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총여와의 차별화, 공약 이행방안 부분에서 지적 받기도

총여학생회(아래 총여) 선본 <모음>은 ▲반(反)성폭력/반(反)차별 ▲소수자 ▲교육권 ▲국제캠 ▲일상 ▲문화 ▲내부역량강화 등 7가지의 항목 분야에서 총 26개의 공약을 제시했다. 우리신문사는 <모음>의 공약을 분석 및 진단해봤다.
 

총여학생회 선본 공약, 무엇이 있나


‘반(反)성폭력/반(反)차별’ 항목에서 <모음>은 ▲성폭력 및 성노동 법률자문 연계 ▲‘몰래카메라’ 탐지기 대여 및 탐지 범위 확장 ▲인권센터 인력확충 등을 제시했다. ‘몰래카메라 탐지기 대여 및 탐지 범위 확장’ 공약은 기존에 진행됐던 탐지기 대여 사업을 신촌 일대까지 확장하는 것이다. <모음>의 정후보 송새봄(철학·15)씨는 “서대문 경찰서와의 연계를 통해 적용 범위를 확장하고, 지속적으로 ‘신촌몰카안심존’ 리스트를 만들어 학생들과 공유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소수자’ 항목에서 <모음>은 ▲학내 성중립 화장실 지정 ▲비건(완전 채식) 학식 메뉴 도입 ▲장애인 이동권 보장: 점자블록을 제시했다. ‘학내 성중립 화장실 지정’ 공약은 젠더 정체성과 관계없이 외형적으로 비춰지는 성별 때문에 화장실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누구나 안전하게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모음>의 부후보 이수빈(신학·15)씨는 “성중립화장실 도입에 필요성을 느끼는 학생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총여는 그들의 권리 보장에 힘을 실어주고자 한다”며 “그 필요성에 대해 꾸준히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답했다. 

‘교육권’ 항목에서 <모음>은 ▲생리결석계 인정 의무화 ▲소수자 인권 강의 개설 요구 ▲교직원 대상 성인지 교육 내실화 등을 제시했다. 송씨는 “현재 제도 하에서 생리결석계는 교수 재량에 따라 수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학생들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 생리결석이 정당한 결석사유로 공인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캠’ 항목에서 <모음>은 ▲국제캠 성평등센터 신설 ▲RA·RHC 성인지 교육 내실화 ▲국제캠 티타임 등을 제시했다. 송씨는 “국제캠에는 성폭력을 해결할 수 있는 학내 기구가 전무하다”며 “그 특성을 잘 이해하고 업무를 소화할 수 있는 국제캠만의 성평등센터를 신설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모음>은 ‘일상’ 항목에서 ▲생협 생리용품 교체 요구 ▲학내 육아 지원 확대 ▲학내 여성 청소노동자 휴게 공간 확충 등을, ‘문화’ 항목에서는 ▲자(自)음: 학내 여성주의 단체 활동지원 ▲신입생 페미니즘 캠프 ▲모이는 가치, 말하는 인권도서관 등을, ‘내부역량강화’ 항목에서는 ▲총여학생회칙 제정 ▲학내 페미니스트 네트워킹을 제시했다.

이러한 <모음>의 공약들은 ▲학내의 다양한 문제를 체계적으로 분류해 균형 있게 다룬다는 점 ▲여성을 넘어 소수자와 노동자에게까지 주목한다는 점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공약과 관련한 다양한 지적,
: 공약 오류, 차별화 부족, 구체적인 이행방안 부재

 

하지만 <모음>은 ▲일부 공약 오류 ▲지난 28대 총여 <around>와의 공약 차별화 부족 ▲일부 공약의 구체적인 이행방안 부재에 대해 지적받았다. 

먼저, <모음>의 여러 공약들 중 ‘교직원 대상 성인지 교육 내실화’ 공약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정책자료집에 따르면, <모음>은 ‘교직원들을 상대로 한 성인지 교육을 의무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윤리인권위원회 인권센터 산하의 성평등상담소에서는 이미 지난 2016년부터 학생·교원·직원 등 학내 구성원들에게폭력예방(성폭력, 성희롱, 가정폭력, 성매매 예방)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윤리인권위원회 인권센터 홍주영 실무위원은 “해당 프로그램은 올해 성폭력센터가 인권센터로 통합되기 전부터 운영되던 것”이라며 “현재도 잘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6일 신촌캠에서 진행된 정책토론회에서 송씨는 “실수를 인정하고 사실관계를 정정해야 할 것 같다”며 “해당 사실을 확인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알린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송씨는 “하지만 교수 대상의 성인지 교육이 실질적인 효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라며 “현재는 교육 미이수에 대한 어떠한 조치도 부재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성평등상담소와 논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모음>의 공약들과 관련해 지난 28대 총여 <around>와의 차별화가 부족하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실제로 우리신문사의 확인 결과, <모음>의 26개의 공약 중 11개(42.3%)가 <around>에서 제시했던 공약과 유사하다. (▲‘몰래카메라’ 탐지기 대여 및 탐지 범위 확장 ▲학내 육아 지원 확대 ▲자(自)음: 학내 여성주의 단체 활동지원 ▲제2회 인권축제 개최 ▲세상을 다시보는 페미니즘 Vol.4 ▲교직원 대상 성인지 교육 내실화 ▲Ring My Bell Vol.2 ▲국제캠퍼스 성평등센터 신설 ▲국제캠 여학생 휴게실 재정비 ▲총여학생회칙 제정 ▲학내 페미니스트 네트워킹) 

이러한 비판과 관련해 이씨는 “<around>의 문화사업과 일상사업이 가지는 힘을 봤고, 그 활동들이 굉장히 효과적이라고 판단해 계승하기로 결정했다”며 “하지만 단순히 이어나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around>의 공약에서 부족했던 제도적인 부분에 대해 보강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익명을 요청한 A씨는 “전대 총여의 공약을 계승 및 발전시키는 것도 좋지만 이번 총여가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사업도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송씨는 “생리결석계 인정 의무화, 국제캠 성평등센터 신설, RA·RHC 성인지 교육 내실화 등의 공약을 통해 지난 <around>에서 부족했던 제도적 변화를 이뤄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공약들의 구체적인 이행방안이 부재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인권센터 인력확충 ▲국제캠 성평등센터 신설 공약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먼저, ‘인권센터 인력확충’ 공약의 이행방안에 의문이 제기됐다. 우리신문사의 확인 결과, 해당 공약은 학교본부와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홍 실무위원은 “인권센터 내부적으로는 인력 충원을 위해 노력하고 학교 측에도 요청을 하고 있는 상태지만 이를 총여와 함께 논의하거나 협의한 적은 없다”고 전했다. 윤리인권위원회 인권센터 손성문 차장은 “인력의 수급에 대한 사안은 기획실 기획팀에서 맡아 하고 있다”며 “현재 학교에서 인력을 대대적으로 늘릴 수는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인권센터가 요청은 할 수 있으나 실제적으로 반영하는 데에는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송씨는 “총여를 준비하고 있는 선본의 입장으로서 아직까지는 이행과정과 관련해 구체적일 수는 없다”며 “총여로 당선되면 학교 측과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인권센터 인력 확충을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캠 성평등센터 신설’ 공약 또한 지난 총여 <around>가 제시했지만 아직까지 실현되지 못한 공약이라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익명을 요청한 B씨는 “<around>가 이행하지 못한 공약을 다시 내세우면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 없이 공약의 당위성만 요구한 점이 아쉽다”고 전했다. 이에 송씨는 “정책이 지속적으로 공약으로 제시됐다는 것 자체가 그 필요성을 의미한다”며 “구체적인 방안은 논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모음>의 공약들은 ▲학내의 다양한 문제를 체계적으로 분류해 균형 있게 다룬다는 점 ▲여성을 넘어 소수자와 노동자에게까지 주목한다는 점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특징을 보인다. 이러한 특징들은 ‘새로운 변화를 이뤄내는 총여’라는 기조와 잘 어우러진다. 하지만 ▲일부 공약 오류 ▲지난 총여 <around>와의 공약 차별화 부족 ▲일부 공약의 구체적인 이행방안 부재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안효근 기자
 bodofessor@yonsei.ac.kr
*바로 잡습니다. 기사 내용 중 '홍주영 연구원'을 '홍주영 실무위원'으로 바로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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