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품과 장인 기술을 결합한 마케팅 전략

장인은 자신의 힘을 들여, 온 세상이 사용토록 이롭게 하니 그 공이 큽니다.” 서울공예박물관의 장인, 세상을 이롭게 하다전시관 입구에 적힌 글로, 이는 중종실록47권에 나온 말이다. 제조업이 고도로 기계화된 오늘날, 공예문화는 어떤 형태로 진화하고 있을까.

 

▶▶ ‘장인, 세상을 이롭게 하다’ 전시관 입구의 가판대
▶▶ ‘장인, 세상을 이롭게 하다’ 전시관 입구의 가판대

 

공예, 실생활 소품에
아름다움을 더해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의 2021 공예백서에 따르면, ‘공예란 문화적 요소와 유·무형의 자산이 반영된 기술 등을 바탕으로 기능성과 장식성을 추구해 물품을 만드는 일이나 능력이다. 한편 국민대 도자공예학과 박중원 교수는 직접 만들어 쓰는 모든 것이 공예라고 볼 수 있다공예는 단순히 필요에 의한 물품을 만드는 것을 넘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발전해 왔다고 설명했다.

공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주춤하는가 싶다가도 다시 회복세를 보였다. 지난 2022년에 진행된 공예 박람회 공예 트렌드 페어의 관람객 수는 2021년 대비 41% 증가했고, 현장 판매 거래 규모는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박 교수는 공예 상품은 다품종 소량 생산된다는 특수성과 함께 개인의 취향을 더 잘 반영한다는 점에서 인기를 끄는 것 같다고 공예품의 인기 요인을 설명했다. 국민대 도자공예학과 정진원 교수는 국가 경제와 국민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기능뿐만 아니라 아름다움도 추구하게 된다실생활과 밀접한 물건의 심미성까지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예 트렌드 페어는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자신만의 고유한 개성을 보여 줄 수 있는 분야라는 것이다.

 

대량 생산 시대에
더 빛나는 장인 기술

 

소비자는 박람회뿐만 아니라 기업 활동에서도 공예를 접할 수 있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는 지난 2021북촌 설화수의 집이라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북촌 설화수의 집은 1930년대 지어진 한옥에 양옥 건축 방식을 접목한 곳으로, 도예가들의 도자기와 화장품을 나란히 배치해 소비자가 상업 공간을 예술·문화 공간으로까지 느끼게 했다. 막걸리 생산 업체 지평주조는 공예 작가와의 협업으로 한상 맡김 차림* 전문점 푼주를 열기도 했다. 이렇듯 여러 기업이 상품과 공예 간 결합을 시도하는 이유는 상품 가치의 차별화에 있다. 박 교수는 공예는 공장보다 공방의 이미지를 떠오르게 한다장인들이 모인 공방의 이미지는 해당 기업의 제품이 정성이 담긴 상품이라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 준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공예와 같은 예술품은 높은 부가가치를 갖는다이러한 부가가치를 이용해 기업은 제품의 이미지와 가치를 높인다고 설명했다.

단순 제품 홍보를 넘어서서 전통 공예 활동을 후원함으로써 브랜드 가치의 상승효과를 입는 기업도 있다. 비철금속 제련 업체 고려아연은 지난 2013년부터 금속공예 분야 작가상인 올해의 금속공예가상을 운영하고 있다. 고려아연 커뮤니케이션팀 이민우씨는 해당 행사를 10년 넘게 운영하며 일회성 기부가 아닌 문화 가치 사슬을 형성하고 있다공예문화 활성화뿐만 아니라 기업 브랜드 가치도 제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2312월 고려아연은 서울공예박물관과 협업해 전시회 만년사물을 열어 일반 대중에게도 공예 물품을 선보였다. 이씨는 일상생활에 공예가 더 스며들 수 있도록 지금의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도 한국 공예가를 후원해 기업 철학을 알리고 기업 가치를 높이고 있다. 일례로 샤넬은 지난 2022년부터 5년간 우리나라 공예 산업을 후원하는 예올X샤넬 프로젝트: 올해의 장인, 올해의 젊은 공예인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예올은 문화재 보호 운동을 후원하는 비영리단체로, 장인정신을 철학으로 하는 샤넬과 협력해 한국 공예를 조명하고 있다.

 

장인 기술과 공예,
영역의 확장과 도전

 

공예문화와 브랜드 결합의 중심에는 장인장인 기술이 있다. 서울대 공예과 허보윤 교수는 장인정신은 ‘Craftsmanship’을 오역한 것이라며 “Craftsmanship은 정신세계가 아닌 장인의 숙련된 기술에 기반한 용어이기 때문에 장인 기술로 번역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공예에 걸맞은 장인 기술은 완성되기까지 절대적인 시간이 소요된다. 박 교수는 장인 기술은 순간 배워서 완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오랜 시간 연마한 장인의 기술은 기계로 생산되는 물품에 새로운 이미지를 불어넣어 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장인 기술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공예문화의 계승과 발전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 교수는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공예의 전통을 계승하고 재구성하는 것이 또 다른 장인 기술의 가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정 교수는 공예가 더 발전하려면 과감한 도전과 장르의 포용이 필요하다유리, 도자뿐만 아니라 신소재를 이용해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지난 2023, 일본 자동차 기업 렉서스는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6만 시간의 훈련을 지난다는 광고를 만들었다. 이 광고는 오랜 시간의 훈련과 제품에 대한 정성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오랜 시간의 훈련과 제품에 대한 정성이 통하는 시대.’ 공예가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진 최혜정 기자
culture_shock@yonsei.ac.kr

 

* 맡김 차림: 일식 용어인 ‘오마카세’를 우리말로 바꿔 부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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