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 간 연계는 대학교육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제다. 우리대학교도 학계의 움직임에 발맞춰 지난 2000년 연계전공을 신설하기 시작해 현재 15개의 연계전공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로 운영 12년째를 맞는 연계전공의 현주소는 어디쯤일까? 지난 2월에 졸업한 3천1백69명의 학생 중 18명만이 연계전공을 이수했다. 전체의 0.6%, 백 명 가운데 한 명도 되지 않는 미미한 수치다. 기존 학문체계의 고립화를 극복하고 대학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는 포부로 시작한 연계전공이 이제는 ‘끊어진 사슬’만 남은 것이다. 연계전공이 갈수록 사양길을 걷는 것은 △홍보 △행정 △교원 분야 차원에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아는 사람도 알기 어려운 정보

매번 수강편람에 연계전공소개 홈페이지가 링크된다. 하지만 홈페이지의 내용은 부실하기 그지없다. 전공에 대한 간략한 소개만이 있을 뿐, 연계전공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없다. 우리대학교의 연계전공과 비슷한 ‘융합전공’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대와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서울대 융합전공의 경우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전공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홈페이지가 부실하게 관리되는 문제에 대해 학사지원팀 김영숙 팀장은 “연계전공을 담당하는 행정조교가 일반 대학원생이기 때문에 홈페이지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별도의 홈페이지라도 운영되고 있는 신촌캠의 상황은 원주캠에 비하면 나은 편이다. 원주캠에서 연계전공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은 학교 홈페이지가 유일하다. 하지만 학교 홈페이지는 연계전공의 종류만을 소개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진 않는다.
홈페이지가 제대로 관리가 되고 있지 않는데다 홍보 역시 미흡한 실정이다. 이는 학교 측에서 사실상 학생들에게 연계전공을 알리고자 하는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매년 연계전공안내책자가 만들어지지만 학사지원팀에 비치될 뿐 학생들에게 배포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15개 전공을 담당하는 단 한 명의 조교

연계전공의 문제는 행정적인 차원에서도 찾을 수 있다. 연계전공을 전담하는 부서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현재, 총 15개의 연계전공에 관한 업무는 한 명의 대학원생 행정조교가 모두 맡고 있다. 이에 대해 김 팀장은 “연계전공에 대한 학생들의 수요가 줄어 기존에 있던 연계전공 사무실을 없애고 현재는 연계전공에 대한 업무를 학사지원팀에서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계전공에서 이번학기(기준) 개설되는 강의만 29개인 점을 생각하면 턱없이 모자란 수치다.
연계전공에 대한 행정 지원이 부족하다는 점은 강의를 맡고 있는 교수들도 지적하는 문제다. 우리대학교에서 ‘문화비평이론세미나’를 강의하는 심지영 강사는 “(여러 전공에 관한 업무를 처리해야 하기에)연계전공은 다른 전공보다 행정적 차원에서 많은 지원을 필요로 한다”며 “연계전공에 관한 업무만을 처리하는 사무실과 인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보 부족과 더불어 행정적인 지원의 부족은 연계전공 이수 학생의 감소를 야기한다. ‘지원 부족-학생 감소’의 악순환을 불러오는 것이다. 심 강사는 “연계전공 제도는 다른 대학에서도 본보기로 삼으려는 훌륭한 제도”라며 “지금의 악순환에서 연계전공을 구하기 위해서는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교원 확충이 가장 시급한 문제

학교 측에서 연계전공의 가장 큰 문제로 꼽는 것은 ‘교원의 부족’이다. 김 팀장은 “연계전공을 담당할 만큼의 전임 교원이 확보되지 않고 있다”며 “교수들이 원래 맡고 있는 전공이 있기에 상대적으로 연계전공에 집중할 수 없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나 우리대학교 내부의 교원이 부족하다면 외부에서 교원을 초빙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실제로 몇몇 과목은 외부의 초빙강사나 교수들이 강의를 맡고 있다.
‘외교통상국제기구론’을 강의하는 외교통상부 견제민 겸임교수(사과대·정치외교학)는 “학생들이 이익이 된다고 느낀다면 외부에서 교원을 초빙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전임 교원을 확충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외부에서 교원을 초빙하는 것으로 제도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실질적인 연계를 위해

견 교수와 심 강사가 “연계전공 책임교수와 자주 이야기를 나눈다”고 밝힌 것처럼 교원들 간에는 의견 교환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반면, 교원과 행정부서 사이의 소통은 미흡하다. 행정부서에서 교원을 확충하고 지원을 늘리는 데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연계전공이 학교가 학제간 융합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진정한 학문 간 융합을 실현하는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행정부서의 역할이 중요하다. 학생들에게 연계전공을 알리고, 교원을 확충하는 일 모두 결국 행정부서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끊어져버린 연계전공의 사슬을 다시 잇기 위한 학교 측의 노력이 요구된다.

박정현 기자 jete@yonsei.ac.kr
그림 김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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