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클래식은 조용하고 잔잔한 음악이라고 여긴다. 이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원래 클래식 자체가 상류층을 위한 음악이었고,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것도 비교적 최근의 일이기 때문이다. 당시 클래식의 주요 소비층이었던 귀족과 부르주아들은 자신들이 듣는 음악과 '대중들의' 음악을 구분지으려 했다. 고상하고, 천박하지 않으며, 정신적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함으로써 자기들은 '우월하다'고 나타내려 것이다.

지금도 그러한 생각은 남아있어서, 몇년 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이미자 콘서트를 열려고 하자 관련 위원들이 사퇴했던 적도 있었다. 이렇게 아직도 양복입고 조용히 앉아서 '감상'하는 이미지가 강한 클래식과 락음악은 상극일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둘은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다. 우리가 듣는 대중음악 중에는 클래식에서 멜로디를 따온 노래들도 많다. 또 메탈리카 같은 밴드들도 자신들의 곡을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해서 공연하곤 한다. 킹크림슨이나 핑크 플로이드 등의 프로그래시브 락은 아예 클래식적인 어법으로 음악을 만들었다. 반대로 클래식 중에서도 락음악처럼 강렬하고 거친 음악들이 존재한다.

1.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  (연주  파비오 비온디)

아마 이 곡을 모르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클래식에 거의 관심이 없어도 비발디의 사계라는 곡이 있는지는 알고 있다. 하지만이 곡을 많이 들어봤다고 해도, 여기에 소개한 연주를 처음 듣는다면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질 것이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악기들은 최대한 낭만적인, 그러니까 우아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도록 발전해왔다. 비발디가 살던 시대의 악기는 지금과는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 바이올린의 경우, 지금처럼 쇠줄을 쓰는 것이 아니라 동물의 내장을 꼬아 만든 현으로(거트현이라 한다) 연주했다. 따라서 연주법도 지금과는 다를 수 밖에 없었다.

그 결과, 당시 바이올린 소리는 지금과 비교하면 확연히 다르다. 바이올린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일렉기타와 흡사한 소리를 내는 것이다. 이렇게 당시 악기와 연주법을 복원해서 연주하는 것을 '원전연주'라고 한다. 이 연주는 원전연주 중에서도 특이한 축에 속한다. 곡의 속도도 다른 것에 비해 상당히 빠르고, 연주는 굉장히 거칠다. 마치 헤비메탈을 듣는 듯한, 개성이 넘치는 연주다. 금요일 8교시 방송

 

2. 홀스트의 행성  (편곡 :넥스트)

 교향시는 말그대로 교향곡+시 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화려하고 스케일이 큰 오케스트라를 사용해서, 시적이고 뭔가 내용을 담은 곡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일정한 형식이 있는 교향곡과는 달리 자유로운 시도들이 가능하다. '핀란디아'나 '몰다우'처럼 민족적인 내용을 담을 수도 있고,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처럼 아예 철학을 속에 담는 것도 어렵지 않다.

홀스트가 1913년 작곡한 교향시인 '행성'은 당시 급격히 발전하던 천문학과 관련이 있다. 그 때는 과학으로 세상의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었고, 천문학이 성장하면서 이제 사람이 우주까지 정복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이런 시대 속에서 홀스트는 행성을 소재로 삼아서 곡을 쓰게 되었다. '행성'은 모두 7곡으로 되어 있다. 각 곡은 행성 하나씩을 묘사한다. 태양과 지구를 제외하고도 7곡에 불과한 이유는 당시 명왕성이 발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물론 지금은 명왕성이 행성의 지위에서 내려오면서 결과적으로는 맞는 것이 되었다).

행성을 묘사하고 있다지만, 정확히 표현하자면 그 행성에 이름 붙은 신들을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 맞다. 각 곡은 다음과 같은 부제가 붙어 있다. 1) 화성(마르스) - 전쟁의 수호자 2) 금성(비너스) - 평화의 수호자 3) 수성(머큐리) - 날개를 편 전령 4) 목성(주피터) - 쾌락의 수호자 5) 토성(새턴) - 과거의 수호자 6) 천왕성(우라누스) - 마법사 7) 해왕성(넵튠) - 신비로운 음 악은 전체적으로 우주적이고 몽환적이다.

특히 여자합창이 더해지는 마지막 곡에서는, 마치 우주 저멀리로 항해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러면서도 웅장하고 아름답기 때문에, 넥스트가 이 곡의 첫번째 곡을 락 버전으로 편곡하기도 했다. 수요일 6교시 방송

3. 프로코피예프 - 피아노 소나타 7번 피아노 : 임동혁

현대음악은 굉장히 많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너무나 다양한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의 하나로 원시적인 리듬을 들 수 있는데, 현대음악을 쉽게 듣는 방법 중에 하나는 바로 '리듬'을 타는 것이다. 현대음악 중에서도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은 특히 리듬이 가장 잘 살아있는 곡 중 하나다. 그가 쓴 곡들은 동시대의 다른 작곡가처럼 완전히 형식을 파괴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전통적인 방식을 따랐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음악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꽤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 피아노 소나타 7번은 '스탈린그라드'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굉장히 리드미컬하고 공격적이다. 세 악장은 모두 각각의 개성을 갖고 있으며, 특히 미친듯이 휘몰아치는 3악장은 피아노가 아니라 타악기를 두들기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화요일 6교시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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