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으로 인해 파생된 문제들, 고질적 문제는 예산

지난 2017년 3월, 우리대학교에 총장산하 기관인 윤리인권위원회가 창립됐다. 윤리인권위원회는 윤리센터와 인권센터로 구성된다. 이 중 인권센터는 학내 구성원들의 인권을 포괄적으로 보호하고자 ▲인권상담소 ▲성평등상담소 ▲심리상담소 ▲장애학생지원실을 설립해 관할하고 있다. 총장 직속 인권센터 신설은 학내 인권 증진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인권센터는 예산 부족으로 인한 고질적인 인력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포괄적인 인권 보호” 위한 인권센터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현재 인권센터는 센터장을 포함해 총 13명의 직원으로 구성돼 있다. 심리상담소에 전임상담원 6명, 성평등상담소·장애학생지원실에 각 2명, 인권상담소에 4명의 실무위원이 재직 중이다. 인권센터가 우리대학교 전체 구성원을 아우르는 기관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결코 많지 않은 숫자다. 실제로 인권센터가 설치돼있는 서울대는 운영위원회에 당연직 운영위원 6명과 임명직 운영위원 9명이 있다. 또한 서울대는 ▲상담소 ▲연구부 ▲교육부 ▲행정실에 총 8명의 전문위원이 있다. 우리대학교 성평등상담소 최지나 직원은 “현재 성평등상담소 직원이 (상담소장 포함)2명뿐이라 상담업무와 행정업무를 동시에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우리대학교 총여학생회 <모음>은 공약 중 하나로 ‘인권센터 인력확충’을 제시했다. <관련기사 1802호 3면 ‘29대 총여학생회 선본 <모음> 공약 분석’> 부총여학생회장 이수빈(신학·15)씨는 “인권센터 인력 충원에 대해 센터 차원에서 학교에게 계속해 요구했다”며 “학교 측에서도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인권센터 측의 꾸준한 요구에 지난 1월에 열린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학교 측은 인원 확충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이번 달 초 학교 측은 인사발령을 이행해 인력을 충원했다. 그러나 추가된 인원은 실무직이 아닌 차장급 인사 단 1명으로 여전히 인권센터 인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기대 속에 출발한 인권센터
아직 갈 길 멀어

 

인권센터는 설립 초기 큰 기대를 모았지만 현재 인력난으로 인해 ▲예방 교육의 어려움 ▲외국인 학생들과의 소통의 어려움 ▲국제캠 상주 인력 부족 ▲ 부족한 인권센터 홍보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 

현재까지 우리대학교는 인권·성인지 교육을 인터넷 강의로 진행해왔다. 그러나 인터넷 인권 교육의 실효성에 대해 꾸준히 의문이 제기돼왔다. 이정균(불문·16)씨는 “현재 시행 중인 인권교육 인터넷강의를 집중한 채로 시청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다”며 “전문가가 진행하는 강의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인권센터 센터장 방연상 교수(연합신학대학원·선교학)는 “교육의 필요성을 체감해 필수 교양으로 ‘인권: 생각에서 실천까지’ 수업을 개설했지만 이를 담당하는 전문 인력이 없어 실효성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라며 “인권 교육 전문 변호사 또는 교육 전문연구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학생과 소통 가능한 인력이 없어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상담이 어렵다는 지적 또한 존재한다. 인권상담소 홍주영 실무위원은 “현재 전문 인력이 부재해 외국인 학생들과의 심층적인 상담이 어렵다”며 “외국어와 한국어가 모두 능통한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대학교 외국인 학생 A씨는 “인권 관련 이슈는 국적, 성별, 나이 등 상관없이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그러나 현재 인권센터 운영 방식은 사회 일부 구성원이 배제되고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국제캠에 상주하는 성평등상담소 직원이 전무한 상황 역시 큰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성평등상담소 직원들은 주 2회 정도 신촌캠과 국제캠을 오가며 업무를 하고 있는 상태다. 홍 실무위원은 “인권센터 자체에 인력확충도 필요하지만, 국제캠 인력확충이 더욱 시급한 상태”라며 “특히 외국인 학생들이 많이 거주하는 국제캠의 특성상 외국어가 능통한 전문 인력 확충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인권센터 홍보 부족 역시 인력 부족으로 인해 겪는 고질적 문제다. 홍보 담당 인력 부족으로 인해 학생들이 인권센터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홍수아(IS·16)씨는 “인권센터의 존재에 대해 모르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다”며 “인권센터에서 홍보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A씨는 “인권센터 홍보책자가 한국어로만 돼 있어 외국인 학생들이 센터를 이용할 기회조차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홍 실무위원은 “현재 인권센터 대부분의 직원이 많은 일을 겸임하고 있다”며 “업무 과중으로 인해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기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인권센터는 인력부족
학교는 예산 부족?

 

홍 실무위원은 “인권센터 인력은 전문성이 필요해 정규직으로 인력을 충원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하지만 현재 학교 측에서 예산부족 문제로 인해 인력 충원을 시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한 홍 실무위원은 “인권센터 내 예산 부족 문제는 심각한 상태”라며 “프로그램을 위한 포스터 인쇄비용에 대해서까지 학교에서 신경 쓰는 정도” 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리대학교 기획처 예산팀 관계자 B씨는 “전체 예산의 규모를 확실히 말하기는 어렵다”며 “장애학생지원실과 같은 경우에는 국가 지원을 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B씨는 “인권상담소, 심리상담소, 장애학생지원실을 합쳐 예산 규모는 약 3억 원 안팎이다”며 “성평등상담소의 예산 규모 역시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에 방 교수는 “결국 학교가 생각하는 우선순위의 문제”라며 “학교본부에서의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기획처 예산팀 이근호 팀장은 “인권 업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임을 잘 인식하고 있다”며 “앞으로 조직의 업무가 구체화되고 그 필요성이 인정되면 적절한 절차를 거쳐 예산 규모는 증가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다만 학교 재정의 어려움으로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노력은 불가피한 만큼 꼭 필요한 사업에 많은 재정이 투입될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권센터는 학생들의 학교생활과 전반적인 인권 의식에 변화를 가져오고자 하는 목적으로 설립됐지만, 인력난으로 그 역할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방 교수는 “최종적으로 학내 모든 구성원들이 서로의 인권을 존중할 수 있는 길로 나아가길 바란다”며 “인권센터가 그 과정에 있어서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 서혜림 기자
rushncash@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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