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학생들이 바라본 한국 학생들

글로벌 캠퍼스를 지향하는 우리대학교에서 외국인 학생들을 찾아보는 것은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전국 팔도에서 온 학생들도 지역별로 서로 다른 모습을 확인하며 놀라울 때가 많은데 외국에서 온 학생들 역시 우리를 보며 놀라운 것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알아봤다. 외국인 학생들은 우리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기자는 UIC에 재학 중인 멕시코에서 온 낸시(CLC·13)와 싱가폴에서 온 트레버(CTM·14)와 함께 ‘한국 대학생’이라는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한국에서 살아남기

기자(아래 K) : 자 먼저, 다들 한국엔 어떻게 오게 된 거야?
낸시(아래 N) : 이건 외국에서 온 여자애들 대부분이 똑같이 대답할 걸? K-POP 때문이지! 백이면 백 다 똑같이 대답할거야. 물론 한국에 오고 나서는 단순히 아이돌 때문이라기보단 한국의 문화가 점점 좋아져서 더 있게 됐지만, 처음 계기는 K-POP 때문이었어. 처음에는 ‘얘네 뭐야?’ 싶었는데 나중에는 나도 새벽 5시까지 아이돌 동영상을 보고 있더라고.
트레버(아래 T) : 나도 K-POP 때문에 온 사람을 많이 봤어. 나 같은 경우는 K-POP 때문은 아니고, CTM(Creative Technology Management)이라는 전공을 배우고 싶어서 왔어. 또 한국은 아웃도어 활동을 하기에도 정말 좋은 나라잖아. 산도 많고. 나는 고등학교 때 동아리로 철인3종 경기에 참여하기도 했거든.
K : 그랬구나. 근데 가족들도 없이 한국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한국에와서 친구들은 주로 어디에서 어떻게 사귀었어?
N : 처음에는 가족도 없고 혼자 한국에 와서 여러 사람들과 친해지려고 말도 걸고 그랬는데 내가 말을 걸면 무서워하더라(웃음). 그래서 이젠 아예 말도 안 걸어. 우리들도 혼자라서 무섭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 그래도 기숙사 행사들을 통해서 한국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어. 나는 국제캠의 알렌 하우스였는데 하우스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하면서 새로운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어. 그 친구들이랑은 지금도 연락해.
T : 나는 HE(Holistic Education)수업을 통해서 많이 만났어. 또 RC 올림픽이나 송도 마라톤에도 참여했더니 이 사람 저 사람 만날 수 있더라고.

대학 문화 표류기

K : 학교 프로그램들을 통해 사람들을 많이 알게됐구나. 그래도 정말로 친해지는 데에는 술만 한 게 없지. 한국대학생들의 술문화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 술게임은 해봤어?
N : 완전. 한국 애들은 무슨 술게임을 가르치는 학원에 다니는 것 같아. 나는 연고전 때 처음 술게임을 해봤는데 정말 신세계였어. 한국은 술을 마시는 것에 대해 ‘술 문화’라고 따로 분리해서 얘기한다는 것 자체가 독특한 것 같아. 예를 들어, 멕시코에서는 ‘멕시코 술 문화는 뭐에요?’라고 하면 다들 무슨 소리하냐는 반응일 거거든.
T : 근데 정말 제주도에서 왔건 서울에서 왔건 술게임은 다 아는 것 같더라. (웃음) 술 마시는 것 자체는 별로 안 좋아하지만, 술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사람들이랑 쉽게 친해질 수 있는 것 같아.
K : 엠티에서 그렇게 정신없이 마신 다음에 일어나면 사람들 보기 민망하진 않아?
T : 그러면 술을 더 마셔야지(웃음).

K : 아까 연고전에 대해서 얘기했는데, 연고전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응원이잖아. 우리대학교의 응원문화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
N : 처음에 합동응원전에 갔을 때는 다 한국어로 하고 아무것도 모르니까 진짜 지겨웠는데 막상 연고전 가니까 다르더라. 옆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일단 어깨부터 걸고 신나게 노니까 재밌었어.
T : 싱가폴에서는 보통 직접 운동을 하는 걸 좋아하지 응원하는 거에 이렇게 열광하지는 않아. 근데 여기서는 응원을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더라. 따로 가르치기까지 하고.
N : 맞아 진짜. 저번 연고전 때 럭비경기를 할 때는 경기 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니까? 다들 응원하는 데 정신이 팔려 있었어.
T : 근데 응원 문화는 연고대만의 문화 아니야?
K : 옛날에는 그랬을지 모르는데 요즘에는 한국 대학에서 되게 보편화돼있어. 명지대에도 응원팀이 따로 있는 걸로 알아.
N : 외국에서는 주로 여자애들이 짧은 옷을 입고 치어리딩을 하지. 하지만 응원 동작을 따라하지는 않아.
T : 그래도 응원을 하면 뭔가 진짜 축제 같아서 다음을 자꾸 기다리게 되는 건 있어.

외국인 눈에 비친 스펙 열풍

K : 근데 한국 대학생들한테 문제는 없는 것 같아? 요즘에 보면 한국 대학생들 중엔 공부와 스펙 쌓기에만 열중하는 학생들이 정말 많아. 특히 우리나라는 지금 학벌, 인턴 경력, 사회봉사뿐만 아니라 외모까지 스펙에 포함시키고 있어. 각자 나라엔 이런 스펙 같은 개념이 있어?
N : 멕시코랑 미국에 살면서 난 스펙을 쌓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적은 없었던 것 같아. 그런데 한국 애들은 고등학교 때까지 힘들게 공부하다 온 건데 대학교 들어와서 좀 놀아도 되지 않아? 물론 공부하는 게 학생의 본분은 맞지만, 노는 거랑 공부하는 거의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한 것 같아. 주변에 한국 애들 보면 이미 인턴도 다 끝내고 봉사활동도 다녀오고 나 혼자 아무것도 안한 것 같아.
T : 싱가폴은 같은 아시아권이어서 그런지 비슷한 것 같아. 내 생각에 한국이나 싱가폴의 스펙 쌓기는 배지 모으는 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해. 언어 하나 배우고, 자격증 하나 따고 하는 것들 말이야. 예를 들면 싱가폴 대학생들은 사회봉사가 의무적으로 있어서 졸업을 하려면 일정 시간을 채워야 해. 또, OCIP(Overseas Community Involvement Programme)라는 게 있어서 주변국인 베트남이나 말레이시아 등에서 교육 봉사 같은 것들을 해야 해. 다들 이런 건 빨리 끝내고 싶어 하지. 이런 것도 스펙의 일종 아닐까? 또, 외모도 스펙일 수 있다고 생각해. 마케팅 같이 사람 만나는 게 직업인 사람들은 외모를 안 볼 수 없잖아?
K : 그럼 스펙을 높이려고 동아리에 들어가는 건 어떻게 생각해? 예전에는 사람이 좋아서 동아리에 들어가는 사람이 많았는데, 요새는 스펙을 높이려고 동아리에 들어가는 학생들도 꽤 되는 것 같아.
N : 음... 자신이 동아리를 통해 하고 있는 일이 본인이 하고 싶어 하는(Interesting) 일이고, 그 안에서 하는 일들이 스스로가 미래에 하려는 일과 부합한다면 충분히 괜찮다고 생각해.
T : 자신이 나중에 뭘 하고 싶은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동아리에서 그 일과 관련된 활동을 미리 해보는 건 좋은 것 같아. 나중에 자신이 원하는 꿈에 좀 더 빨리 수월하게 도달할 수 있게 해주는 거잖아? 결국 중요한건 ‘이게 스펙이냐 아니냐’보단 ‘내가 이걸 정말 원해서 하고 있느냐’인 것 같아.


*본 토론은 영어로 진행됐고 기사는 이를 기자가 대화체로 번역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글 김민호 기자
kimino@yonsei.ac.kr
사진 전준호 기자
jeonjh1212@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