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청년 정치, 돌파구는 무엇인가

‘청년 정치인’


두 단어의 조합은 조금 생경하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 주변에서 청년 정치인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우리신문사는 지난 6·13 지방선거에 출마한 고은영 전 제주도지사 후보(34), 여선웅 전 강남구의원(36), 주무열 현 관악구의원(36)을 만나 ‘청년 정치의 현실’을 주제로 대담했다.

 

▶▶고은영(34) 前 제주도지사 후보. 1985년 10월 15일 출생해 現 제주녹색당 공동운영위원, 現 제주 KBS 시사토크쇼「우영팟」고정 패널로 활동 중이다.

 

▶▶주무열(34) 現 관악구의원. 1985년 1월 20일 출생해 前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장, 前 더불어민주당 2030청년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 여선웅(36) 前 강남구의원. 1983년 9월 3일 출생해 前 문재인 대선 후보 청년특보로 일했다. 現 일자리위원회 청년TF 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Q. 이번 6.13 지방선거에 후보자로 출마했다. 출마를 결심한 이유가 궁금하다.

: 강남의 변화를 이끌어나가기 위해 출마했다. 강남은 지난 23년간 민주당 출신 구청장을 배출한 적이 없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20년 넘게 굳건했던 보수당의 아성이 점차 무너지고 있다. 강남은 ‘새로운 사람’을 원했고, 본인이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 청년 문제를 해결하고자 출마했다. 오늘날 청년은 일자리·복지 등 사회 다방면에서 소수자성을 띤다. 그러나 청년을 위한 별도의 예산은 존재하지 않는다. 관악구 전체 인구 중 40%가 청년이지만, 이들에게 할당된 예산은 1년 예산의 1%도 되지 않는다. 이는 예산 설계·집행 과정에 청년층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청년 정치인의 부재’가 만든 비극이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싶었다.

: 제주를 사랑해서다. 지난 2014년 제주로 이사 온 뒤 제주가 안고 있는 문제가 눈에 들어왔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 문제’, ‘곶자왈 난개발 문제’ 등을 청년의 시각에서 바라보며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정치에 뛰어들었다.

 

Q. 청년 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 느낀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인가.

: 이번 선거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구청장 하기엔 너무 어리네’다. 한국 정치는 ‘어린놈’에게 기회도 안 준다. 축구에 비유하겠다. 축구 경기는 공을 잡아야 드리블도 치고 슛도 때린다. 그런데 청년 정치인은 경기를 뛸 기회조차 드물다. 시쳇말로 ‘벤치만 달구는 선수’인 셈이다. 주전은커녕 후반 막판 교체 출전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 ‘정치 신인’ 꼬리표 극복이 가장 어려웠다. 기성 정치인은 십수 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정치 활동을 지속해왔다. 본인들 지역구를 돌며 동호회 모임부터 종교 행사까지 참석한다. 청년이 아무리 열심히 활동해도 정치 경력은 이미 격차가 벌어진 지 오래다. 청년정치인이라면 누구나 절실히 공감할 것이다.

: 돈, 돈이 제일 힘들다. 우리나라에서 선거 출마는 곧 돈이 든다는 뜻이다. ‘금수저’가 아닌 이상, 청년이 정치에 뛰어들기는 무척 어렵다. 일전에 제주에서 열린 ‘제주청년정치인토크쇼’의 진행을 맡아 각기 다른 정당의 청년 정치인들과 지방선거를 주제로 토론했다. 바른미래당원 한 분이 선거 운동 당시 기탁금 절반을 당에서 지원받았는데, 나머지 절반을 채우려고 그동안 모아둔 자금을 다 썼단다. 결과는 낙선이었다.

 

Q. ‘경험 부족과 어린 나이’라는 꼬리표는 어떻게 극복했나.

: 존재감을 내보였다. 국가대표 선수도 실력을 증명하지 못하면 최종명단에 안 뽑히지 않나. 정치도 마찬가지다. 본인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현대백화점 본점 옆 공영주차장 특혜시비를 공론화한 적 있다. 공론화 이후에는 언론 보도와 경찰 수사가 이어졌다. 강남구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하기도 했지만 결국 강남구 비리로 밝혀져 관련자가 처벌받았다. 이후 나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이 바뀌었다. "나이는 어린데 실력 있네”로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

: 기존 정치인과 차별점을 두고자 했다. 기존 정치인들은 타성에 젖어 새로운 정치 아이템을 발굴하는 데 소극적이다. 그들이 다루지 않는 정치적 어젠다가 내 무기다.
현재 지역주택조합사업*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역조직을 운영 중이다. 주민들은 그동안 지역주택조합이 상가를 허물고 아파트를 짓겠다고 한 것에 불만을 표출했다. 내가 지역 조직을 결성하자 지역 주민들이 적극 동조했다. 조직을 모두 꾸린 후에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서 격주마다 회의를 하고, 공청회를 준비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하나의 정치적 어젠다를 가지고 주민과 함께하고자 했다.

 

Q. 금전적 어려움은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하다. 또 자금난에 시달리는 청년 정치인을 도울 방법이 있나.

: 돈 문제는 방송 출연으로 일정 부분 해결했다. KBS 제주 시사토크쇼의 고정 패널로 활동하며 출연료를 받았다. 많지는 않지만 생활을 영위할 정도는 된다. 정치 하나로도 잘 먹고 살 수 있단 것을 청년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 선거공영제로 선거 비용은 보전받는다. 하지만 선거 운동 과정에서 쓰인 부수적인 비용은 보전되지 않는다. 적잖은 액수를 차지한 것이 바로 ‘선거사무소 임대료’이다. 선거사무소 임대료를 지목한 이유는 이렇다.
선거 운동 과정에서 후보자들은 현수막을 이용한다. 그런데 현행법상 선거 현수막은 선거사무소 외벽에만 설치할 수 있다.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선거사무소를 차리는데, 이때 임대료가 상당하다. 선거 현수막을 선거사무소가 아닌 곳에도 설치할 수 있게 법을 개정해야 한다.

: 선거기간 외의 홍보비용은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이를테면 선거 현수막을 설치할 때 크레인을 불러야 하는데, 장비 대여료와 기사 일급만 합쳐도 상당한 액수다. 기타 부대비용까지 포함하면 홍보비는 곱절로 늘어난다. 그런데 홍보비는 선거 비용 보전 대상이 아니다. 결국, 열심히 일하려는 정치인에겐 정치후원금이 필요하다. 정치후원금을 얻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후원회** 개최다. 하지만 현행법상 후원회는 기초단체장급 이상과 국회의원만 개최할 수 있다. 법을 개정해 기초의원도 후원회를 둘 수 있게 해야 한다.

 

Q. 최근 청소년의 정치 참여가 화두로 떠올랐다. 일각에선 청소년의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해 선거권자 연령 제한 하향을 주장하기도 한다. 청소년의 정치 참여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 주권자가 정치에 참여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입후보하거나 선거 캠프에 참여하는 것도 정치 참여다. 정치이론을 교육받고 정당 활동을 하는 것도 정치 참여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꼽으라면 ‘투표’를 선택하겠다. 민주주의는 결국 선거로 이뤄진다. 교육과 제도도 중요하지만, 좋은 후보를 뽑는 법과 좋은 유권자가 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이 최우선으로 요구된다. 투표야말로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정치 참여이기 때문이다.

: 우리는 청소년에게 ‘결사의 자유’를 가르쳐야 한다. 예전에 학생 한 명을 가르친 적 있다. 그 학생이 학생회장 선거에서 티슈를 뽑으면서 학생들에게 “(티슈처럼) 저를 뽑아주세요”라고 말했단다. 대한민국 청소년이 누리는 결사의 자유가 딱 이 정도다.
학생회장 그리고 더 나아 학생회라는 조직은 분명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집단이다. 이들이 얼마나 끈끈하게 결사돼 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3.1운동, 6월 혁명 등에서 결사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자유와 권한을 청소년에게 줘야 한다.

: 청소년 정치 참여 확대의 핵심은 선거 연령 인하다. 지난 9월 제주에서 ‘제2회 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제1회 때 참여한 인원 중 70% 이상이 청소년이었다. 행사 도중 1천 명 정도가 행진했는데, 이들 모두가 성 소수자였을까. 물론 성 소수자도 있었겠지만, 퀴어축제에 동참한 청소년이 더 많았으리라 본다. 대한민국 그 어떤 세대가 이런 모습을 보였나. 이전 세대가 분명 경험하지 못한 행동이고, 상상하지 못한 인권 감수성이다. 지금의 청소년은 충분히 행동할 수 있다. 청년들의 정치적 메시지가 자유롭게 터져 나올 수 있도록 기성세대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Q. 오늘날 청년들은 ‘정치가 친숙하지 않다’고 말한다. 정치가 청년의 일상이 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 정치는 우리 삶 곳곳에 영향을 미치지만, 개인이 이를 체감하기 위해선 특별한 계기가 필요하다. 정치의 영향력과 필요성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정치의 필요성을 느낄 기회가 부족한 사회에서 청년들에게 정치 참여를 요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 두 가지 방안이 있다. 우선 공교육을 통한 정치교육 활성화를 꼽을 수 있다. 정치제도에 대해 배우거나 청소년이 노조를 만드는 등의 정치교육을 의미한다.
다음은 반(反)정치주의 타파다. 반정치주의는 ‘정치혐오’로 요약 가능하다. 정치적 선택이 필요한 순간에 이를 회피하는 것이다. 선택 자체를 피하는 셈이다. 이런 식으로는 생산적인 결과물이 나올 수 없다. 이는 정치 본연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겨난다. 두 걸음 나아가고 한 걸음 뒷걸음질 치는 것이 바로 정치의 특성이다. 이 특성을 이해해야 반정치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반드시 이를 고쳐야 생산적인 정치 담론을 이어갈 수 있다.

: 교육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은 현실 정치를 다루는 내용이 전혀 없다. 물론 정치의 역사·기능·사상 같은 정치이론 교육도 중요하다. 하지만 시민권·노동권·평등의식·인권 등의 현실 정치 교육도 요구된다.
현재 속해있는 지역에서 정치에 참여해보는 것도 괜찮다. 청년은 동네 자치에서 현실정치를 가장 쉽고 빠르게 참여할 수 있다. 도청 홈페이지에 접속해 공지사항을 확인하는 것도 정치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본인도 그렇게 정치를 시작했다.

 

 

*지역주택조합사업: 동일한 특별시, 광역시, 시 또는 군에 거주하는 소형주택 소유자(전용면적85m2 이하) 및 무주택 서민의 주택 마련을 위한 제도이다. 서울특별시 낙성대동이 지역구인 주 의원이 ‘지역주택조합 반대추진위원회’를 조직해 반대 투쟁 중이다.

**후원회: 「정치자금법」 제3조 제7호 규정에 의하여 정치자금의 기부를 목적으로 설립·운영되는 단체로서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단체.

 

 

 

연세춘추 사회부 심층취재단

글 정준기 심층취재장
joonchu@yonsei.ac.kr
강우량 기자
dnfid0413@yonsei.ac.kr
김민정 기자
whitedwarf@yonsei.ac.kr
박윤주 기자
padogachulseok@yonsei.ac.kr
채윤영 기자
hae_reporter@yonsei.ac.kr

사진 박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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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원 기자
yuncw@yonsei.ac.kr

<자료사진 여선웅 전 강남구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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