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측과 노동자 측의 대립 계속돼

지난 2월 25일, 루스채플에서 학내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

우리대학교 청소·경비노동자(아래 노동자)는 지난 2017년 12월 31일 정년퇴직한 31명의 인원을 보충하지 않겠다는 학교와 용역업체의 결정에 반발해 지난 1월 16일부터 본관점거와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관련기사 0호 ‘학내 청소·경비노동자 구조조정에 반발’> 이에 학교 측은 정년퇴직 인원 미충원 계획이 지난 8월 용역업체와 협의된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학교 재정난으로 인해 구조조정 계획을 철회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2월 31일, 그 이후

지난 2017년 12월 31일, 학내 일부 청소·경비용역업체가 노동자 31명의 정년퇴직으로 인한 결원을 충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학교 측은 결원을 도급업체인 ‘코비’가 고용한 노동자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여러 대학에서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자 정부는 ‘청와대 최저임금 TF(Task Force)’를 구성했다. 1월 15일, 청와대비서실 반장식 일자리 수석은 우리대학교를 방문해 학교 측, 노동자 측과 각각 문제 해결을 위한 면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언론에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자 지난 2월 7일, 민동준 행정·대외부총장은 동문들에게 학교 측 입장을 담은 메일을 전달했다. 메일에서 민 부총장은 ‘노동자 측과 이전에 ‘70세 고용을 보장·승계하고 법정 최저시급(7천530원)을 웃도는 7천780원을 지급함과 동시에 정년퇴직하는 인원을 충원하지 않는다’는 사항에 합의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은 정년퇴직자 추가 충원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한 ‘현재 용역비 지출이 학교에 큰 부담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부 동문들은 학교 측의 입장에 반발했다. 지난 2월 21일, ‘연세대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를 지지하는 졸업생 일동’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하림 동문(정외·09)은 “정부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학교는 시대의 흐름을 역행한다”며 “268명의 동문이 노동자 구조조정 반대에 동의하는 서명을 한 상태”라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아래 서경지부)  측은 이후 지난 2월 22일 입학식, 2월 25일 졸업예배, 2월 26일 학위수여식 등 학교 행사에서 지속적으로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학교 측은 노동자들이 김용학 총장과의 대화를 요구하는 것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총무처 김우성 총무부처장은 “김 총장은 이 상황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며 “김 총장 대신에 총무처와 대화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이 사태를 장기화했나

그간 학교와 노동자들은 여러 차례 비공식적인 대화를 진행했지만 각자의 입장을 고수하며 뚜렷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학교 측은 ▲재정 위기 ▲경영권 ▲지난해 임금협상 등을 들어 구조조정을 철회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노동자 측은 학교 측에 ▲도급업체 철수 ▲15명 이상의 노동자 신규채용 ▲노동자들의 자율적인 인사배치를 요구하고 있다. 김 부처장은 “현재 진행된 구조조정은 인원 감축이 아니라 정년퇴직자를 충원하지 않는 방식”이라며 “신규채용을 늘리고 인사배치를 노동자 측에서 결정하겠다는 것은 학교 경영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오제하(사회·13)씨는 “학교 차원에서는 노동자 측의 요구가 경영권 침해라고 해석할 수는 있지만 노동자 역시 최소한의 권리와 합의를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경지부가 정년퇴직자 미충원 계획을 암묵적으로 동의했다는 지적에 대해 서경지부 손승환 부장은 “서경지부는 해당 합의서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며 “용역업체로부터 해당 사실을 전달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청소·경비노동자 구조조정으로 인한 농성은 우리대학교에서만의 일은 아니다. 비슷한 시기 고려대·홍익대 등도 구조조정 문제가 불거졌다. 현재 고려대를 비롯한 대부분의 대학은 구조조정 철회를 결정한 상태다. 갈등이 일어났던 당시 고려대 측은 10명의 정년퇴직자를 충원하지 않고 기존의 8시간 전일제 근로에서 6시간 시간제 근로로 줄이는 계획을 감행했다. 그러나 계속된 농성 끝에 학교 측은 10명의 결원을 신규채용으로 충원하겠다고 밝혔다. 고려대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 서민경 직원은 “노동자 감축 계획이 재정적 문제 때문은 아니었다”며 “단지 현재의 청소 인력이 불필요하게 많다고 판단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서 직원은 “그러나 학교 측은 노동자가 동의하지 않는 사안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며 “학교와 노동자가 상생하는 것이 대학의 사회적 책무라는 것에 공감해 기존 계획을 철회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청소·주차·경비노동자 문제해결을 위한 학생대책위원회’ 연락간사 연은정(국어교육·11)씨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두 노조의 노동자들이 연대해서 투쟁한 것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었던 주된 이유라고 생각한다”며 “연세대 노동자들의 투쟁에 적극적인 지지와 연대의 마음을 보낸다”고 말했다. 


노동자 측과 학교 측이 각자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현 시점에서 여전히 상황의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다. 김 부처장은 “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대화를 진행할 것”이라며 “개강 후에도 농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대한 학생들의 양해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글 김유림 기자 
 bodo_nyang@yonsei.ac.kr
문영훈 기자 
 bodo_ong@yonsei.ac.kr
사진 하수민 기자 
charming_so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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