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으면 연애도 힘든 우리들의 현주소를 알아보다

 3월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 봄바람이 살랑이고, 거리 곳곳에는 다정한 연인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그러나 이들의 속사정까지도 마냥 푸르기만 한 것은 아닐 것이다. 현재 연애 중인 커플들부터 연애를 시작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까지. 모두가 벗어날 수 없는 ‘돈’이라는 굴레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랑의 낭만이 지켜지기 위해

『시크릿 가든』, 『꽃보다 남자』, 『상속자들』…. 이 드라마들의 공통점은 여주인공이 가난하다는 이유로 남자주인공의 가족들에게 갖은 회유와 협박을 받지만, 결국 결혼에 성공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낭만적이지 못하다. 가난한 사람이 부유한 사람과 결혼할 확률은 지극히 드물고, 고단한 연애의 끝이 반드시 결혼으로 끝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 2015년 기준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 34개 중 미혼 비율이 가장 높다. 우스갯소리로 들려오던 ‘N포 세대’가 현실이 된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청춘들의 연애 현실은 어떨까? 지난 2015년에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몬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대학생 한 달 평균 생활비는 36만 6천 원이다. 그런데 지난 2015년 알바천국이 1회 평균 데이트 비용에 대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남자는 5만 4천400원, 여자는 4만 8천400원이었다. 생활비의 약 14%가 한 번의 데이트 비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데이트 비용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아래 알바)를 경험한 적 있는 남자는 68.3%, 여자는 50.5%에 달했다. 이러한 상황은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대학생들의 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연애 중인 조민하(글로벌행정·15)씨는 연애 사실을 부모님에게 알린 후 추가로 용돈 10만 원 정도를 더 받았었다. 그러나 조씨는 “계속 데이트 비용을 받는 것이 죄송해 방학 동안 알바를 했다”고 전했다. 데이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알바를 해야 할 만큼 조씨는 화려한 데이트를 즐긴 것일까? 조씨의 데이트 코스는 가장 보편적인 ‘영화 보고 밥 먹고 카페 가는 것'일 뿐이었다. 조씨는 “사람들은 흔히 아무 조건 없이 사랑한다면 돈의 액수는 중요치 않다고 말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데이트할 때마다 드는 비용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서울과학기술대 박규현(21)씨는 “데이트 비용을 감수하기 위해 상대방이 알바를 한 경우도 있었다”며 “데이트 비용으로 인해서 금전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사랑이 가진 낭만성을 유지하기 위해 오늘도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연인은 일을 하거나, 조금 더 값싼 음식을 먹고 있다.

국내 시장이 탐내는 ‘연애’

연애하는 동안 연인에게 사용하는 금액만큼이나, 연애를 시작하거나 정리하기 위해 많은 돈을 투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에 이런 사람들을 겨냥한 ▲연애 정보 칼럼 ▲연애 코칭 학원 ▲연애·결혼 정보 업체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월 결혼정보회사 듀오에서 2~30대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연애기술의 필요성에 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7.1%는 ‘연애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 결과는 연애 관련 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이유에 대한 답으로 보인다. 현재 사람들은 연애를 위해 누군가에게 의지하고자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그 심리를 무기 삼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현재 국내 시장은 연애를 주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들이 가장 쉽게 의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연애 관련 서적이다. 교보문고의 연애 관련 서적은 총 2천178권으로, 이 중 올해 3월에 발행된 신작은 여섯 권이다. 연애 관련 서적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연애를 글로 배웠어요’라는 씁쓸한 유행어를 탄생시킨 장본이기도 하다. 또한, 전자책 사이트 리디북스에는 2천 원부터 4천 원 사이 가격의 연애 관련 서적이 총 951권 구비돼 있어 청춘남녀의 연애 세포를 깨우는 데 일조하고 있다.

조금 더 직접적인 방법을 원하는 사람들은 연애 코칭 학원을 찾는다. 지난 3일 KBS의 『박명수의 라디오쇼』에 출연한 연애 코칭 학원을 운영하는 김은영씨에 따르면, 연애 학원에서는 ▲메시지 속 상대방의 호감도 분석 ▲이성의 호감을 끌 행동과 말 조언 ▲소개팅 실전 연습 등이 이뤄지고 있다. 김씨는 해당 방송을 통해 ‘연애 코칭 학원에는 연애를 시작하려는 사람부터 이별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까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연애 학원의 수강료가 낮지는 않다’며 자신의 평균 수입이 ‘400만 원에서 500만 원 정도’라고 밝혔다. 또한, 600만 명 이상의 유튜브 조회 수를 가진 연애 코칭 학원 메이스 아카데미의 경우는 수강료가 130만 원부터 312만 원까지에 이른다.
이뿐 아니라 연애와 결혼 상대를 찾는 일을 대신해주는 연애·결혼 정보 업체에도 많은 사람의 관심이 기울여지고 있다. 대표적 결혼정보업체인 듀오는 결혼에 성공한 회원 수 3만 2천786명을 이끌어내며, 지난 2014년 기준 357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또한, 소비자에게 매일 두 차례 소개팅을 해주는 이음은 회원 수 110만 명과 어플리케이션 다운로드 누적 수 150만에 이른다. 이렇듯 성공적인 연애를 위해 관련 서적, 학원과 정보 업체 그리고 어플리케이션 등에 돈을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에 따라 시장 역시 이들의 입맛에 맞는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성세현(심리·11)씨는 “연애와 결혼이 사랑에 대한 결실이 아니라 하나의 스펙화가 됐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세분화된 연애 교육은 현대 사회 속에서 새로운 문화적 기류에 자연스럽게 편승했다. 이러한 사회 현상에 대해 서울여대 기초교육원 문성훈 교수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있어서 연애는 공표의 대상이 됐다”며 “연애도 스펙이란 말이 공공연히 떠돌며, 이에 연애 인증샷을 찍고 이를 SNS에 올리며 자랑삼는다”고 말했다. 또한 문 교수는 청춘들의 연애에 대해 “요즘 청년들이 연애는 하고 싶지만, 형편이 안 되고, 형편이 된다 해도 어떻게 할 줄 모른다”며 “알바와 취업 준비로 인해 친구도 제대로 사귀어 보지 못했을 것이며, 사회성과 대인 관계 능력 또한 제대로 계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마음을 나누고, 서로를 아끼는 것은 대단히 성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한여름 밤의 꿈만 같은 뜨거운 사랑을 나누기까지, 우리가 나눠 가져야 할 짐들은 조금 무거운 듯하다. 생활비를 쪼개 연인과 만나고, 심지어는 알바까지 강행하기도 한다. 또한, 연애 기술을 얻고자 돈을 투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기 위해선 결국 돈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씁쓸한 현실 속에서도 우리는 사랑을 꿈꾸고 있다.

글 송민지 기자
treeflame@yonsei.ac.kr

사진 한동연 기자
hhan5813@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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