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의 외COOK!인 사장님들을 만나다.

나랏문을 굳게 닫고 외국문물을 배척하던 시대가 상상조차 되지 않는 요즘이다. 지하철에서는 엄마 손 붙잡고 나들이를 나온 파란 눈의 꼬마 아가씨를 쉽게 마주칠 수 있게 됐고, TV를 틀면 한국인보다 더 유창한 한국어로 이야기를 나누는 각국의 청년들을 볼 수 있다. 그들은 며칠 밤 자고 떠나는 단순 관광객이 아니다. 우리 주위에 사는 엄연한 ‘주민’이다.
각기 다른 이유를 안고 한국을 찾은 그들은 한국사회에 섞여 살아가는 한편,  자국의 문화를 한국에 녹여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라면 몇 년 사이 어디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외국 음식점이 아닐까. 지금은 현지 사장님이 직접 운영하는 곳도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우리 대학생들과 친근한 젊음의 거리, 홍대에 자리를 잡은 ‘외국인 사장님’들을 만나 그들의 한국 정착기를 들어봤다.

어서 와, 홍대는 처음이지?

 

안녕하세요, 저는 코바야시 스스무입니다. 일본사람이고요, 제빵사가 된 지는  13년 차입니다. 한국에는 5년 전에 처음 왔어요. 한국에 들어와서 3년 동안은 다른 기업에서 셰프로 일하다가 지난 2014년 4월에 홍대에 제 가게인 ‘아오이토리’를 개업했습니다.
가게 이름인 ‘아오이토리(靑い鳥)’는 한국어로 ‘파랑새’라는 뜻입니다. ‘행복의 파랑새’라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치르치르와 미치르라는 남매가 행복을 가져다주는 파랑새를 찾아 떠나지만, 결국 그 파랑새는 집에서 원래 키우던 새였다는 내용이죠. 저는 그 이야기처럼 행복은 ‘일상’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빵사를 오래 하며 느낀 점은, 빵집은 다른 음식점보다 ‘일상적’이라는 거예요. 가격도 비싸지 않고, 레스토랑과 같이 격식 있게 차려입고 가야 하는 장소도 아니죠. 동네 분들이 저희 빵을 통해 일상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가게가 되고자 이런 이름을 붙였습니다.
한국에는 일본 유명 빵집의 해외지점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오게 됐어요. 그러나 최초의 해외근무는 한국이 아니었죠. 우선은 1년 동안 중국 지점에 가 있었어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제빵사가 돼서 경력이 짧을 때라 저도 별로 실력이 없었죠. 결국 중국 지점은 실패했어요. 하지만 그때의 기억이 강하게 남아서 실력을 키운 뒤 언젠간 해외에 나만의 일본식 빵집을 차리자고 다짐했어요. 그러다가 한국에서 일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의가 왔고, 몇 년 동안만 하다가 독립하자는 목표를 갖고 한국에 왔습니다.
홍대에 가게를 차리고 놀랐던 것은 잘 팔리는 빵 종류가 달랐던 거예요. 강남이나 분당에서는 잡지 같은 매체에 소개된 빵만 계속 팔리는데, 홍대에는 원래 빵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은지 매체에 소개된 빵은 물론 크로와상 같은 기본 빵들도 많이 팔려요. 만드는 입장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빵이나 손이 많이 가는 빵이 잘 팔리면 좋죠. 홍대는 제빵사에게 그런 보람이 있는 곳입니다.
한국에서 장사하기 힘들지 않냐고요? 가게를 차리기 전 3년 정도 일해 보니 다행히도 ‘한국 물’이 저랑 맞더라고요. 게다가 세계 어디를 가든 ‘맛있는 것은 맛있다’고 생각하며 한국 입맛에 맞추자고 크게 의식하지 않았는데도 가게가 인기를 얻기 시작했죠. 물론 한국에 살다 보니 제 입맛도 어느 정도 한국에 맞춰지기도 했어요. 일본 음식은 원래 소금 맛이 강하잖아요? 저도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한국 음식이 싱겁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일본 가서 밥 먹으려면 짜서 못 먹어요. 그래도 굳이 힘든 점을 꼽자면 언어가 가장 힘들죠. 그리고 아직도 스트레스 받는 일은 ‘운전할 때’. 한국 분들은 자주 화를 내면서 운전하셔서, 그거 빼고는 별로 없어요.
‘아오이토리’의 인기비결이요? 맛있는 빵을 팔고 좋은 기분으로 놀러 오실 수 있도록 서비스하는 것은 당연하잖아요, 그 당연한 것을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또 저희 가게는 8시에 오픈하는데, 이 동네는 그런 빵집이 거의 없더라고요. 빵을 아침식사로 드시고 싶은 분들도 분명히 있을 텐데 말이죠. 다른 집들이 12시에 오픈할 때 저희 가게는 아침에도 열고 있어서 오전에 빵 드시고 싶은 분들이 찾아올 수밖에 없는 것도 한몫한 것 같아요.
한국의 매력은 장사하는 입장과 손님의 입장이 일본보다 대등하다는 거예요. 일본은 서비스가 ‘지나치게’ 좋기로 유명하잖아요. 일본에서는 필요 없을 정도로 완벽한 서비스를 추구하다 보니 편의점에서 커피 한 캔 사도 “봉투 드릴까요”하고 일일이 물어보는데, 한국에서는 ‘적당하게’ 친절해도 돼서 좋아요. 그래서 조금 더 마음 편하게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제게 있어 한국은 가장 친근한 외국이자, 해외에 가게를 차리겠다는 제 목표를 첫 번째로 이룰 기회를 준 나라입니다. 이제 다음 목표는 전국에 직영을 두고, 현장의 기술자들이 존중받는 회사를 만드는 것입니다. 지난해에 법인까지 설립한 이유죠. 요즘에는 ‘먹방’이나 ‘스타 셰프’들이 많아서 나아지긴 했는데, 요식업은 그동안 인식이 그렇게 좋지 않았어요. 노동시간은 긴데 월급은 적고. 누군가 어떤 일을 하냐고 물었을 때 ‘요리’하고 있다고 답하면 안 좋은 인상을 받는 분들도 있었죠. 저도 그런 것들을 견디며 일을 했기에 제 가게를 차리면 현장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이 제일 존중받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해왔어요. 그런 것들이 실현되는 회사가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그러니 저희 ‘아오이토리’, 부담 없이 한번 놀러 와 주시면 좋겠습니다!
 

홍대에서만 9년 차 터줏대감

 

안녕하세요! 네팔에서 온 검비르 만 쉬레스터라고 합니다. 저는 현재 인도․ 네팔․ 티벳 음식점 ‘YETI’를 홍대에서 9년째 운영하고 있어요. ‘YETI’를 차리고 2년 동안은 오너이자 셰프도 했고, 현재는 현지인 셰프 4명이 따로 있습니다. 주방이 바쁠 땐 저도 셰프를 하고요, 평소에는 방송 리포터 겸 배우로도 활동합니다.
가게 이름인 ‘YETI(예티)’는 한국의 단군과 웅녀 얘기를 떠올리면 됩니다. 예티는 히말라야의 전설 속 설인인데, 네팔에서 예티는 조상 격인 존재이기 때문에 그를 기리고자 ‘YETI’라고 지었습니다. 지난 2006년에 가게 문을 열었고, 홍대 놀이터 근처에서 최근 상수 쪽으로 확장 이전 했습니다.
제 목표는 한국과 네팔을 잇는 문화적 가교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에 네팔을 알리는 네팔 문화원을 세우는 것이 꿈이었어요. 지금은 목표를 이뤘지만, 꿈을 처음 가진 유학생 때는 문화원을 세울 자금이 부족했죠. 그러나 음식점도 네팔의 모습을 잘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음식점부터 개업했습니다.
한국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데 입맛 부분에서는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네팔에서 한국 음식점을 1994년부터 2009년까지 했기 때문에 한국인의 입맛은 어느 정도 꿰고 있었거든요. 그래도 가게를 찾는 손님 중에서 현지방식으로 드시고 싶은 분들도 계시니 저희 직원들이 주문을 받을 때 향신료의 정도를 물어봅니다.
힘들었던 부분이라면 문화와 언어의 차이였죠. 물론 네팔의 언어 중에서 한국어와 비슷한 언어가 있어서 익히는데 어렵진 않았습니다만, 산악인들에게 한국어를 배웠기 때문에 속어로 익혀서 당황스러웠던 경험이 있었죠. 한국 유학 시절 교수님께 “대가리 아프다”고 말해버린 거예요! 저는 ‘머리’가 한국어로 ‘대가리’인줄 알았는데 말이죠.
‘YETI’의 인기비결이라면 우선 음식이 제일 큰 요인인 것 같아요. 그리고 가게 내부 인테리어가 다른 음식점과 달리 이국적이잖아요? 인도와 네팔 현지에 와있는 것 같죠. 또 가게가 위치한 홍대가 미술로 유명하잖아요? 그래서인지 미대생들이 오면 색다른 인테리어 때문에 매력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이곳에서 영감도 얻고, 제게 인도와 네팔의 미술에 관해 물어보기도 하고요. 젊음과 예술의 거리 홍대에서 네팔의 문화적 측면까지 보여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지난 2002년에 유학 오기 전부터 산악인들과의 인연으로 친근했던 한국은 이제는 제게 있어 두 번째 고향 같은 존재예요. 목표였던 네팔 문화원은 동대문에 열었고, 앞으로는 문화원을 통해 더 많은 한국인에게 네팔을 알리고 싶어요. 요즘은 다문화 청소년 협회에서도 활동 중입니다. 한국적응을 어려워하는 다문화 청소년들에게 1대 1 멘토링도 해주고 있고, 인식교육과 복지지원 등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드리자면, 지진을 겪고 힘들어하고 있지만 현재 극복 중인 네팔에 기회가 되신다면 여행을 떠나보셨으면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외국인이 멀고 신기한 존재가 아니듯 그들에게 역시 한국은 낯설기만 한 타향이 아니다. 피부색과 살아온 문화는 달라도 오늘도 한국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의 지구촌 이웃들에게 이제는 반갑게 인사를 건네보는 것은 어떨까? 안녕하세요! 


글 이주인 기자
master0207@yonsei.ac.kr
사진 강수련 기자
training@yonsei.ac.kr
정윤미 기자
joym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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