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하루. 지루해 난 하품이나 해. 뭐 화끈한 일, 뭐 신나는 일 없을까?”
자우림 노래 「일탈」의 한 구절처럼 기나긴 여름방학을 알차게 보내고자 했던 계획과는 달리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내는 연세인들이 많을 것이다. 틀에 박힌 일상, 무료한 방학 생활에서 벗어나 우리 주변에 있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시선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시간을 낸다면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에 함께 동참할 수 있다.
밥퍼를 비롯한 대부분의 무료 급식소들은 필요한 인력과 재원의 상당수를 자원 봉사와 후원으로 충당하고 있다. 밥퍼에서 자원봉사자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강병재 간사는 “일에 손이 많이 가는 특성상 하루 25명 정도의 자원봉사자가 있어야한다”며 봉사인력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밥퍼에서 봉사를 하고 싶다면, 밥퍼운동본부에 미리 전화하거나 홈페이지 (http://baffor.org)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좀 더 작은 규모에서 사람들과 다양한 교류를 할 수 있는 봉사활동으로는 공부방 선생님 활동이 있다. 평소에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것을 좋아한다면, 공부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은 즐거움과 보람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일이다. 지난 1997년의 외환위기
직후 공장 노동자 계층이 많은 성남 지역에서 시작해 경기도를 중심으로 현재 26개의 지부를 운영하고 있는 ‘푸른학교’는, 2002년 동대문구
창신동에 처음으로 서울 지부를 설립했다. 이곳 서울 지부에서는 현재 2명의 교사가 16명의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학교 수업이 끝나는 낮
2시부터 3시까지는 교과 수업이 있고, 그 다음부터는 바깥놀이, 노래, 그림그리기 등의 특별활동이 있다. 아이들은 공부방에서 저녁을 먹고,
부모님이 퇴근하실 즈음에 집으로 돌아간다. 서울 지부 설립 때부터 4년째 이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 김지혜씨(33)는 “교과활동은 어느
정도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지만 음악, 미술을 가르치는 특별활동이나 야외활동을 인솔할 인력이 너무 부족한 실정”이라며 운영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당장 오는 26일부터 전국의 모든 지부가 모이는 여름캠프가 있는데, 인솔할 선생님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는 김씨의 말은,
자원봉사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한 방과 후 공부방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중·고등학교 때는 ‘봉사활동 점수’로, 취업 준비 때는 ‘취업 시 봉사활동 경험 기재’ 등의
변질된 형태로 우리에게 인식돼 온 자원봉사. 이렇듯 우리는 봉사를 형식적 겉치레로 여기면서, 진정한 봉사는 ‘남의 일’로 치부하는 데 익숙해져
버린 것은 아닐까. 어려워하는 이웃들이 바라는 것은 ‘염불보다 잿밥에 마음이 있는’ 식의 봉사가 아닐 것이다. 이번 방학에는 학기 중 학업과
술자리로 지친 마음을 다잡는 의미로, 자원봉사에 ‘이 한 몸’ 과감하게 바쳐보는 건 어떨까.
/글 정세한, 조근주 수습기자 positive-thinking@yonsei.ac.kr
/사진 윤영필 수습기자 holinnam@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