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방전도에 대해 기독교인들과 나눈 이야기
# 앞의 기사를 기획하면서, 지인들에게 그들의 교회에 초대 받았다는 이야기를 하니 다들 위험하다며 말렸습니다.(물론 부장은 ‘와! 잘됐다’라고 기뻐했지만요) 그런데 만약 제 지인들의 말처럼 ‘위험’하다면 학교는 어떤 식으로 대처를 하고 있을까요?
"속이기로 작정한다면 방법은 없다."
교목실에서 파악한 우리대학교 기독교 모임은 현재 약 60여개가 있다. 교목실의 김유준 전도사는 “학생들이 어떤 종교를 믿든 간섭하지는 않지만 기독교 학교로서 정통기독교가 아닌 종교단체가 학내에서 모임을 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목실에서는 금지한다고 했지만 실제로 지난해에만 해도 많은 단체가 교파를 숨기고 모임을 하다 적발됐다. 이미 YTN, 연합뉴스 등 언론에서 여신도 성폭행 등으로 지적받은 JMS 같은 경우 CGM, 기독교복음선교회, 예수교대한감리회, 밝은미소운동본부등의 이름으로 학내에서 활동하고 있다. 국민일보, 한겨례 21에서 ‘아들딸이 가출해서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는 부모들의 호소와 40억원대 교회 재산을 교주 아들의 이름으로 매입한 것’으로 지적받은 신천지교회의 경우는 성경읽기모임, 성경바로알기모임, 기독교신학원, 성경신학교육원, 말씀사랑선교회, 대한예수교교역자선교연합회, 한국기독교선교연합회, 시온기독교신학원, 예수교증거장막성전의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전 기사의 체험기처럼 우리대학교 학생이 강의실을 빌리고 그곳에서 모임을 갖는 것까지는 막을 방법이 없다. 교목실 학생선교 담당 김유준 전도사는 “주로 그런 모임은 강의실 대여가 쉬운 공학관에서 진행된다”며 “공대 학장님께 종교 관련 모임에 대해서는 신중히 강의실을 빌려줄 것을 요청을 했지만, 속이기로 작정한다면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교목실에서는 정통 기독교가 아닌 교파의 노방전도를 방지하기 위해 이번학기부터 “연세대학교 학원 선교사역자 패찰을 만들고, 이를 교목실에서 심의를 거친 간사에게 배부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계획 역시 원천적인 봉쇄는 아니다. 이 패찰이 없다고 학내 선교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고, 단지 그 패찰이 있는 선교 사역자는 연세대학교에서 보장한다는 것만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학생들은 이 패찰을 받지 않기 때문에 패찰이 없이 노방전도를 하는 사람 중에 학내 중앙동이리 소속 학생이 있을 수도 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하리라?
아카라카 때 우리대학교 주변 주민들은 참 고역이라고 한다. 거의 1만여명에 해당하는 20대 젊은이들이 동시에 소리를 질러대니 오죽하겠는가. 그러나 응원에 참여하는 연세인들은 누구도 소음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소음의 진원지에 더 가까이에 있음에도 말이다).
그런 점에서 소음은 객관적이라기보다는 주관적 공해다. 위에서 언급한 소위 ‘이단’이 아니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거부감을 느낀다면 그건 소음이 아닐까. 그것이 위험하지 않고 진리라고 해도 말이다. 이런 주장에 대해서 기독교 동아리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기독교인들과 인터뷰를 해봤다.
미니인터뷰 1. IVF(한국기독학생회)의 김주희(도시공학·06)씨 |
미니인터뷰 2 교목실 학생선교 담당 김유준 전도사 |
미니인터뷰 3. ESF(기독대학인회)의 남지흔(행정·06)씨 *노방전도를 하신 적 있으세요? 아니요. 저희 동아리도 노방전도를 하는데 저는 하기 싫다고 하고 안 나갔어요. *특별히 하기 싫은 이유가 있으세요? 그런 식으로 전도하는 것보다는 다른 방법이 더 좋다고 생각해요. 옆에서 봤을 때 ‘쟤 참 괜찮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사람이 기독교인이라면 자연스럽게 전도가 될 것 같아요. 지금 시대에는 예수님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잖아요. 그러니 (크리스챤으로서)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자유. 그 식상하지만 어려운 가치
어떻게 보면 누가 누구를 이단으로 규정한다는 것부터가 우습다. 결국 기준은 자신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실 ‘이단’이 볼 때는 정통이라고 주장하는 측이 잘못된 것처럼 보일 것이다. 기사에서 기자가 ‘정통 기독교’의 주장에 따라 ‘이단’을 구분한 것 역시 기준에 따라서는 왜곡으로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단’이 위험하다는 데 기자가 동의 한 것은 그것이 단순히 ‘정통기독교’가 아니기 때문만은 아니다.
교목실 한 관계자는 “사이비 종교는 교주를 신격한다는 점, 그리고 종말이 가까워졌다는 점을 암시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도 위험하다”며 “교주가 신격화되고 종말이 가까워지는 것을 강조할수록 그만큼 교회 내 비리가 발생하기 쉽고, 신도가 현실에서 도피하게 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런데 왜 학교에서는 ‘이단’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을까. 사실 기사에서 학내에 알려진 ‘이단’이라고 했지만 이단을 규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을 믿는 사람에게는 신성모독이 되기 때문이다. 어느 취재원의 다음과 같은 메일은 그 어려움을 반증한다. “...이단이나 사이비 모임에 대해서는 굉장히 신중해야 해요. 충분한 논의를 거치길 바래요...”
또한 옳은 ‘단체’의 기준을 교목실에 정해서 강제한다는 것 역시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뒤짚어 보자면 ‘허락 맡은 사람만 말해라’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굉장히 식상한 주제이지만 결국 ‘자유’와 ‘안전’의 가치가 충돌하는 셈이다. 독자가 교목실의 책임자라면 어떤 결정을 내리실 것인지.
3명의 기독교인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말하는 사람들의 어투였다. 남지흔 씨와 김유준 전도사와는 달리, 김주희 씨는 상당히 조심스럽게 말했다. 왜 그는 그토록 조심스러웠을까. 단순하게 보자면 자기가 진리라고 믿는 것을 말하는 것일 뿐인데 말이다. 누군가 자신이 옳다는 것을 주장할 때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럴땐 어느 범위까지 ‘자유’를 허락해야 할까. 역시 식상하지만 어려운 문제다.
/이상민 기자 chalddugice@yonsei.ac.kr
/사진 김지영 기자 euphoria@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