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벌어진 학습 격차 해소해야

1년 넘게 이어지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로 대한민국은 올 스톱됐다. 교육 현장도 그 여파를 피해갈 순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상황 속에서도 아이들이 공부의 끈을 놓지 않도록 고군분투하는 곳이 있었다. 바로 지역아동센터다.

 

코로나19의 그늘 속
커지는 학습 격차

 

코로나19로 인해 교육 불평등이 심화했다. 지난 4월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YTN과 전국 8개 시도 내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2020학년도 1학기 학업 성취도를 이전 연도와 비교해 분석한 결과 중학교에서는 중위권이 줄고 상·하위권이 늘어난 학력 양극화, 고등학교에서는 중위권과 상위권이 줄고 하위권이 늘어나 학력 저하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밝혀졌다. 경남대 교육학과 김성열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상위권과 하위권의 비율은 늘어나고 중위권의 비율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는 공교육이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탓이다. 비대면 학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학교는 교육 및 돌봄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 426일부터 55일까지 교원 7991명을 대상으로 벌인 40회 스승의 날 기념 교원 인식 설문조사(아래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85.8%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교육 활동 과정에서 어려움이 커졌다고 답했다. 고려대 교육학과 홍후조 교수는 등교 일수가 줄어 학생이 자신의 학습 정도를 확인하는 기제가 없다학생들 스스로가 학습 의지가 약하고 학교에서도 일일이 챙기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교원들은 특히 취약계층 학생들이 큰 어려움을 겪어 교육 격차가 심화했다고 밝혔다. 설문조사에서 교원들은 코로나19 이후 공교육이 봉착한 문제점으로 취약계층의 학습 결손 및 교육 격차 심화 학력 저하 및 기초학력 미달 학생 증가를 꼽았다.

코로나19 이후 취약계층이 교육에서 특히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비대면 교육이 가정환경에 더욱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비대면 교육 상황이 지속되며 집중력이 낮은 아이들은 부모의 집중적인 관심과 원격 학습을 위한 충분한 기기와 환경이 필요했다. 그러나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 아이들은 가정의 도움을 받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원격 학습을 위한 기기를 구매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김성열 교수는 비대면 수업의 장기화로 가정환경이 학습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전종설 교수도 특히 저학년의 경우 온라인 학습 시 부모님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저소득층 아이들의 부모는 대부분이 집에서 아이들을 보살피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공교육에서 영어를 처음 배우는 초등학교 3학년 1학기 교과서의 1단원은 알파벳을 가르치도록 돼 있지만, 대부분 선행학습을 받았다는 전제하에 이를 건너뛴다. 이에 따라 영어를 미리 배울 기회가 없는 취약계층 아이들은 아무런 기초도 없이 회화부터 시작하게 된다.
▶▶공교육에서 영어를 처음 배우는 초등학교 3학년 1학기 교과서의 1단원은 알파벳을 가르치도록 돼 있지만, 대부분 선행학습을 받았다는 전제하에 이를 건너뛴다. 이에 따라 영어를 미리 배울 기회가 없는 취약계층 아이들은 아무런 기초도 없이 회화부터 시작하게 된다.

 

취약계층 아이들의 유일한 학원
그 현장으로 가봤더니

 

실제로 기자들이 방문한 지역아동센터에서는 코로나19 이후 벌어진 교육 격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이미 존재했던 교육 격차가 코로나19로 인해 더 심화된 양상이 보였다.

지역아동센터는 아동복지법52조에 따라 아동의 학습 능력 제고 및 정서 함양을 목적으로 한다. 중앙지역아동센터 소속 사회복지사 이애경씨는 지역아동센터는 가정에서 돌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오는 돌봄 기관이라며 사정상 학원에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의 교육을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은 취약계층 아이들이 자원봉사자 선생님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유일한 학원인 셈이다. 사실 원래도 지역아동센터는 학습 소외가 가시화되는 공간이었다. 이곳을 찾는 아이들의 대부분이 사교육의 혜택을 누리지 못할뿐더러 부모의 관심도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자들이 지역아동센터에서 만난 민수(가명)와 유나(가명)도 학원을 가는 대신 이곳에서 대학생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공부하고 있으나, 학습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중학교에 입학한 민수는 알파벳 ‘b’‘d’를 헷갈려 했다. 공교육에서 영어를 처음 배우는 초등학교 3학년 1학기에 알파벳을 배워야 했지만, 학교에서는 모두가 선행 학습을 받았다는 전제하에 이를 건너뛰었다. 민수처럼 영어를 미리 배울 기회가 없는 취약계층 아이들은 아무런 기초도 없이 회화부터 공부를 시작하게 된다. 김성열 교수는 취약계층일수록 사회·경제·문화적 자본이 모두 부족해 교육 격차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원래도 벌어져 있던 격차는 코로나19 이후 공교육이 부재한 상황에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 2020년 정부의 휴원 권고에 따라 지역아동센터가 오랫동안 문을 닫은 때였다. 아이들은 비대면 수업에 집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유일한 학원마저 문을 닫아 그 어디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공교육이 부재한 동안에도 과외나 학원을 통한 사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아이들은 앞서나갔지만, 취약계층 아이들은 멈춰있어야만 했다.

그나마 올해 지역아동센터가 다시 문을 열어 아이들의 학습을 관리하고 있지만, 이것도 한계가 있다. 비대면 수업이 이뤄지는 동안 아이들의 학습 습관은 완전히 무너졌다. 제자리걸음도 아닌 뒷걸음질을 한 것이다. 이씨는 아이들이 센터에 오지 않는 동안 공부하는 법을 전부 잊어버렸다고 설명했다. 한양대 교육학과 임수현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기존 교육 격차와 더불어 새로운 격차가 추가로 발생할 우려가 있다초등학생의 경우 원격수업을 듣거나 자기 시간을 관리하는 데 있어 부모가 집에 있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격차가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민수는 온라인 수업을 하는 동안 몰래 게임을 할 수 있어 좋다, 유나는 온라인 수업을 켜놓기만 하고 누워있다고 전했다.

 

학습 격차 해소해 줄
치료제학습 백신필요해

 

이처럼 교육 현장에서 격차는 눈에 띌 정도지만, 이에 대한 실태조사조차 미흡한 상황이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실에 따르면 교육부 등 교육기관 20곳 중 교육 격차 실태를 파악한 곳은 서울교육청 등 4곳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모두 시·도 교육청의 주도로 이뤄졌고, 중앙행정부처인 교육부, 국가교육회의,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의 관련 연구는 전무했다. 교육 격차가 국가적 문제라는 인식이 없었던 것이나 다름없다. 이 의원은 코로나19로 인한 교육 격차를 실증하고 원인을 제대로 규명해야 맞춤형 처방이 가능하다실증 분석을 하지 않은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13개 시·도교육청은 여러모로 아쉽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 또한 코로나19 이후 교육 격차가 얼마나 심화됐는지 검증하기 위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태조사 이전에 이미 심각해진 학습 격차를 지금 당장 해소하기 위한 치료제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역아동센터 현장 관계자들은 아이들의 학습을 지원해주는 자원봉사자들을 확충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호소한다. 전 교수는 코로나19 이전보다 지역아동센터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대일 수업이 어려워 단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학습 보충의 구멍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아동센터 센터장 A씨는 학습 지원을 해주는 자원봉사자들이 늘어난다면 취약계층 아이들의 학습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대학생들이 많이 와서 아이들의 학습을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취약계층 아이들을 지원하는 지역사회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역아동센터가 부모의 역할을 도맡아 하는 만큼 이에 대한 지원도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김형모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지역아동센터는 추가적인 예산을 지원받지 못해 원격 학습을 지원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인건비를 올리거나 원격 학습을 지원하는 돌봄 교사를 추가로 배치하는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학습 소외를 면역할 백신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한다. 교육 격차가 발생하기 전에 학습에서 소외된 아이들을 관리·감독하는 예방책이 갖춰져야 한다는 뜻이다. 임 교수는 진단평가 등의 방법을 통해 학교가 학습이 부진한 학생을 추가로 지원해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열 교수 역시 가정환경의 차이가 학습 격차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학교가 취약계층 아동에 대한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민수와 유나가 다른 아이들과 영영 다른 세계에서 살도록 방치할 수 없다. 코로나19 이후 점차 심화하는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선 사회적 관심이 모아져야 한다.

 

글 김예서 기자
kimyeseo1@yonsei.ac.kr

정효원 기자
remiwon@yonsei.ac.kr

사진 윤수민 기자
suminyoon1222@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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