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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보다 배꼽이 큰 요즘 책들, 당신의 책은?소장용 책과 보급용 책 사이에 놓인 소비자와 출판계
  • 양준영 기자
  • 승인 2009.09.19 16:52
  • 호수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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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디자인에 견고한 책표지, 눈부신 속지까지. 현재 우리나라 출판계는 호화로운 포장으로 책을 감싸는 경향이 있다. 이런 책들은 오랫동안 보관하기에는 좋지만, 휴대하기에 힘들고 가격이 비싸다. 우영석(경제·06)씨는 “하드커버는 비싼 가격에 과하게 좋은 종이를 써서 돈도 종이도 아까운데 시중에 주로 하드커버만 나오기 때문에 딱히 선택권이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시중의 책 대부분이 소장용 책이기 때문에 보급용 책들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보급용 책의 대표적인 판형은 일본에서 대중화된 ‘문고본’이다. 문고본은 얇은 종이표지와 재생종이로 만들어져 일반 단행본에 비해 작고 가볍다. 영미권에서 널리 쓰이는 ‘페이퍼백’도 있다. 페이퍼백은 A4크기의 4분의 1인 A6크기로, 역시 재생종이를 써서 가볍다.

일본과 영미권 등지의 출판시장에서 보급용 책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일본의 문학서적의 경우 50% 가량이 문고본으로 재출판된다. 이는 매출의 절반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탄탄한 시장 수요를 확보하고 있다. 영미권에서는 책이 처음 출판될 때는 하드커버로 나오지만, 1년 쯤 지나면 대부분 페이퍼백으로도 나온다. 페이퍼백의 가격이 하드커버의 절반 혹은 그 이하로 매우 저렴해, 책이 나오자마자 구입하는 독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페이퍼백을 선호한다.

이처럼 보급용 도서가 대중화된 데에는 그 나라의 독서문화와 출판환경의 영향이 크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독서인구가 우리나라보다 많다. 또한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책을 읽는 사람이 많아 작고 가벼운 책에 대한 수요가 크다. 영미권도 독서율과 공공도서관 구매율이 높아 일정 수준 이상의 판매량이 보장돼 있어 다양한 판형을 제작할 여유가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 불필요한 양장본과 과잉 포장된 책이 넘쳐나게 된 배경에는 열악한 출판환경이 있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다양한 판형을 내기에는 시장 수요가 너무 적다”며 “한 유명출판사도 1년에 내는 책의 70%가 인건비만 겨우 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고판형을 따로 낼 여력이 없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한 ‘2008 국민 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3명이 1년간 1권의 책도 읽지 않으며, 월평균 도서구입비가 1만원 미만인 사람의 비율이 58.9%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어려운 환경에서 출판사들은 호화 양장본을 위기의 돌파구로 여기게 됐다. 물론 문고본은 제본이나 표지제작에 드는 비용이 적어 원가가 낮긴 하다. 하지만 자동차 열 대를 파는 것보다 비행기 한 대를 파는 편이 이윤이 많이 남는 것처럼, 출판사도 비싼 양장본으로 이윤을 내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또한 출판업자들은 가격을 반으로 낮춘다고 해서 독자가 두 배로 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굳이 문고본을 내려고 하지 않는다.

이윤의 문제 외에도 출판업자들은 소비자들이 양장본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문고본을 내기 어렵다고 말한다. 출판사 생각의 나무 민기범 팀장은 “판형을 다양화하고 저렴한 가격에 독자를 넓히려는 시도로 문고판 시리즈를 2년 전 쯤에 내놓았으나 생각보다 반응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값싸고 휴대가 용이한 책을 원한다고 해도 사실상 독자들은 문고판형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도 내실보다 외형을 따지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한편 소비자들의 취향을 만든 것은 출판사의 안일한 관행이라고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한국출판연구소 백원근 소장은 “당장 이윤 나는 것만 출판하려는 출판사의 태도 때문에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없어지고 시장도 확대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워낙 출판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다 보니 판매대에서 눈길을 끌기 위해 점차 표지는 호화로워지고 종이는 고급스러워졌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눈에 띄는 책을 고르게 되고 양장본의 범람을 당연시하게 된다.

그러나 최근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설문조사는 국내 페이퍼백 보급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지난 8월 교보문고와 함께 2천968명의 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90%(2천663명)가 ‘앞으로 재생종이를 사용한 책 제작이 이뤄지기를 바라냐’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했다. ‘바라지 않는다’는 2%(75명)에 불과했다. 출판계 일부의 우려와 달리 재생종이에 대한 독자들의 거부감이 크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판형에 대한 다양한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얼마든지 현재의 상황이 바뀔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출판 시장이 일본, 영미권 보다 작고 열악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출판업이 성장하고 독서문화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출판업계의 자체적인 의지와 노력이 요구된다. 백 소장은 “무엇보다 출판업계의 관행개선이 필요하다”며 “양장본 위주의 출판관행이 당장의 이윤을 남길 수 있겠지만, 독자저변을 확대하고 출판시장을 활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판형을 제작하려는 시도와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책 판형별 수치 어떻게 다른가>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버락 오바마)

한국판 양장본

미국판 하드커버

미국판 페이퍼백

가로×세로

15cm×22cm

16cm×24cm

13cm×20cm

두께

4cm

3.6cm

3cm

무게

1052g

726g

353g

쪽수

712쪽

464쪽

480쪽

가격(환율 1$=1천230원, 9월 18일 기준)

1만 8천900원

$25.95(3만 1천918원)

$14.95(1만 8천388원)

양준영 기자 stellar@yonsei.ac.kr
사진 추유진 기자 babyazaz@yonsei.ac.kr

양준영 기자  stellar@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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