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틀린 게 아니라 다름을 인정해야

“그래, 나 가난한 나라에서 왔어. 그래서 즐길 줄 몰라.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어떤지 알아? 힘 쎈 백인들한테는 아부떨고, 동남아 와서는 아무렇게나 씨뿌리고 다니고, 동남아 사람 무시하고...”

조금은 거칠어 보일 수 있는 이 말은 영화 『반두비』의 대사 중 하나다. 이 영화는 이주노동자가 한국 사회에서 살면서 겪는 많은 일들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주인공인 카림이 옷가게에서 옷을 살 때 직원이 카림의 손이 아닌 옷 봉투위에 거스름돈을 놓는 장면 등은 우리 사회의 외국인에 대한 인식을 여실히 보여준다.

제노포비아란?

우리 사회에서 외국인들에 대해 차별적인 시선을 보내는 일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시각을 제노포비아(Xenophobia)라 부른다. 제노포비아는 낯선 것, 즉 '이방인'을 뜻하는 제노(Xeno)와 '기피한다'는 뜻인 포비아(Phobia)가 합해진 단어로, 우리와는 다른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편견을 갖고 대하는 외국인 혐오증을 뜻한다. 이는 단순히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을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만을 넘어 자국 내의 실업률, 범죄율 증가 등의 원인을 외국인과 연관시켜 외국인들에게 책임을 전가시킨다는 점에서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2015년 기준 출입국 외국인 정책 본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생활하는 외국인은 약 170여 개국 185만 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4%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외국인 체류자의 비율이 높아지고 점차 다민족화 되면서 제노포비아 현상도 점점 강해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지난 2012년 4월 조선족 남성이 한 여대생을 살해한 ‘오원춘 사건’ 등과 같은 외국인 범죄로 인해 외국인 혐오증이 더욱더 강해지고 있다. ‘짱깨’, ‘쪽바리’ 등의 외국인을 폄하하는 단어를 스스럼없이 사용하는 것 등이 외국인 혐오증을 전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제노포비아의 원인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혐오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우선 민족주의적 측면에서 우리나라 국민에게는 단군 이래 단일민족국가라는 순혈주의 사상이 깊이 박혀있다. 여성가족부의 ‘다문화 수용성 조사’에 따르면 순수 혈통을 중시하냐는 질문에 87%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러한 혈연중심의 공동체 주의가 바탕이 된 단일민족주의는 현재 우리나라의 다문화가 진행되는 데 있어서 걸림돌이 되고 있다. 두 번째 원인은 사회, 경제적 요인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가시적인 청년 실업률은 11.1%로 외환위기 시절 이래 가장 심각한 수준인 반면 국내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지난 2009년 약 36만 명, 지난 2013년에는 약 48만 명으로 현재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구직난이 계속돼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외국인 노동자 비율의 증가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반감을 높이고 있다. 또한 국내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대부분은 3D업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자연스럽게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편견을 만들었다는 사회적 의견도 존재한다. 우리대학교 김형종 교수(정경대‧국제관계학)는 “현재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편견이 존재한다”며 “열악한 노동환경과 임금 격차와 관련한 구조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한국 문화 익히기’ 등과 같이 동화위주의 정책은 개선돼야 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외국인에 대한 경계심을 높인 원인으로 미디어와 언론을 빼놓을 수 없다. 외국인 범죄는 다른 범죄에 비해 좀 더 특수하고 자극적으로 보도된다. 물론 ‘오원춘 사건’이나 ‘수원 토막살인 사건’과 같이 중대한 범죄를 언론에서 조명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를 외국인 체류자 전체의 문제로 확대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실제로 지난 2011년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인구 대비 외국인 체류자의 범죄 비율은 1.9%인 반면 내국인의 범죄 비율은 3.7%로 내국인의 범죄 비율이 더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결국 외국인이라고 해서 범죄율이 높을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편견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외국인관련 변호사 최필재(50)씨는 “외국인들은 음주운전과 같이 사소한 범죄를 저질러도 한국에서 체류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오히려 준법의식을 중시한다”며 “오히려 임금체불 등의 문제가 있을 경우 자신의 권리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최 변호사는 “현재 극단적인 외국인 범죄는 주로 불법체류자인 경우가 많고, 이들을 정책적으로 합법화시킬 방안을 마련한다면 오히려 범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바람직한 다문화를 위하여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우리나라에서 체류하는 외국인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편견을 가진 개개인의 인식을 재고하는 것뿐 아니라 법적, 제도적 장치도 시급하다는 것이다.
우선 외국인 혐오증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일명 '제너코리아(Gener Korea)'의 필요성이 고무되고 있다. 제너코리아란 ‘관대한, 포용하는’을 뜻하는 ‘Generous’와 ‘포괄하는’을 뜻하는 ‘Generic’, 그리고 에너지를 ‘창출하는’을 뜻하는 ‘Generating’이라는 단어들을 ‘Korea’와 합성한 단어다. 이는 제노포비아 현상을 극복하고 행복한 다문화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한국인이 가져야 할 세 가지 태도를 의미하고 있다.
그리고 개개인의 인식 변화를 넘어 사회적 장치 마련도 또 하나의 과제다. 최 변호사는 “외국인들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는 외국인 체류자 문제해결이 시급한데, 특히 노동자들의 출입국과 관련된 개방 정책이 필요하다”며 “불법 체류자 자녀의 경우 교육, 의료보험 등 기본적인 혜택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한국 국제 이주기구 IOM(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Migration)의 장보람(33)씨는 “외국인들의 인권 침해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작업하는 공간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또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인권 침해를 당할 경우 언제든지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는 제도도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문제들과 관련해 지난 8월 31일 산업 통상부와 법무부는 숙련된 외국인 노동자가 기량 검증을 통과할 경우 기업에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체류기간을 연장해주는 제도를 시행키로 발표했다. 이는 외국인 노동자의 처우 개선에 우리 사회가 한 발짝 나아간 사례 중 하나다.

우리 사회에서 외국인에 대한 색안경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힘들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다양한 숙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교과서에서 배우듯, 말로만 ‘지구촌’이 아니라 외국인들의 다양성을 품어야 할 때이다. 영화 속 ‘카림’이 우리와 소주 한 잔을 기울이는 것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내가 먼저 색안경을 벗어보는 것은 어떨까?

 

글 남유진 기자
yujin221@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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