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MONY통신

▲ /출처 http://rambexxtheorem.deviantart.com

연재를 시작하며: HARMONY에서는 고전음악감상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주동안 감상실에서 방송하는 곡 중에 주제에 맞는 곡들을 골라 소개해보려 합니다. 이 글을 읽고 클래식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을에 들을 만한 클래식 곡’을 꼽는다면 무엇이 있을까? 많은 곡들이 꼽히겠지만, 어떻게 고르든 간에 브람스의 곡은 항상 빠지지 않고 들어가 있을 것이다. 그 만큼 브람스는 가을과 잘 어울린다.

많은 예술가가 그랬듯이 브람스는 평생 독신으로 지냈다. 하지만 브람스는 좀 특별한 경우다. 브람스가 사랑한 상대는, 그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던 사람이었던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의 부인인 클라라 슈만이었다. 물론, 당연히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었다. 대신 그의 연정은 우정으로 승화되어서, 로베르트 슈만이 죽고 난 뒤에도 그들의 관계는 음악적 동반자로서 평생 이어지게 된다. 그래서인지, 브람스의 음악을 들으면 고독하고 무뚝뚝하지만, 한편으로는 따뜻한 느낌을 받는다. 사랑했던 사람과 평생 같이, 하지만 조금 거리를 두고 살아올 수 밖에 없었던 브람스의 삶이 음악에서도 묻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아래에 고른 세 곡은 브람스의 곡 중에서도 특히 가을과 잘 어울리는 관현악곡을 골라보았다. 이 곡들을 들으면, 가을바람에 시린 가슴이 조금이나마 덥혀질 수 있을 것이다.

1. 교향곡 1번 4악장

▲ 브람스의 상징인 고슴도치. 그가 자주 가던 레스토랑의 이름에서 따 왔다.


브람스는 21살에 처음 이 곡을 쓰기 시작해, 43살이 되어서야 완성을 시킬 수 있었다. 햇수로 무려 22년이나 걸린 셈인데, 그렇기 때문에 이 곡은 브람스의 4개의 교향곡 중에서 가장 탄탄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마치 곧게 솟은, 오래된 고목과 같은 느낌이랄까. 당시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한 지휘자는 이 곡을 듣고 ‘드디어 베토벤 교향곡 10번이 등장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그 당시에는 최고의 찬사였다)

그 중에서도 4악장은 잔잔하지만 힘차게 흐르는 주제 멜로디 때문에 라디오 CM에서도 사용되는 등,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올 수 있는 곡이다.

(금요일 7교시 방송)

2. 교향곡 3번 3악장

▲ Aimez-Vous Brahms


프랑소와즈 사강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원작은 물음표가 아니라 말줄임표였지만)에 삽입되어서 유명해진 곡이다. 하지만 굳이 이 영화가 아니었다고 해도, 이 곡은 사람들에게 충분히 인기를 얻을 만한 가치가 있다.

남성적이고 최대한 감정을 억제한 다른 곡들과는 달리, 이 곡은 북받쳐오르는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한번만 들어도 확실하게 기억되는, 슬픈 주제 선율 .이 멜로디는 현악기, 목관악기, 금관악기, 그리고 다시 현악기를 통해 계속 반복되며, 감정은 서서히 고조된다. 물론 브람스답게,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그 감정을 폭발시키지 않고 억누르며 곡을 끝내지만, 그래서인지 더욱 슬프게 느껴진다.

대중적이고 아름다우면서도 길이도 긴 편이 아니기 때문에(약 6분 정도), 비교적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이다.

(화요일 5교시 방송)

3. 알토 랩소디

▲ Henri Cartier-Bresson

그러나, 저 멀리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가 걸어가는 흔적은 덤불 속에 가려 있고
지나고 나면
덤불은 다시 엉켜 붙고
풀은 다시 일어나 무성해지며
황야는 그를 삼켜 버린다.

아, 누가 이 고통을 치유해 줄 것인가
향유가 독으로 변해 버린 그의 고통을?

사랑의 샘에서
인간증오의 물을 마셔버린 그
처음 멸시 당하다가 이제는 멸시하는 사람이 된
그는 아무도 모르게
자신의 가치를 소모시킨다
계속되는 이기심으로.

당신의 시편에,
사랑의 아버지시여,
그가 들을 수 있는 하나의 소리가 있다면,
그것으로 그의 마음을 위로하소서!
그의 흐려진 시야를 맑게 하시어

수천의 샘물을 발견하게 하소서.
사막에서 목말라하는 그에게


괴테는 어느 겨울, 하르츠 산을 여행하다가 같이 가던 이의 얘기를 듣게 된다. 그의 고뇌를 듣고 나서 영감을 얻어서 쓰게 된 시가 ‘겨울의 하르츠 여행’이라는 시이다.

브람스는 한때 클라라 슈만의 셋째 딸인 율리를 짝사랑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의 마음을 표현하기도 전에, 율리는 어느 백작과 결혼하게 된다. 실연에 빠진 브람스는 이 시에 곡을 붙이게 되는데, 그 곡이 ‘알토 랩소디’이다.

알토와 남성 합창, 오케스트라로 이루어진 이 곡은 실연을 주제로 한 다른 곡과는 많이 다르다. 가사도 그렇고, 곡의 분위기도 그렇고, 종교적인 느낌이 강하게 나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가장 브람스적인 곡이라도 해도 좋을 것이다. 비록 가사를 알아듣지 못해도, 곡을 듣고 있으면 누군가를 붙들어 일으켜주는 듯한, 그런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목요일 4교시 방송)

고전음악 감상실 방송 일정(11.12 ~ 11. 16)

월요일

2교시

멘델스존 : 전주곡과 푸가

3교시

하이든 : 교향곡 86번

4교시

모차르트 : 알렐루야

5교시

헨델 : 오르간 협주곡 14번

6교시

베토벤 : 교향곡 3번 “영웅”

7교시

비버 : 소나타 III

8교시

리스트 : 헌정

화요일

2교시

베토벤 : 코랄 판타지

3교시

슈만 : 시인의 사랑

4교시

로시니 : 오델로

5교시

브람스 : 교향곡 3번 악장

6교시

R.슈트라우스 : 짜라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7교시

슈만 : 숲의 정경

8교시

바흐 : 요한 수난곡

수요일

2교시

쇼스타코비치 : 투명한 꿈

3교시

하이든 : 피아노 소나타

4교시

리스트 : 파우스트 교향곡

5교시

베토벤 : 삼중 협주곡 1악장

6교시

모차르트 : 론도

7교시

로시니 : 칸초네

8교시

바흐 : 협주곡 BWV 1029

목요일

2교시

모차르트 : 피가로의 결혼 서곡

3교시

쇼스타코비치 : 교향곡 15번

4교시

브람스 : 알토 랩소디

5교시

베토벤 : 대푸가

6교시

라벨 : 치간느

7교시

바흐 : 골드베르크 변주곡

8교시

핸델 : 울게 하소서

금요일

2교시

비발디 : 바순 협주곡

3교시

푸치니 : 라보엠

4교시

라벨 : 다프네와 클로에

5교시

멘델스존 : 바이올린 협주곡

6교시

쇼팽 : 마주르카 Op.41

7교시

브람스 : 교향곡 1번 4악장

8교시

요한 슈트라우스 : 친한 사이

감상실 찾아오는 길 : 학생회관 3층에서 오른쪽으로 들어가서 푸른샘 안쪽
여는시간 : 월 ~ 금요일, 2교시 ~ 8교시(10:00 ~ 17:00)

/전성빈(공학·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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