9곳이 감염병 전담병원이었다고 했다. 당시 서울 내 홈리스가 이용할 수 있는 응급실은 보라매병원뿐이었다. 이 간사는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 없이 이뤄진 보건복지부의 병상 비우기는 홈리스의 의료접근권을 앗아갔다고 말했다. 안 활동가는 전국에서 노숙인 진료시설이 가장 많은 서울이 이 지경이었으니 그 외 지역은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자가 치료 방식 역시 홈리스에게는 난관이다. 감염병 확산 증세가 가팔라지며 입원 치료가 아닌 재택 치료가 원칙이 됐다. 하지만 홈리스는 대부분 개인 공간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치료할 수 있는 자택이 없거나, 있더라도 치료 환경으로는 적절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길이 없는 셈이다.

문제는 치료 이후에도 이어진다. 안 활동가는 홈리스는 치료 후 거리나 쪽방 등 열악한 거처로 돌아간다고 했다. 이 활동가는 결핵을 이야기했다. “결핵은 영양상태가 부실하거나 면역력이 약해졌을 때 걸리는 질병이다. 결핵을 치료받고 주거환경으로 돌아가셨다가 다시 결핵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여전히 질병을 유발하는 주거환경에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차별 없는 노숙인 지원법을 위해

 

노숙인 지원법의 개선이 필요하다. 노숙인 지원법 제1013호와 4호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홈리스의 주거생활을 위해 임대주택의 공급, 임시주거비 지원을 규정한다. 하지만 김 책임연구원은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임시주거비 지원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항들이 모두 임의 규정이기 때문이다. 이 간사는 필수 서비스 제공을 강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정부와 지자체는 책임을 서로 미루고만 있다고 했다.

지원 소관 역시 문제다. 현재 홈리스 지원체계의 주무 부처는 보건복지부다. 그러다 보니 주택 공급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의 역할이 미흡하다. 반면 미국, 영국의 경우 홈리스 정책을 주택 관련 부서에서 주관한다. 김 책임연구원은 보건복지부에서 주택 관련 복지를 도맡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국토교통부의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고 했다.

도움이 필요한 홈리스가 먼저 정부에 지원을 요청할 수도 없다. 노숙인 지원법의 경우, 별도의 신청권이나 이의신청 절차를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복지 대상자가 주체가 되지 못하는 셈이다. 김 책임연구원은 그 기저에는 홈리스에 대한 낙인이 깔려있다이들이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없다고 전제한다라고 말했다.

시설 중심의 주거지원이 주거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노숙인 지원법은 시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시설이 개별적인 개인의 권리와 존엄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관련기사 18947‘[르포] 다시 일어서는 이야기, ‘빅판동행기’> 이에 김 책임연구원은 시설은 단기적인 대책이지, 장기적인 지향점이 돼선 안 된다공공임대주택을 비롯한 주거 중심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도의 변화와 더불어 이들을 향한 편견이 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를 위해선 홈리스홈리스가 아닌 시민의 권리가 서로 다르지 않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김 활동가는 말했다. “도시가 고급화되며 그곳에서 사라지는 사람들을 생각해야 한다. 인위적인 공간 변형에 포함되지 못한 사람들이 그 공간에 머무는 게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이 굳어졌다. 쫓겨난 사람들은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중산층에서부터 노점상, 홈리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누군가의 문제와 사회적 결과는 타인과 떨어져 있지 않다. 집을 잃고 헤매는 홈리스와 내가 버거워하는 집값, 주거환경은 연결된 문제다.”

 

변화는 집으로부터 시작한다. 김 책임연구원은 신체적, 사회적 관계와 회복은 모두 주거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홈리스의 시선에서, 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김 활동가는 홈리스의 존재 자체가 주거 보장의 취약함을 보여준다적절한 주거를 제공하고 공급할 책임은 국가와 사회의 몫이다고 말했다.

 

글 김혜진 기자
hjkim01091@yonsei.ac.kr

<사진 제공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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