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들 줄 모르는 학내 교통량, 달리는 차들 속에서 보행권을 잃고 있는 학내 구성원

“백양로를 걸어갈 때, 달리는 차들이 신경쓰여 친구들과 대화에 집중하기도 힘들어요”
노현유씨(법학·05)의 말처럼 우리대학교 학생들은 학내 곳곳에 넘쳐나는 차들로 인해 불편을 겪고 있다. 이를 해결해 자동차의 매연과 소음이 없는 환경 친화적 캠퍼스로 거듭나고, 학내 구성원들의 보행권을 보장하기 위해 ‘차 없는 백양로’ 사업이 발족됐다. 이는 우리대학교가 지난 2005년 5월, 창립 120주년 기념일에 발표한 ‘연세비전 2020’ 중 ‘혁신문화’ 분야의 핵심과제 중 하나다. 그러나 그로부터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캠퍼스 내 교통량이 줄어들기는커녕,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상태는 여전하다.

▲ 빽빽한 차 사이로 백양로를 걷는 학생들의 모습이 위태롭다. /송은석 기자 insomniaboy@ 보행자의 안전을 외면하는 차량들 우리대학교 내로 들어오는 차량은 평일 기준 약 1만2천대. 그 중 30% 정도의 차량은 병원 관련 차량이다. 세브란스 병원으로 진입하는 도로의 번잡함을 피하기 위해, 세브란스 병원 외래환자들이 우리대학교를 통해 병원으로 가는 것이다. “아침에 등교할 때 학내로 유입되는 차량이 많아서 항상 불편을 느낀다”라는 박서현씨(공학계열·06)의 말처럼, 수 많은 차량의 유입은 학생들의 보행권을 침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1만 대가 넘는 차량의 유입이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차량들이 내는 빠른 속도 때문이다. “서행을 하지 않는 차량이 많아 학내 교통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우리대학교의 한 교통정리 유도원의 말처럼 교통정리 유도원의 통제에 따르지 않는 차량들이 많은 실정이다. 백양로에 있는 속도제한 표지판은 차량들이 20km의 속도로 서행을 해야한다고 제한해두고 있다. 서행하지 않는 차량들은 신호등과 횡단보도가 없는 백양로를 지나다니는 학생들을 고려할 때, 항상 잠재적인 사고 위험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이규하씨(경영계열·06)는 “백양로 삼거리에서 급하게 모는 차들 때문에 위험하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백양로에서 종합관·본관·노천극장으로 갈라지는 삼거리는 인도와 차도의 구분조차 모호해, 달리는 차들 사이로 지나가는 학생들을 보면 아찔하기까지 하다. 실효성 없는 교통량 줄이기 운동 학내 교통량을 줄이는 데 있어 차량10부제(아래 10부제)와 승용차 요일제(아래 요일제)는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학내 도로변에 세워진 많은 차들은 대부분 요일제 스티커를 붙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지 않다. 또한 정문 앞에도 10부제 알림판이 놓여있어 매일 숫자가 바뀌고 있지만, 그것을 눈여겨보는 차량은 없다. 이에 대해 관리부 손성문 직원은 “학교 측이 요일제나 10부제를 자체적으로 단속할 명분이 없다”며 학내 차량 줄이기가 어려움을 해명했다. 학내 교통량 조절은 학내 차량 이용자의 자율적인 참여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학교 측의 기대와 달리 학내 구성원들의 실천의지가 미흡한 실정이다. 이용률 낮은 지하 주차장 한편, 도로변 이곳저곳에 주차돼 있는 차들 역시 환경친화적 캠퍼스로 도약하는 데 있어 장애물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손 직원은 “지난 3월, 차 없는 백양로 사업의 일환으로 본관 주변 152면의 주차면을 삭제했다”고 그 성과를 밝혔다. 지상에 주차하는 차를 줄이기 위해, 학내 곳곳에 지하 주차장을 확대하고 노상에 그려진 주차면을 지웠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한지훈씨(인문계열·03)는 “학교 측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도로변에 주차하는 차량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김지원씨(사회계열·06)는 “큰 차가 수업을 듣는 건물 앞에 서 있어서 돌아가야 할 때가 있었다”며 불만을 표현했다. 지상 도로변에 주차된 차량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지하 주차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대학교 지하 주차장의 수용량은 총 1천81대로, 학내에 머무는 차량들을 수용하기에 충분하다. 학내의 지하 주차장은 모두 네 곳으로, 3백24대가 수용 가능한 상대본관 지하 주차장은 지난 2005년 겨울,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개·보수 작업을 실시했다. 상대본관의 지하 주차장 이외에도 신학관·광복관·공학원에 각각 지하 주차장이 있다. 그러나 6백70대가 수용 가능한 공학원 지하 주차장의 경우, 지하 1~5층으로 이뤄져 있으나 4, 5층의 주차장은 거의 비 어있는 현실이다. 반면 과학관에서 생활과학관으로 통하는 길, 제2중앙도서관 건설현장 뒤쪽 길, 중앙도서관과 백양관 사이에 주차된 차량은 여전히 많다. 이처럼 지하 주차장이 충분한데도 주차장에서 자신이 가야할 건물까지 걷기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여전히 노상에 주차하는차량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문제다. ▲ /그림 서리

줄어들 줄 모르는 학내 교통량을 해결하고 쾌적한 캠퍼스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차 없는 백양로 사업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우리대학교 기획실의 한 관계자는 이 사업에 대해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반면 환경친화적이고 쾌적한 학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캠퍼스 공간 활용에 대한 비전을 논의하는 마스터플랜위원회의 김형진 교수(공과대·도시및교통계획학)는 “실질적인 시행은 학교가 해야 하는 것”이라며 “2004년부터 계획된 사업이었음에도 왜 아직까지 학교 측이 사업을 추진하지 않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기획실과 마스터플랜위원회의 공조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양 측이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채 시간만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학내를 통행하는 차량들이 연세사회 구성원들의 보행권 마련을 위해 노력함과 더불어 차 없는 백양로 사업에 대한 학교 측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마련될 때, 차 없는 백양로 사업은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최혜진 기자 chibiedward@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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