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배우가 오스카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 4월 25일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윤 배우는 1980년대 한인 가족의 미국 정착기를 다룬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한국 배우로는 처음이고 아시아계에서는 역대 두 번째 수상이다. 

윤 배우는 수상 소감에서 “저는 한국에서 왔고 이름은 윤여정이다. 유럽분들은 제 이름을 ‘여영’이라고 하거나 ‘유정’이라고 부르는데 모두 용서해드리겠다”고 재치있게 말했다. 시상식 후에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는 최근 아시아 영화의 약진과 할리우드의 다양성 확대에 관한 질문에 “사람을 인종으로 분류하거나 나누는 것은 좋지 않다”며 “무지개처럼 모든 색을 합쳐서 더 예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하고 백인과 흑인, 황인종으로 나누거나 게이와 아닌 사람을 구분하고 싶지 않다”며 “우리는 따뜻하고 같은 마음을 가진 평등한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를 끌어안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윤 배우의 여우조연상 수상뿐 아니라 중국 출신 클로이 자오(Chloe Zhao) 감독이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했다. 연기상 후보도 다양해져 전체 20명의 남녀 주연상과 조연상 후보 중 절반이 유색인종이거나 비미국권 배우였다. 2020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을 휩쓴 데 이어 올해도 백인 위주로 폐쇄적이었던 아카데미 시상식의 변화는 환영할 만하다. 미국에서 아시아인을 향한 혐오 범죄가 급증하며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관련기사 1869호 11면 ‘애틀랜타 총격 사건을 혐오범죄의 반면교사 삼아야’> 이러한 가운데 ‘화이트 오스카’란 오명을 벗고 그간의 불명예로부터 탈피하길 기대한다. 

윤 배우는 한국인을 비롯해 세계인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그녀의 오스카상 수상을 축하한다. 이번 수상이 영화계에 새로운 바람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더불어, 계속되고 있는 인종 차별과 혐오를 뛰어넘어 차이를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연대의 물결이 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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