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그녀들의 ‘독신’ 선언기를 듣다

당신은 연애의 끝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별, 아니면 결혼? 그동안은 선택지가 둘 중 하나였지만 요즘 연애의 끝에는 전혀 다른 선택지도 고려되기 시작한 모양이다. 그것은 바로 독신! 독신이라니 그거 완전 ‘솔로’아니야? 땡, 독신을 연애 여부로만 판단하는 것은 편견이다. 독신은 다양한 삶의 방식 중 하나로 ‘홀로 살이’를 택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기 때문. 연애를 안 하는 사람은 물론 연애는 하지만 결혼이나 동거 대신 혼자만의 삶을 추구하는 사람도 독신인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20대 중에서는 남성보다는 여성이 독신으로 살고자 하는 비율이 높다. 지난 2015년 「매경이코노미」와 설문조사업체 엠브레인이 실시한 ‘설문으로 본 20대’에 따르면, ‘나는 독신으로 살 의향이 있다’는 문항에 대해 남성은 38.6%, 여성은 55.5%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지금부터 만날 그녀들이 바로 그 55.5%의 사람들이다. 그녀들은 현재 연애 중이지만, 연인과의 백년가약 대신 독립된 삶을 꿈꿀 뿐! 달달한 연애 이야기도 좋지만 연애 그 후를 말하는, 계피사탕처럼 독특한 풍미의 이야기도 구미가 당기지 않나? 독신을 선언한 우리대학교 임경남(산디·14, 아래 경남)씨, 홍익대 신소영(역사교육·13, 아래 소영)씨 그리고 익명의 직장인 A(23, 아래 A)씨에게 귀 기울여보자.

결혼, 그거 꼭 해야 해?

Q. 독신을 추구하게 된 이유나 계기가 있어?
A : 첫째 내가 돈이 없어서, 둘째 애인이 돈이 없어서, 셋째 둘이 같이 사는 게 따로 사는 것보다 딱히 장점이 없다고 생각해서.
경남 : 결혼은 연애와 달리 내가 선택한 사람 그 이상으로 여러 부분을 맞춰야 한다는 점에서 내키지 않아. 예를 들면 연애할 때는 상대방의 성격, 생활 스타일 등만 고려하면 되지만, 적어도 우리사회에서는 결혼했을 때 시댁과 양육도 고려해야 하지.
소영 : 내가 독신을 추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결혼 후 따라올 갖가지 책임에 대한 부담 때문인 것 같아. 또 사랑해서 결혼한다지만 같이 살면서 부딪치며 서로 상처 주는 것도 싫고. 나 하나 챙기며 살기도 힘들고 바쁜데 과연 내가 결혼 생활에 충실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해. 누구보다 나 자신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하게 되는 고민인 것 같아.

Q. 아직 우리사회는 결혼을 해야 삶이 안정된다는 통념이 있지. 독신을 편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그럼에도 독신을 추구하는 건 안정된 삶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이 있을 것 같아.
경남 : 어차피 같이 살아도 불안정한 시대 아닌가? 누군가 의지하고 터놓을 사람이 필요한 것이라면 연애로도 충분하지 않나 싶어. 물론 서로가 법적으로 묶여 있는 것이 기혼의 안정적인 점이지만, 나는 굳이 결혼은 안 해도 될 것 같아.
소영 : 난 내 꿈을 이루며 살고 싶은데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면 지금의 내가 생각하지도 못할 여러 현실에 치여 살아갈 것 같아. 물론 단란한 가정을 통해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내 자신이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싶어.

Q. 앞으로 친구들이 결혼하기 시작하면 축의금을 내게 될 텐데, 축하의 의미도 있지만 사실 ‘품앗이’ 느낌이잖아. 독신이라 지출만 있으면 아깝지 않을까? 그래서 최근에는 결혼 안 하는 친구들에게 축의금대신 ‘위로금’을 주는 새로운 문화도 등장했다더라.
소영 : 축의금의 의미가 퇴색된 것 같아 아쉬워. 아직 축의금을 내지 않아서 그런지 난 돌려받지 못해도 상관없어. 그러다가 나중에 속 쓰릴 정도가 되면 비혼식을 열어서 왕창 걷을까 봐! 위로금도 신기한 것 같긴 하지만, 내 친구들이 모두 인정해줘야 받을 수 있는 거겠지?
A : 친구들이 안 줘도 된다고 말해주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내가 먼저 양해를 구하거나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 최소라도 낼 것 같아. 그리고 위로금 문화 좋다. 우리 결혼 적령기 때 그런 문화가 꼭 자리 잡히면 좋겠네.

홀로 산다는 것

Q. 연애를 한다고 해도 평생을 혼자 살아야 하는데, 외롭진 않겠어?
A : 당연히 외롭겠지, 연애를 해도 외로운 것이 사람인데. 그래서 난 동거도 고려하긴 하지만, 막상 동거하면 결혼이라는 구속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불안할 것 같아.
소영 : 그래서 난 반려동물을 두세 마리 키울 거야. 내 평생의 동반자로! 걔들과 함께라면 외롭지 않을 것 같아. 그래도 이 질문 받고 나니 쓸쓸할 것 같긴 하네.

Q. 요즘은 외로움이나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점들을 타개하기 위해 독신들이 연대를 결성해 교류하기도 한대. 이런 인간관계를 맺을 생각은 없어?
경남 : 1인 가구 커뮤니티에는 가입할 거야. 하지만 다양한 정보를 얻는 정도로 만족하고, 실제 모임에는 안 나갈 것 같아.
A : 난 어떤 이유든 독신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연대의 필요성을 상대적으로 약하게 느끼는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내가 필요성을 느낀다면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을 것 같긴 해.
소영 : 새로운 인간관계 좋지! 난 집단에 소속되는 것을 좋아하거든. 영화 보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운동경기 관람도 좋아해서 이런 소소한 취미생활을 공유할 수 있는 작은 모임은 함께하고 싶어.

Q. 그동안 꿈꿔온 ‘홀로 살이’의 로망이 있다면?
소영 : 매우 많지! 일단 내 행동에 대한 책임을 홀로 진다는 것이 정말 후련할 것 같아. 그리고 내가 돈을 벌게 되면 하루 날 잡아서 가격표 안 보고 쇼핑하는 게 소원이야. 만약 내가 누군가와 함께 살림을 꾸려나간다면 평생 생각도 못 하겠지만, 나 혼자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 또 내 목표가 역사교사인데, ‘독신 여선생’ 멋있지 않아? 방학 때마다 혼자 여행 다니고, 배우고 싶은 것도 배우고! 그 누구의 속박도 없는 자유로운 삶을 사는 거지.
A : 오롯이 내 취향대로 나만을 위한 삶을 디자인하는 것. 다만 자신에게 더 엄격해져야 한다고는 생각해.

Q. 20XX년, 인구 초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의 대책으로 우리나라가 ‘싱글세(稅)’를 걷는다면? 디스토피아적 상상이지만 저출산과 고령화는 이미 당면한 문제기도 하지. 1인 가구는 증가하는 추세니 혹시 독신에게 화살이 돌아올지도!
A : 여권을 챙긴다.
경남 : ‘탈조선’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개인의 능력을 키울 것….
소영 : 독신에게 사회적 책임을 묻는 것은 현재로서는 조금 성급해 보이지만, 머지않은 미래에는 정말 현실이 될 것 같기도 하네.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답은 못 내리겠다.

Q. 나중에 정말 사랑하고 잘 맞는 짝을 만난대도 독신으로 살 거야?
A : 나와 같은 취미를 공유하고 강남 건물주에 강동원급 외모가 아닌 이상 결혼은 안 해! 농담이고, 잘 모르겠네.
경남 : 사랑하고 잘 맞고 오랜 친구로 지낼 것 같으며, ‘교육・정치・종교관’, ‘자녀계획’이 같고, ‘시댁의 간섭 없음’ 이 조건들이 전부 충족된다면 결혼할지도. 하지만 그런 사람이 있을까?
소영 : 이 질문이 요즘 날 흔들고 있어. 사실 난 지금까지 연애할 때도 끝을 생각하면서 해왔거든. 그런데 이번 연애는 뭔가 끝이 아니라 이 사람과 함께할 또 다른 미래에 대한 생각이 들어. 뭐, 내가 꿈꿔온 독신 생활을 전부 버리고 결혼을 결심하기엔 아직 모자라지만, ‘이 사람 아니면 안 되겠다’는 느낌이 오면 결혼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도!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한다는 말에 이들은 입을 모아 “결혼이든 독신이든 하고 싶은 대로 살되 타인에게 강요만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아직은 그런 경험이 없다지만 이들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결혼 안 해?’라는 퉁명스러운 질문을 받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혼을 하든, 독신으로 살든 그것이 타인의 삶이라면 서로 참견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동시에 자신이 진정으로 행복할 길이라면 남의 시선에 뜻을 굽힐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고백하건대, 기자도 독신주의자다!

이주인 기자
master0207@yonsei.ac.kr

<자료사진 네이버 웹툰 '독신으로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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