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교 학문, 학제간 융합의 현실은?

전 세계적으로 학문, 학제 간 융합(아래 학문 융합)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름에 따라 국내대학도 하나 둘 그 추세에 합류하고 있다.

우리대학교 역시 학부의 '연계전공' , 대학원의 '학과 간 협동과정'과 같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간(間) 학문적 소통을 도모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학문 융합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이에  연세춘추한국일보, 고대신문, 이대학보와 공통된 문제의식을 가지고 연합기획을 마련했다. 각 대학의 학문 융합 현실을 진단하고 동시에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연계전공 홍보 부족하고 학점 이수 버거워  전공이수 학생 143명에 불과

학과 간 장벽으로 인해 학문 교류 부진 학교 차원의 대책마련 시급 

연계전공은 지난 2000학년도 1학기에 시작돼 전공 개수가 8개에서 15개로 늘었지만 이수학생 규모는 초라한 수준이다. 2007학년도 1학기 우리대학교에서 연계전공을 이수 중인 학부생은 143명뿐인데 비해 고려대가 527명, 이화여대는 1081명으로 대조적이다. 학생들이 연계전공에 등을 돌리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몰라서 못하고, 알아도 못하고

먼저 연계전공의 홍보가 부족한 점을 들 수 있다. “연계전공과 복수전공의 차이를 잘 모르겠다”는 이승우(생활과학부·07)씨의 말처럼 많은 학생들이 연계전공의 개념을 모르거나 복수전공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문화비평학 연계전공 과목을 수강하고 있는 공은비(불문·06)씨 역시 “이수과목이나 학점 요건을 몰라 어려움을 겪었다. 수강편람에 정보를 싣거나 전공설명회를 했으면 좋겠다”며 홍보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사회에서도 연계전공의 인지도는 낮은 편이다. LG패션 인사팀 지윤진 과장은 “복수전공을 적는 란은 있지만 연계전공란은 없다. 복수전공과 다른 것이냐”고 반문했다. 산업은행 인력개발부 신상택 과장도 “연계전공이 뭔지 모른다”고 말했다.

몰라서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알아도 하기 힘든 사람이 있다. 송예슬(문정·06)씨는 “문과대의 경우 기존전공을 57학점 이수하고 거기에 또 연계전공 36학점을 이수해야해 초과 학기가 필수”라며 연계전공의 이수학점이 부담이 됨을 지적했다. 복수전공을 할 경우 제1전공과 제2전공의 이수학점이 36학점씩으로 줄어드는 데 비해 연계전공은 제1전공의 이수학점을 모두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똑같이 36학점 투자해야 한다면 사회에서 많이 알아주는 복수전공을 하는 게 낫다”는 양희경(신학/의류환경·06)씨의 말이 이런 인식을 대변한다. 공과대의 경우 연계전공 이수는 거의 불가능하다. 송상민(전기전자공학부·07)씨는 연계전공을 이수할 생각이 있냐는 물음에 “공과대는 졸업 조건인 'ABEEK(공학인증 프로그램)'을 인증 받으려면 제1전공만으로도 벅차다”고 답했다. 학제의 장벽이 학문 연계의 가능성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교양’같은 깊이, ‘전공’같은 지루함

지난 학기 ‘영상문화기획’을 들은 장미진(사회·05)씨는 “연계전공 과목인 줄 몰랐다. 교양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연계전공을 교양수업으로 듣고 있는 실정이다. “3000, 4000단위 졸업학점을 채우기가 전공보다 쉬워서 들었다”는 김수진(신학·05)씨의 말에서도 연계전공이 본래 취지와 다르게 이용됨을 알 수 있다. 디지털예술학을 연계전공 하는 장혜영(신방·06)씨는 “전공이라기 보단 심화 교양이나 프로젝트 느낌”이라며 연계전공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나타냈지만 “소수 인원이라 전공수업에선 할 수 없는 실습을 해볼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연계전공이 학생들의 흥미를 끌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김규식(생명·06)씨는 “재밌는 게 없다. 인문학 위주라 선택 폭도 좁다”고 말했다. 흥미를 끌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요가 있을 리 없다. 이렇게 학생들의 수요가 없는 전공이 유지되는 것을 막기 위해 3년마다 연계전공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는데, 졸업생 수나 커리큘럼 운영이 부실할 경우 해당과목은 폐지된다. 교수들의 운영능력이나 전공 기초수업 수강 현황도 고려된다. 이에 따라 지난 2007년 초에는 언어정보학과 동양고전학이 폐지되기도 했다.

행정적 제도 구비 시급

“이수 중인 연계전공에 대한 문의나 요구가 있을 때 말할 곳이 없다”는 것이 학생들의 가장 큰 불만이다. 이에 대해 수업지원부 정광수 주임은 “일반적 학과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학과 사무실을 두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웬만한 문의는 수업지원부에 하면 된다”고 답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연계전공 전체를 총괄하는 부서가 없다는 것이다. 연계전공사무실이 있지만 이를 알지 못하는 학생이 대다수며 담당 업무도 학생들의 필요와는 동떨어져 있다. 연계전공사무실의 김은영 조교는 “사무실에서 하는 일은 강의시간표를 짜거나 강의실을 배치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졸업생들의 진로를 파악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등의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한 장기적인 ‘연계’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교수 간의 활발한 교류가 필요하다. 그러나 정작 연계전공이 개설되고 나면 교수들은 교류를 멈춘다. 매학기 한번 교무처장과 부처장, 그리고 각 연계전공 책임교수들만 모임을 갖는 정도다. 때문에 커리큘럼 개발도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 연계전공 중 하나인 유럽지역학 수업 /홍선화 기자 maximin@yonsei.ac.kr

반면, 학부의 연계전공에 비해 대학원에서는 학문 융합의 가능성을 기대하게 하는 움직임들이 보인다. 현재 대학원 과정에 개설돼있는 25개의 학과 간 협동과정이 바로 그것이다. 지역학 협동과정의 고상두 교수(지역학··비교정치학)는 “협동과정에서는 학과 간 공동연구가 수월하게 진행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대학교 BK21 사업단에는 2개의 융합 영역 분야가 포함돼 있다. ‘UCity 융합서비스 연구개발단’은 도시공학과 정보산업공학, ‘커뮤니케이션 인터페이스와 문화콘텐츠 사업단’은 학부의 신문방송학과 영상대학원 이 연합해 활발하게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유럽지역학 강의를 맡고 있는 유럽사회문화연구소 오정숙 선임연구원은 “최근 학술진흥재단에서 지원하는 대학원 연구들은 대부분 ‘다(多)학제간 연구’다. 그러나 대학 강의의 학문 융합 속도는 연구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기존 학문의 경계를 깨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문현 기자 peterpa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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