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력 강화 위한 세가지 정책 제시… 앞으로 이를 뒷받침할 재정 확보가 관건

김용학 총장이 학교의 재정난과 연구력 저하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정책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 8월 ‘2016-2학기를 여는 연세 한마당’에서 우리대학교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로 이 두 가지가 지적됐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지난 24일, 김 총장은 신촌·국제캠 교수 및 교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아래 서신)을 통해 새로운 정책을 소개했다. 또한, 이와 더불어 2020년까지 학교가 달성할 10대 정책과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교수진은 서신의 내용을 떠나 총장이 직접 서신을 보낸 것 자체가 고무적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해당 서신은 정작 학교가 직면한 재정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연구력 강화 방안에 중점…

신임교원 확충, 국제공동연구소(YFL) 설립 등이 제시돼
 

김 총장은 연구력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크게 ▲신임교원 충원 확대 및 상시채용 ▲집중강의 제도의 도입 ▲YFL(Yonsei Frontier Lab) 설립을 제시했다. 먼저 김 총장은 ‘그간 많은 교수들이 젊은 교수 충원의 필요성을 제기했다’며 ‘임기 안에 55명의 교수가 정년퇴임할 예정인데, 그 두 배 이상을 충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기획실장 김동노 교수(사과대·역사사회학)는 “지난 수년간 교원채용이 특별채용 위주로 이뤄져 젊은 교수의 충원이 제한적이었는데, 이를 해결하려 한다”며 “젊은 교수의 임용을 통해 학교의 연구력을 향상하는 한편 교수진의 연령분포를 고르게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교수진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교수평의회 의장 서길수 교수(경영대·정보시스템)는 “신임교원, 그중에서도 특히 연구 트랙교수의 채용이 줄고 있었는데 이를 늘리겠다는 것은 바람직한 시도”라고 의견을 밝혔다.

또한, 김 총장은 집중강의 제도를 도입해 ‘연구역량이 뛰어난 분들, 연구에 시간을 많이 투자할 분들이 방학 2주간 집중강의를 통해 책임시수를 마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즉, 교원 1인당 주어지는 책임 강의 시수를 방학 동안 채워 학기 중 연구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서 교수는 “강의 외에도 교수들이 연구를 통해 학교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넓혔다는 점에서 융통성 있는 접근”이라고 평가했다.

YFL(Yonsei Frontier Lab)은 국제 공동 연구소로, 우수한 해외 연구자를 초빙해 우리대학교의 교수들과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그 목표다. 김 총장은 ‘특히 제3세계에서 활동하는 연구력 상위 1% 학자나 이제 막 학위를 마친 신진 연구 인력을 적극 초빙하겠다’고 밝혔다. 교수진은 정책의 실현 가능성에 동의하는 한편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 교수는 “선진국이 아닌 제3세계의 연구자들을 초빙하겠다는 것에 비춰봤을 때 YFL 설립은 현실적인 안”이라며 “그러나 연구자들에게 어떤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인지, 또 어떻게 이들이 우리대학교에 적응하게 할 수 있을지 등 고민할 부분이 많을 것”이라 밝혔다.
 

교원연구 ‘양보다 질’…인사제도 개편은 현재 진행 중

교수진의 임금 인상도 고려해야
 

앞서 열린 연세 한마당에서 학교 본부는 연구력 강화를 위한 대책으로 인사제도 개편을 제시한 바 있다. 연구 업적의 평가 기준을 양적 측면에서 질적 측면으로, 인사 평가의 주체를 학교 본부에서 개별 단과대로 이양하겠다는 방침이다. <관련기사 1777호 2면 ‘교원 연구, ‘양보다 질’’> 정책의 진행 여부를 묻는 말에 김 교수는 “현재 각 단과대가 인사 평가지표를 개발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적용할 예정”이라 밝혔다. 이에 서 교수는 “단과대와 학교 본부의 신뢰 관계가 정책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며 “단과대 측에서는 학교 본부가 개편안을 그대로 수용해주리라는 것을, 본부 측에서는 단과대가 개편안을 양심적으로 마련하리라는 것을 믿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연구력 증진을 위해서는 교수들의 임금 인상 역시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서 교수는 “기존 교수들의 연구력을 신장시키는 것 역시 신임교수의 충원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교수들의 임금이 동결된 지 오래인데,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 임금은 점점 더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말했다. 때문에 교수진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 교수는 “교수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처우는 점점 나빠지는데 요구 사항은 더 많아지는 셈”이라며 “지금 당장 임금을 인상하는 것이 어렵다면, 학교 본부 차원에서 구체적인 인상 계획이라도 밝혀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재정난 해결책, 이번에도 ‘다음에’
 

그러나 학교가 유례없는 재정난을 겪고 있는 현시점에서, 이와 같은 정책이 추진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김 총장은 취임 이후 학교의 재정난을 꾸준히 공론화해왔지만, 그에 대한 해결책은 다소 미흡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관련기사 1776호 1면 ‘유례없는 재정난에 봉착한 연세’> 이번 서신에서도 김 총장은 ▲예결산 제도의 합리화 ▲여러 형태의 모금 활성화 ▲수입 증대가 가능한 교육 모델 등을 재정 확보안으로 언급했으나, ‘다음 기회에 자세히 설명하겠다’며 구체적인 설명을 미뤘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정책에 필요한 재정적 수요에 맞추기 위해 다양한 재정수입 확대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기부금 확대 ▲한국어학당·미래교육원 등 비학위과정 프로그램의 강화 등을 예로 들었다.

교수진은 재정 확충안으로 가장 먼저 총장의 적극적인 모금 활동을 들었다. 서 교수는 “우선 총장이 가능한 한 많은 돈을 모금해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그런 다음 불필요한 곳에 쓰였던 예산을 교육과 연구에 우선적으로 배분하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반면, 교수진은 김 총장이 수익 증대형 교육모델을 마련하겠다는 대목에서는 다소 우려를 표했다. 서 교수는 “학교가 단지 돈을 벌겠다는 목적만으로 새로운 교육 모델을 유치하는 것은 연세의 교육 정신과 어긋날 수 있기에 위험하다”고 전했다.
 

‘위키리폼’ 서비스 개시,

교원들의 참여 여부는 미지수
 

한편 김 총장은 서신을 통해 취임시절 주요 공약 중 하나였던 ‘위키리폼(WikiReform)’ 서비스를 개시했다고 알렸다. 위키리폼이란 정보의 자유로운 게재와 수정이 가능한 위키피디아에서 착안한 학교 정책 공유 서비스로, 학교는 정책 발전에 이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위키리폼은 현재 신촌·국제캠 교수 및 교직원에 한해서만 이용이 가능하지만, 향후 이용대상을 학생들까지 넓힐 계획이다. 이에 김 교수는 “한 학기 간의 시범 운영이 끝나면 학생들의 의견도 수렴할 예정”이라 전했다.

그러나 위키리폼이 얼마나 활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교수들의 반응은 다소 회의적이다. 서 교수는 “아이디어는 좋지만 막상 교수들이 얼마나 동참할지는 의문”이라며 “대부분의 교수들이 자기 개인 연구나 강의 외에 다른 이슈들은 관심이 덜하다”며 교수사회의 특성을 그 이유로 들었다. 덧붙여 서 교수는 “교수들의 참여를 독려하려면 우선 교수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시설이 먼저 마련돼야 할 것”이라 말했다.

또한, 김 총장은 위키리폼 사이트에 우리대학교가 2020년까지 달성할 10개 정책과제를 게시했다. ‘10by20’라는 이름의 정책과제들은 우리대학교의 비전인 3C(Creativity, Connectivity, Christianity)와 연관돼있는데, ‘Creativity’ 관련 과제로는 ▲연구업적 질적 평가 시스템 ▲YFL·송도 R&D Park ▲의‧생명 융합 연구 ▲가치창출 교육 등이, ‘Connectivity’ 관련 과제로는 ▲데이터 통합‧연계 ▲위키리폼 ▲MOOC*·외국인 학생 지원 시스템 등이, ‘Christianity’ 관련 과제로는 ▲글로벌 사회공헌센터** 설립 ▲예산총액제도 ▲인권센터 설치 및 학생윤리선언 제정 등이 제시돼있다. 김 교수는 “10by20은 우리 대학과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며 “우리대학교를 ‘미래를 이끌어가는 대학’으로 만들기 위해 해당 사업들을 집중적으로 추진하려 한다”고 밝혔다.

 

*MOOC(온라인 공개 수업, Massive Open Online Course) : 대규모의 사용자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온라인 공개 수업.

**글로벌 사회공헌센터 : 사회봉사의 확대를 위해 본교와 의료원에 있는 봉사기관을 통합한 것.

김은지 기자 
_120@yonsei.ac.kr
 노원일 기자 
bodobono11@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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