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은 어떻게 한국 정치에서 배제됐나

20대 국회에서 2·30대 청년 국회의원은 단 3명이다. 대한민국 유권자의 약 35%가 청년이지만 국회 의석 중 1%만이 이들의 몫이다. 청년유권자가 정치에 등을 돌린지도 오래다. 권리와 의무만 강조하는 논리로는 정치에 대한 청년의 관심을 되살리기 역부족이다.

 

기성세대를 위할 뿐인 선거제도
청년에게 지역구 대표 자리는 그림의 떡

 

정치계에서 청년을 찾기는 어렵다. 이는 현행 선거제도가 기성세대에 유리하게 설계된 탓이다. 「공직선거법」(아래 「선거법」)은 피선거권 행사 연령을 만 25세 이상으로 제한한다. 선거권 행사 연령이 만 19세 이상인 점과 모순된다.

피선거권 연령 제한은 시작에 불과하다. 국회의원 대다수는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로 선출하는데 정계에 발을 갓 들인 청년에게는 불리한 방식이다. 비례민주주의연대 강지헌 운영위원은 “1등만을 뽑는 제도에선 인지도 높고 재력 있는 사람이 뽑히기 마련이다”이라며 “청년들은 사회적 명망을 쌓을 시간도, 자신을 홍보할 재력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대 총선에 출마한 934명 중 40대 미만 후보자는 70명뿐이었고, 당선자는 전무했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에게 국회보단 기초의회에서 경험을 쌓기를 권한다. 하지만 청년은 기초의회에서조차도 바깥으로 밀려나 있다.

지방의회 지역구 선거 공천은 중선거구제**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는 지역구 국회의원과 학연·지연·혈연으로 얽힌 인물에게 유리하다. 지방의회 공천 시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이 실질적인 후보자 공천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대부분 국회의원과 오래 면식을 쌓은 현직 기초의원이나 지역 유지가 공천을 받곤 한다. 사회 진출 경력이 짧은 청년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경쟁이다. 실제로 서울시 광역의회 지역구 의원 100명 중 40세 미만 의원은 7명에 불과하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여선웅(36)씨는 “청년은 선거에 나갈 기회조차 잡기 힘들다”며 “정치권에선 나이도 스펙”이라고 강조했다.

 

몇 안 되는 비례 의석마저
정당 명부에서 청년은 뒤로 밀려날 뿐

 

지역구를 통한 의회 진출이 요원한 상황에서, 청년 정치인으로선 비례대표 공천을 받는 것이 최선이다. 허나 이마저도 쉽지 않다. 현행 비례대표제가 ▲비례대표 의석수 부족 ▲정당 지도부의 후보자 명부 순서 결정 방식 등으로 청년 정치인에게 불리한 탓이다.

국회 의석 300개 중 비례대표 의석은 42개뿐이다. 지방의회에서도 비례대표 의석은 소수다. 40세 미만 비례대표 의원은 서울특별시 내 25개 구(區)의회 전체를 합쳐도 4명에 불과하다. 「선거법」이 지방의회 비례대표 의원 정수를 최대 전체의 10분의 1로 제한하기 때문이다. 정치·금융·사회계 추천 인사들이 한 자리씩 차지한 후 남은 몫은 얼마 되지 않는다. 강 위원은 “적은 수의 비례대표 의석은 표의 등가성도 비례성도 충족하지 못한다”며 “현행 구조에서는 거대 정당이 본 제도를 유력 인사 영입을 위해 활용할 뿐”이라고 말했다.

또 비례대표 후보자 명부에 기재되는 순서는 당 지도부가 결정한다. 당 지도부·유명 인사가 높은 순번에 자리하고, 청년 후보자는 뒷전으로 밀린다. 20대 총선에서 가장 앞 번호를 받은 만 40세 미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청년 비례대표 후보자의 번호는 16번이었다. 민주당이 당시 확보한 비례대표 의석은 13석이었다. 비례대표 16번은 사실상 낙선에 가까운 위치였던 셈이다.

 

거금 필요한 정치판
돈 없는 청년은 완주조차 힘들어

 

‘돈 놀음’ 정치판에서 청년 정치인은 무너진다. 청년이 정치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선 재력이 필요하다. 기초적인 정치 활동을 하면서 생활비를 벌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 경력이 짧은 청년 정치인에 주어지는 당 지원금이나 후원금도 턱없이 부족하다. 선거에 뛰어들기 전부터 경제난에 마주하는 셈이다. 바른미래당 주이삭 서대문구의원(31)은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사람은 정치를 직업으로 삼기 힘들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정당 공천을 받아 선거판에 뛰어든 이후에도 청년 정치인의 앞길은 첩첩산중이다. 먼저 선거기탁금이 청년 정치인의 발목을 잡는다. 국회의원과 광역의회, 기초의회에서는 각각 1천5백만 원, 3백만 원, 2백만 원의 선거기탁금이 필요하다. 전 제주도지사 후보인 녹색당 고은영(34)씨는 “후보자가 선거 기탁금을 모금하지만 자금 조달이 쉽진 않다”고 토로했다.

「선거법」은 과도한 선거 비용 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선거 비용에 상한선을 둔다. 허나 상한선 내 범위 안에서도 청년과 기성 정치인 사이의 격차는 상존한다. 기초의회의 선거 비용 상한선은 ‘4천만 원 + 인구수 × 100원’이다. 서대문구 제1선거구(인구 7만 3천 명)에 이를 대입하면, 선거 비용으로 최대 4천730만 원이 산출된다. 선거 단위가 커질수록 비용은 곱절로 늘어난다. 지난 6.13 지방선거 당시 신지예 전 서울시장 후보를 보좌한 녹색당 청년위원장 김기성(25)씨는 “거대 정당의 기성 정치인 후보가 거대한 트럭을 줄지어 동원하는 동안, 우리는 고작 작은 트럭 한 대를 끌고 다녔다”며 “오늘날 선거 비용은 청년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액수”라고 말했다.

선거 이후 청년 정치인에 쥐어지는 것은 막대한 지출 영수증뿐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비용 보전***을 보장한다’고 말하지만, 청년 정치인에게 이는 ‘도박’이나 다름없다. 「선거법」에 따르면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기 위해선 15% 이상의 득표율이 필요하다. 기성정당·현직 의원과의 자금 동원력에서 번번이 밀린 이들에겐 높은 기준이다. 큰맘 먹고 정치 한 번 도전했다간, 집안이 거덜 난다. 김씨는 “현행 기탁금 및 선거 비용 보전 제도는 청년과 같은 기득권 밖 사람들의 참정권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 7일 선거기탁금을 국회의원 5백만 원, 지방의원 50만 원으로 낮추고 선거 비용 보전 기준도 5%로 하향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청년을 위한 정당은 없다

 

청년은 정당에서 ‘찬밥 신세’다. 청년이 정당 활동에서 별다른 정치적 효능감을 얻지 못하기도 한다. 오선주(언홍영·17)씨는 “정치에 참여해봤자 별다른 변화가 없기 때문에 굳이 관심을 갖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청년 연령 기준 ▲당내 청년 의견 반영 부족 ▲정당의 청년 소비 행태가 이유로 꼽힌다.

각 정당이 운영하는 청년위원회에서 ‘청년’을 찾아보긴 힘들다. 자유한국당, 민주당, 민주평화당은 만 45세 이하의 당원을 ‘청년당원’으로 인정한다. 사회에선 중장년층이지만 정당에선 청년인 셈이다. 이로 인해 ‘청년 당원 지원’을 슬로건으로 내건 사업도 당내 기득권 세력인 중년 당원에게 돌아가기 일쑤다. 정당은 2·30대 인구 감소로 청년 연령의 기준이 높아졌다고 설명한다. 성균관대 홍주연(신방·16)씨는 “정당 내 청년의 기준이 생각과 달라서 놀랐다”며 “20~30대를 청년, 그 이상은 장년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청년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하는 당 내부의 구조도 청년 정치를 가로막는 요소 중 하나다. 정의당 대학생위원회 준비위원회 남상혁 위원장(26)은 “정당 문화 전반에서 당내 민주주의가 확립되지 않아 청년들의 의견이 당론 결정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 청년위원회 장경태 위원장은 “청년 정치인에게 ‘아직 이르다’는 꼬리표를 붙이는 현 행태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꼬집었다.

정당의 이권을 위해 청년을 소비하는 행태도 만연하다. 선거철이 되면 정당은 어김없이 청년을 찾는다. ‘젊은 표심 공략’을 내세우며 각종 캠페인에 청년을 동원한다. 장 위원장은 “청년을 소비한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며 “기성세대가 청년을 정치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강 부장 역시 “청년 개개인의 능력을 제대로 발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청년 정치는 자연스레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당이 청년 정치인 양성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는 비판도 있다. 입법정책 마련 등 실무 위주의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자유한국당과 민주당이 각각 ‘청년정치캠퍼스Q’, ‘청년정치스쿨’을 운영 중이지만, 프로그램 상당수가 교양 강의 수준에 그친다. 정의당 연세대학교 학생위원회 이창민 위원장(29)은 “현재 진행 중인 당내 사업들을 적극적 청년 육성 프로그램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청년국 강현구 부장은 “청년 정치인 중 상당수가 기성 정치인에게 의존하려 한다”며 “정치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주시민의 자생(自生)을
요구하는 교육 현실

 

한국 정치교육은 ‘민주시민의 양성’을 목표로 삼지만 현실은 다르다. 현행 교육과정은 청소년에게 현실적인 정치이론 수업과 정치참여 기회를 보장하지 못한다.

중등교육과정까지는 정치를 다루지 않는다. 고등교육과정의 사회탐구 과목 중 정치 관련 과목은 ‘법과정치’가 유일하다. ‘법과정치’ 과목에선 투표 원칙부터 입법 형태까지 다양한 내용을 배우지만, 실제 정치 활동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추상적인 개념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정치발전소 박상훈 학교장은 “법과 정치 교과서의 내용은 다소 평면적”이라며 “그를 통해 시민으로서의 정치적 자유와 권리를 이해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설명했다. 양정여자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임정연(18)씨는 “일주일에 두 시간 법과정치 수업을 듣는데 심화된 내용을 배우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정치적 자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현재 정치 상황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한국의 정치교육은 ‘정치 선진국’으로 꼽히는 독일·영국·프랑스와 대비된다. 독일은 정치 과목을 초등학교에서 처음 가르친다. 영국과 프랑스는 ‘시민교육’이 중학교 필수과목이다.

중·고등학생들의 정치 경험 부족은 정당이 해결해야 할 몫으로 남았다. 이에 정당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정치캠프나 포럼을 개최했다. 민주당은 청소년 협의체인 ‘더불어청소년’을 설립하기도 했다. 프로그램은 청소년 당원끼리 모의 전당대회를 열어 당 대표를 선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박 학교장은 “한국도 미국의 Young Republican·Young Democrat처럼 어린이·청소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정당 차원의 교육이 많아져야 한다”며 “정치참여는 자율적 결정의 결과이기 때문에, 교육은 자율적 참여를 어렵게 하는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 앞에 정치참여의 문은 굳게 닫혀있다. 교육과정·정당·선거제도·선거비용이 청년을 가로막는다. 청년층의 저조한 참정률을 나무랄 수만은 없는 이유다.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 : 한 선거구 당 의원 한 명을 과반 득표와 관계없이 최다 득표자로 선출하는 방식이다. 현재 국회의석 300개 중 258개가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로 선출된다.

**중선거구제 : 한 선거구에 다수 득표자 두 명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연세춘추 사회부 심층취재단

글 정준기 심층취재장
joonchu@yonsei.ac.kr
강우량 기자
dnfid0413@yonsei.ac.kr
김민정 기자
whitedwarf@yonsei.ac.kr
박윤주 기자
padogachulseok@yonsei.ac.kr
채윤영 기자
hae_reporter@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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