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예술로 발전하는 음악

영화의 제목 코다(CODA)’‘Children Of Deaf Adult’로 청각장애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비장애인 자녀를 뜻한다. 영화는 청각장애인 부모와 비장애인 자녀가 음악을 중심으로 소통하는 과정을 그린다. 나아가 음악을 직접 듣지는 못하더라도, 향유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루비의 손동작은 수어로 '사랑'을 의미한다.
▶▶루비의 손동작은 수어로 '사랑'을 의미한다.

 

영화 코다속으로

 

주인공 루비는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듣고 말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래서 루비는 어업에 종사하는 청각장애인 부모님과 오빠의 귀와 입이 돼주고 있다. 어느 날 미국 연방정부는 장애인이 고기잡이할 때는 반드시 정상인이 함께해야 하며, 이에 응하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한다. 루비의 가족은 언론에 정책의 불공정함을 호소하기 위해, 루비의 수화 해석과 목소리의 도움을 받는다. 이는 청각장애인의 발언권이 존중받지 못하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동시에 루비가 어쩔 수 없이 가족을 위해 자기 목소리를 희생하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루비는 우연히 학교 합창단에 지원하면서 자신이 음악에 재능이 있음을 깨닫는다. 나아가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유명 음악대 진학을 제안받자, 루비는 열정적으로 오디션을 준비한다. 루비가 드디어 자신을 위해 제 목소리를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족은 루비 없이 정치권력에 맞서기 어렵다. 그래서 루비가 노래 연습보다는 자신들과 함께해주길 바라는 마음에 루비를 나무라기까지 한다. 꿈과 가족 사이에서 고민하는 루비는 고통스러워한다. 루비가 가족과 다투는 장면에서, 그녀의 아버지는 넌 우리 계획에 정말 중요한 존재라며 서운함을 표한다. 그러자 루비는 온몸으로 수화를 하며 쏘아붙인다. “내가 평생 옆에 붙어 살 수는 없잖아!” 이때 루비의 수어는 대화의 보조 수단이라기보다는, 답답함을 드러내는 몸부림에 가깝다.

 

▶▶자신을 나무라는 가족이 답답한 루비
▶▶자신을 나무라는 가족이 답답한 루비

 

내가 절망할 때, 나를 위로 밀어줄 그대가 있겠죠.
(When I lose my will, you’ll be there to push me up the hill)”
노래 「You're All I Need to Get By」 中

하지만 루비의 연인 마일스만큼은 그녀의 꿈을 지지한다. 마일스는 교내 합창단에서 루비와 함께 듀엣곡 You're All I Need to Get By를 연습한다. 한 목소리에 다른 목소리를 더해 화음을 만들어내는 듀엣곡처럼 마일스는 루비가 가족 일로 힘들어할 때마다 격려한다. 루비는 자신을 응원하는 사람이 곁에 있음을 깨닫고, 음악의 꿈을 향해 용기를 낸다. 노래 제목대로 마일스는 루비가 절망할 때 필요한 전부인 것이다.

 

손으로 표현하는 진심, 수어(手語)

 

영화 후반부에서 루비가 부모님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두 번 등장한다. 먼저 합창단 발표회에서 루비는 그동안 준비 해 온 듀엣곡을 부모님에게 선보인다. 하지만 발표회는 수어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청각장애인 부모님은 노래를 전혀 알아들을 수 없다. 이 장면에서 영화의 시점은 루비에서 부모님으로 전환되고, 영화의 배경음을 포함한 모든 소리가 사라진다. 그저 부모님은 루비의 목소리 대신 주위 사람들의 표정만 열심히 읽을 뿐이다. 이는 청각장애인이 수어가 없으면 음소거된 세상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비유다.

 

눈물과 두려움과 자부심을 느껴요. ‘당신을 사랑해라고 외칠 때.
(Tears and fears and feeling proud. To say, “I love you” right out loud)”
노래「Both Sides Now」中

 

하지만 음악대 오디션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수어가 있기 때문이다. 루비는 관객석에 앉아 있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수어와 함께 노래한다. 오디션 곡 Both Sides Now는 청각장애인 부모와 비장애인 자녀 양쪽을 이어 주는 징검다리 같은 노래다. 무엇보다 루비가 제 목소리로 하고 싶던 말은 사랑해였다. 여전히 가족을 사랑하고, 노래 부르는 일도 사랑한다는 말. 지금껏 루비의 가족은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불가능했기에, 그녀의 꿈을 이해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수어 덕분에 가족들은 루비의 진심을 깨닫고, 그녀의 꿈을 지지하기로 한다. 마침내 루비는 원하는 음악대학에 합격하고, 가족의 축하를 받으며 영화는 끝난다.

 

▶▶ 음악대학 오디션에서 수어와 함께 노래하는 루비

 

영화코다는 수어가 청각장애인의 음악 향유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지난 2023년 인천 잉크(INK) 콘서트는 수어 통역이 실시간으로 표시되는 공연 영상을 송출한 바 있다. 또한 ‘2023 서울국제공연예술제는 수어 통역과 한글 자막을 동시에 삽입하는 배리어프리 회차를 특별 운영하기도 했다.

수어는 청각장애인의 음악 감상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요소가 된다. 수어 예술 단체 핸드스피크는 대중음악을 수어로 번역하고, 수어 뮤지컬을 만드는 등 다양한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이 밖에도 케이팝 아티스트의 노래에 수어를 활용한 안무도 등장한다. 일례로 방탄 소년단(BTS)’Permission to Dance에 는 '즐겁다', '평화'를 의미하는 국제 수어가 등장한다.

 

모두가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수어와 더불어 청각장애인을 보조하는 과학 기술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2021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촉각으로 소리를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인 촉각음정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모든 음정에 특정 진동수를 부여하고, 이를 청각 장애인이 학습해 소리로 변환할 수 있도록 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신승용 연구원은 음정마다 촉각으로 느낄 수 있는 진동이 모두 다르다면서 그에 따라 청각장애인이 음정을 익히고, 발성에 적용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신 연구원은 현재는 촉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 음정에 한정돼 있다면서 목소리의 음정으로 단순 소리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감정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확장 연구를 통해 화음, 박자, 음색 등 다양한 음악적 요소를 추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층 발전된 인공와우*하이브리드 인공와우를 시술하는 병원도 늘고 있다. 미국 레드랜즈대 소통과학전공 신수진 교수는 하이브리드 인공와우 기술로 낮은 주파수를 증폭해 자연스러운 소리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쪽 귀에 각각 보청기와 인공와우를 사용하는 실험도 이뤄지고 있다. 청력이 조금 남아 있는 한쪽 귀는 보청기를 사용해 자연스럽게 증폭된 소리를, 반대쪽 귀에는 인공와우를 사용해 소리를 정확하게 인식하도록 한 것이다.

나아가 청각장애인의 원활한 음악 감상을 위해, 다양한 감각 자극을 제공할 필요도 있다. 우송대 언어치료·청각재활학과 구호림 교수는 파도치는 영상을 파도 소리와 함께 보여 주는 것처럼, 시각적 효과를 동반해야 한다, “시각적 효과를 활용해 청각장애인이 음악을 더 즐길 수 있게 된다면 진정한 의미의 배리어프리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수어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 음악을 듣지는 못할지라도 향유할 수 있다는 것. 코다(CODA)와 가족에게 찾아올 희망의 이야기다.

 

 

글 정수지 기자
muna_in@yonsei.ac.kr
황선우 기자
muna_sudal@yonsei.ac.kr

<사진제공 넷플릭스>

 

* 인공와우: 청신경에 전기적 자극을 직접 제공해 청신경 세포의 기능을 대행하는 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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