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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와 시설, 회전문 속에 갇힌 홈리스홈리스 정책, 시설에서 주거 중심으로 전환돼야
  • 정영은 기자
  • 승인 2020.09.27 21:04
  • 호수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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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시설에서 나가래요” 지난 2월 수원의 한 노숙인자활시설이 노숙인에게 퇴소를 요구해 논란을 샀다. 외부에서 일을 하는 노숙인에게 코로나19 전파 우려를 이유로 일을 그만두거나, 시설에서 나갈 것을 권고한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됐지만, ‘집’이 없는 이들은 편히 머물 곳이 없다.

‘집’이 없는 이들, 홈리스
복지제도로부터 소외돼

홈리스란 말 그대로 집이 없는 이들을 뜻한다. 우리나라 법률은 홈리스를 ‘노숙인 등’으로 표현한다.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노숙인 복지법」) 제2조는 노숙인 등을 ▲상당한 기간 동안 일정한 주거가 없는 사람 ▲노숙인시설을 이용하거나 상당한 기간 동안 노숙인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 ▲상당한 기간 동안 주거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이라 정의한다. 즉 거리노숙인뿐 아니라 시설이나 비주거시설에서 지내는 이들 역시 홈리스에 속한다.

그러나 정부의 홈리스 정책 대상은 대부분 거리노숙인과 시설노숙인으로 한정된다. 지난 2016년 보건복지부의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는 ▲거리노숙인 ▲시설노숙인 ▲쪽방주민을 조사대상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홈리스 수는 1만 6천516명이다. 이 중 노숙인이 1만 875명(거리노숙인 1천246명, 시설노숙인 9천629명), 쪽방주민 5천641명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고시원, 찜질방 등 취약거주시설에서 지내는 이들까지 대상에 포함한다면 홈리스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한국을 방문한 레일라니 파르하(Leilani Farha) 유엔 주거권 특별보고관은 “비닐하우스나 움막 같은 비공식 거처와 고시원, 쪽방, 컨테이너 등 적정수준에 미달하는 거처에 거주하는 사람들까지 포함할 경우 한국의 홈리스 수는 26만 2천여 명에 달할 것”이라 밝혔다.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실질적인 홈리스가 많을 것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때로는 오히려 거주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홈리스가 복지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5월 홈리스를 고려하지 않은 재난지원금 지급 사례가 있다. 당시 홈리스행동을 포함한 4군데 노숙인 지원단체가 노숙인 1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재난지원금을 받은 노숙인은 11.8%에 불과했다. 미신청 사유로는 ‘거주불명등록자라서(23%), 신청방법을 몰라서(26%)’등이 있었다. 실제 서울시의 ‘재난 긴급생활비 지원 업무매뉴얼’에는 ‘노숙’이나 ‘거주불명등록’에 관한 언급이 없다. 이에 대해 서울시청 자활지원과 이진산 주무관은 “인위적으로 홈리스를 배제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재난지원금과 같은 특수한 경우뿐 아니라, 일반적인 복지 제도에서도 홈리스는 제외되기 십상이다. 황성철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한국의 복지지원제도는 주소지가 있음을 전제로 한다”며 “기초생활보장제도 역시 주소지가 있어야 신청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초생활보장제도란 생계유지가 어려운 취약계층에게 정부가 급여를 지급하는 사회보장제도의 일종이다. 그러나 수급 조건을 만족하더라도 일정한 거주지가 없으면 신청할 수 없다. 거리나 여관, PC방, 사우나 등에서 지내는 노숙인은 기초생활보장제도에 신청할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는 셈이다. 이렇게 우리 사회에서 ‘홈’은 물리적 공간을 넘어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시설 아닌 집”

현재 우리나라 홈리스 정책은 주거가 아닌 시설 위주로 설계돼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우리나라 노숙인 자활·일시보호·재활·요양 시설은 119개다. 전체 홈리스 1만 6천516명 중 58.3%인 9천629명이 시설에 거주하고 있다. 이 주무관은 “홈리스 주거지원 사업이 현행법 하에 진행되다 보니 시설 중심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노숙인 복지법」 제10조에서 ‘노숙인복지시설에 의한 보호’를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법률적 제약이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시설은 홈리스 문제의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다. 시설에서의 표준화된 생활은 개인적인 삶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거리노숙인들은 생활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주된 이유로 ‘단체 생활과 규칙 때문에’(31.2%)를 꼽았다. 또 시설은 홈리스의 궁극적인 자활을 돕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홈리스에게 주거공간이 마련되지 않으면 시설과 거리를 오가는 회전문 현상이 반복된다. 실제로 2015년 한국도시연구원에 따르면 만기 퇴소한 노숙인의 72%, 탈노숙인의 42%는 노숙인복지시설로 재입소했다.

홈리스 주거사업을 담당하는 복지사가 부족해 사후관리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서울시에서 임시주거사업을 담당하는 사회복지사는 8명에 불과하다. 임시주거사업을 이용하는 인원이 900명임을 고려하면 한 명당 약 112명의 홈리스를 담당하는 셈이다. 이 주무관은 “사회복지사 한 명이 담당하는 인원이 많아 애로사항이 있다”며 “그러나 예산이 한정돼있어 사회복지사를 늘리면 지원 가능한 홈리스 인원이 줄어든다”고 밝혔다.

이에 홈리스 정책을 기존의 시설 중심에서 벗어나 주거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홈리스에게 영구적인 주거 공급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황성철 홈리스 행동 활동가는 “주거권이란 물리적·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라며 “홈리스(Home-less)란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주거불안정 계층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주거문제”라고 강조했다.

현재 홈리스가 기댈 수 있는 주거지원은 공공임대주택이 유일하다. 국토교통부의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업무처리지침’에 따르면 전체 매입·전세임대주택 공급물량의 15%의 범위를 주거취약계층에게 공급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2017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13~2016년간 공급한 임대주택 14만 9천713호 중 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으로 제공된 주택은 2.2%에 불과했다.

또한 홈리스 주거 지원 정도는 지자체별로 천차만별이다. 주거 지원이 지자체 재량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서 생기는 문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8년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정책 성과평가’에서 지자체 노숙인 주거지원사업을 분석한 결과 광역자치단체 간 격차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100점 만점에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곳은 91점이었지만, 최저는 0점이었다. 보고서는 “다수의 광역자치단체가 주거지원사업에 대한 관심도가 매우 낮다”며 “중앙정부 사업 일부를 대행하는 소극적 태도에 기인하는 현상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이에 황 활동가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책임 전가를 막기 위해서는 서로의 역할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핵심은 ‘주거 마련’
경제적 자립을 위한 일자리 마련도

홈리스에게 필요한 건 안정적인 주거공간과 더불어 자립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다. 지난 2016년 보건복지부의 ‘노숙인 등 실태조사’에 따르면 미취업자가 64%로 가장 많았고, 자활근로·공공근로·노인일자리가 21.1%, 임시·일용직이 12%로 뒤따랐다. 2016년 대전복지재단의 연구에 따르면 근로활동을 하는 노숙인의 근로소득은 월 10~20만 원의 소득분포가 가장 많았다. 경제 능력이 전혀 없는 홈리스에게 주거공간만 제공하는 것은 한시적인 정책에 머물 우려가 있다.

현재 지자체는 홈리스를 대상으로 공공일자리 사업을 시행 중이다. 시설노숙인과 쪽방 주민을 포함한 홈리스의 근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지난 2월 서울시는 2020년 홈리스 대상 목표 일자리를 2천750개로 설정했다. 이 주무관은 “시설에 입소한 분들 중 실질적 근로 활동이 가능한 인원을 고려해 일자리 수를 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공공일자리 사업이 ‘쪼개기 노동’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5월 서울시가 노숙인 근로시간을 감축을 발표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일자리 수를 늘리는 데에만 급급해 정작 일자리 하나하나의 질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피할 수 없다. 이 주무관은 “예산 부족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며 “현재 추경을 통해 예산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황 활동가는 “현 일자리사업은 홈리스를 불안정·저임금 일자리로 몰아넣는다”며 “부실한 공공일자리 개선과 확대가 중요한 의제”라고 덧붙였다.

주거는 우리의 삶에서 필수적이다. 홈리스에게 시설은 결코 집이 될 수 없다. 홈리스가 마음 놓고 정착할 수 있는 주거를 마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나아가 홈리스가 지역에서 자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근본적인 정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 정영은 기자
eh5586@yonsei.ac.kr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정영은 기자  eh5586@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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