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스트레스와 정신적 압박은 누구와도 뗄 수 없는 존재다. 이에 ‘힐링’ 콘텐츠가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23년 10월 트렌드 정보 회사 ‘WGSN’의 설문 결과, 1천200명의 청년 중 가장 많은 청년이 2023년을 ‘힐링’이라는 단어로 요약했다. 청년을 ‘힐링’하는 여러 도구 중, 소리와 음악은 특별하다.

‘사운드 힐링’
소리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다

소리가 사람을 치유하는 한 예로 ‘사운드 힐링’을 들 수 있다. 사운드 힐링은 진동, 주파수 및 감각 신호를 활용해 사람의 정서를 안정시키는 치유 방법이다. 사단법인 ‘한국사운드배스협회(KSA)’ 이호성 이사는 “사운드 힐링은 고대 이집트의 진동 및 소리 치유에서 시작해 2차 세계대전 이후 군인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치유하기 위한 파동 치유로 발전해 왔다”고 말했다. 오늘날 사운드 힐링은 주로 고요한 곳에서의 명상으로 시작된다. 내담자가 명상에 집중하면 싱잉볼*과 공**의 진동을 활용해 내담자의 마음을 차분히 하고, 이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심리적 안정을 찾도록 돕는다. 이 악기들은 진동이 오래 유지되며, 고유한 파동을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이서현(24)씨는 “사운드 힐링 과정에서 새로운 악기를 배우고 소리를 느끼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각박한 현대사회 속 사운드 힐링의 수요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일례로 (주)러쉬 코리아의 ‘러쉬 스파’는 싱잉볼 음악을 사용해 사운드 힐링과 스파-마사지를 결합한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 ‘러쉬 스파’ 도입 이후 2021년의 매출액은 2020년 대비 23.1% 증가해 사운드 힐링에 대한 현대인의 높은 수요를 보여 주고 있다.

음악치료,
음악으로 몸과 마음을 치료하다

음정 없이 진동만을 이용해 심리적 안정을 제공하는 사운드 힐링과 달리, 음악 치료는 적극적으로 음악적 요소를 이용한다. 경성대 음악치료학과 김현정 교수는 “자가 치료법으로 주목받는 사운드 힐링과 달리 음악치료는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활용되는 치료법”이라고 설명했다. 가 천대 특수치료학과 이수연 교수는 “음악은 소리로 뇌를 직접 자극하기 때문에 정서와 감정에 큰 영향을 준다”며 “음악이 들리면 뇌에서 감정을 관장하는 ▲편도체 ▲해마 ▲복측 선조체에서 긍정적인 활성 반응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음악치료는 정신 의학에 기반해 내담자의 심신 건강을 직접 치료한다는 점에서 사운드 힐링보다 전문적이다. 김 교수는 “음악치료는 공식적인 의료행위이기 때문에 반드시 자격을 갖춘 음악치료사가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전국음악치료사협회에서 주관하는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학사 또는 석사 과정에서 음악치료를 전공해야 하며, 1천 시간 이상의 실습 훈련을 받아야 한다. 김 교수는 “명지병원, 은평병원 등에서는 음악치료 자격증의 일환인 음악중재전문가, 임상음악전문가 자격이 있는 사람을 공식 치료사로 채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음악치료에는 내담자의 상태와 치료 목표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치료 기법이 활용된다. 음악치료사는 내담자와 함께 악기 연주, 음악 감상, 신경학적 음악치료 기법 등 여러 음악 활동을 하며 내담자를 치료한다. 명지대 음악치료전공 문소영 교수는 “손이 마비된 한 내담자가 음악 치료로 완치한 사례가 있다”며 “이는 음악이 내담자의 기억을 자극해, 마비된 손을 움직이도록 촉매 역할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음악치료를 통해 단순히 심리적 안정뿐만 아니라 신체적 회복까지 이룰 수 있다. 경성대 음악치료학과 이지경 교수는 “음악치료가 더욱 과학적인 검증 기반을 갖춘 치료 분야로써 인정받고, 그 효과를 대중이 인식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10년 사이 장애를 진단받는 아동의 수가 늘어나면서 발달장애인 재활 방법의 하나로 음악치료가 각광받고 있다. 지난 2022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간한 『보건복지포럼』에 의하면 장애 영유아는 9년 사이 두 배가량 늘었다. 또한 특수교육저널에 따르면, 최근 보건복지부에서 발달재활서비스에 음악치료를 포함하며 발달장애인에게 유익한 치료로 규정했다. 이러한 상황 속 음악치료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소리와 음악은 섬세한 파동과 아름다운 선율로 사람의 몸과 마음을 어루만진다. 사운드 힐링과 음악치료는 현대 사회에 지친 현대인을 치유하는 도구가 되고 있다.

글 정수지 기자
muna_in@yonsei.ac.kr

* 싱잉볼: 표면을 문지르거나 두드려 울림 파동을 만드는 악기
** 공: 전통 악기인 징과 비슷한 모양새로, 표면을 문지르거나 두드려 진동을 만드는 악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