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이머,가 되기까지의 그 험난함

‘나도 스타라면 만만치 않게 좋아하는데 이번기회에 프로게이머나 한번 해 볼까?’

i) 지난 2005시즌 ‘연봉킹’ 임요환선수는 SK텔레콤 T1과 기본연봉 1억8천만원에 옵션 조항으로 최대 8천만원까지 추가로 받기로 합의,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3년, 매년 최대 2억6천만원씩 3년간 최대 7억8천만원을 받게된다. 이는 기존에 이윤열선수가 팬택앤 큐리텔에 입단하면서 체결한 2억의 연봉을 앞지르는 금액이다. 또한 SK텔레콤의 또다른 간판스타인 최연성은 기본 연봉1억 5천만원에 3년간 장기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2005시즌 프로게이머계의 억대연봉자는 임요환, 홍진호, 강민, 이윤열, 박태민, 박용욱 등 총 8명이다.

ii) 신한은행이 2006년 열리는 세 번의 온게임넷 스타리그(아래 스타리그)를 모두 주최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3회의 스타리그가 치러진 후 상위입상자들을 대상으로 마스터즈 리그도 개최할 예정이다. 안정적 스폰을 얻게 된 스타리그는 더욱 승승장구할 전망이다.

iii) 한국e스포츠협회(회장 김신배, e-sports.or.kr)는 14일 스카이(SKY)와 프로리그 2006 시즌의 후원에 대해 전격 합의했다.

스카이는 예년에 비해 좀 더 확대된 지원을 약속했다. 우선 상금 규모에 있어 각 게임단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한 경기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지난해의 3억원에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5억원으로 책정해 e스포츠 최대 상금 신기록을 한번 더 경신 하게 됐다. 특히 전-후기리그 최강 팀플레이 조합을 기자단 투표를 통해 선발, 5천만원씩을 지급할 예정이다.

   

위의 일련의 소식들을 보면 정말 프로게이머는 고소득자이며 화려할 뿐만 아니라 E-sports계는 탄탄하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좋아하는 게임만 열심히 하면 절로 프로게이머가 되어 게임을 실컷 하면서 동시에 성공할 수 있다는 환상까지 절로 든다. ‘까짓 거 나도 이번에 한번?’

하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프로게이머의 화려함에 대한 오해를 3가지 측면에서 만신창이로 깨 주는게 이번 기사의 목적이다.

I) 프로게이머가 되는 과정의 험난함

지금 당신은 ‘나 좀 하는데, 좀만 더 연습하면 프로게이머 되는 것도 별 것 아닐 것 같아’라는 생각을 할 지도 모른다. 여기저기서 끌어모은 정보를 통해 우선 당신의 오해를 원천봉쇄할 필요가 있다.

우선 프로게이머도 엄연한 자격증임을 상기해야 한다. 당장 프로게이머 자격증을 따기부터도 쉽지가 않다.

한국 E-sports협회에서 내세우는 프로게이머 등록 기준은 아래의 표와 같은 기준을 갖춘 공인대회 혹은 E-sports협회에서 인증한 공인대회에서 단일대회는 8위, 리그는16위안에 입상해야 한다. 대표적인 대회로는 커리지 매치(E-sports협회가 프로게이머를 뽑기 위해 여는 공인대회)가 있다. 중요한 것은 한번이 아니라 두 번이나 입상해야 하며 그 뒤 소양교육을 받아야 한다. 한 번만 입상하거나 소양교육을 받지 않으면 준프로로 활동하게 되는데 준프로는 대회의 참가가 제한된다.

구분

단 일 대 회

리 그 대 회

참가인원

참가 신청인원 500명 이상

(온라인 예선이 있는경우

이를 포함)

40명이상

상금규모

총 상금규모 2,000만원 이상

총 상금규모 2,000만원 이상

게임종목

공인 게임종목 1종목 이상

공인 게임종목 1종목 이상

기간

제한없음

30일 이상

주최사

협회 회원사 또는 협회가

인증한 공인게임대회 주최사

협회 회원사 또는 협회가

인증한 공인게임대회 주최사


이 쯤에서 프로게이머가 되는 가장 대표적 관문인 커리지 매치의 경쟁률에 대해 못을 박아 두겠다.

역시 Esforce 기사의 한 부분이다.

한빛스타즈 만년연습생 노준동, 10전11기 커리지매치 도전기


이 감독이 커리지 매치도 통과 못하는 선수를 1년씩이나 잡아 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실력이다. 날고 긴다는 선배들을 심심치않게 물 먹인다는 것이다. 팀내 성적은 단연 세 손가락 안이다. 두 번째는 훈련자세다. 마치 연습벌레로 소문난 박성준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실제 외모부터 박성준 ‘과’로 분류되고 있다). 외모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저 시간 나면 연습, 지고는 못하는 성격 등이 맘에 들었다.

이 감독은 “고생한 선수에겐 반드시 그 대가가 돌아온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때문에 사실 떨어져도 잡을 생각이었다. 현행 커리지 매치가 평균 64대1이란 경쟁률을 뚫고 올라와야 하는 까닭에 맵이나 종족상성만 잘못 걸려도 떨어져버리는 맹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뭐, 64:1정도야 별 것 아니라구? 프로게이머에게 꿈의 자리인 온게임넷의 스타리그와 MBC게임의 Mbc Starcraft League(아래 MSL)에 오르는 것은 더욱 바늘구멍이다.

스타리그를 예로 들어서 그 처절함을 철저하게 설명해 주겠다.

PC방 예선

                                           120명 가량

듀얼토너먼트

지난스타리그 7~24위 입상자(18명) 18명+PC방예선통과자(9명)+ 지난 듀얼토너먼트 잔류자(9명)

스타리그

듀얼토너먼트의 절반인원(18명) + 지난 스타리그 잔류자(6명) 통과

우선 1백10명이 넘는 프로게이머들이 PC방에 옹기종기 모여 서로 물고뜯기는 처절한 예선을 치른다. 그것도 하루 종일 쭈욱~. 그야말로 죽음의 PC방 예선전이다. PC방 예선으로 떨어진 스타리거들이 다시 스타리그로 올라가지 못해 예선전에서 맴도는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다. 스타리거들까지 기웃거리는  PC방 예선을 간신히 통과해 보니 이제 스타리그에서 입상하지 못한(1~6위에 오르지 못한) 또 다른 스타리거들 그리고 선수들과 함께 영광의 무대인 스타리그진출을 위해 듀얼토너먼트에서 다시 한번 사투를 벌인다. 120명 가량이 참여하여 18명이 올라간다. 그것도 구단에 소속되 있고 프로게이머들과 매일같이 죽어라 연습게임을 하고 맵을 연구하고 전략을 개발하는 스타리거들을 계속 제압해야 한다. 그나마 이번 신한은행배 스타리그부터 스타리그가 16강에서 24강으로 개편돼 18명이나 하부리그에서 뽑게 된 것을 다행으로 알도록.

   

II) 프로게이머가 됐으니 이제 부모님 용돈도 드리고 독립도 해볼까?!

프로게이머가 됐으니 이제 좀 떵떵거리며 살아보고 싶다고? 프로게이머는 되기만 힘든 것이 아니라 고소득자가 되기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힘든 직업이다.

한국 E-sports협회의 FAQ를 인용해 주겠다.

[제목] 프로게이머의 수입이 궁금해요!

협회 등록 프로게이머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연1,500만원이 평균 수치로 나왔습니다.

다음은 2000년도말의 조사결과입니다.

*1500만∼2000만원 사이(53.7%)  *1000만∼1500만원 사이(34.1%)  *2000만원 이상(12.2%)

‘연 1천5백만원 정도면 생활은 될 테고 연습을 죽어라 하면 성공해서 더 받을 수 있겠지’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저 바늘구멍만한 구멍을 뚫고 프로게이머가 될 정도의 실력도 갖추고 구단에 소속되거나 혹은 혼자라도 계속적으로 연습을 할 수 있는 환경까지 조성됐다면 가능성이 조금은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겠다.

Sk텔레콤(즉, 대기업이 스폰서인 구단)

한빛스타즈

(즉, 중소기업 스폰서이거나 스폰없는 구단)

정식계약선수

연봉 2400만원

연봉 1200만원

연습생

(고용)

월 50만원

없거나 더 적은 수준

순수 연습생

없음

없음

다음 역시 Esforce의 기사이다.

“처우 개선해야” 목소리 적지 않아

프로게임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은 연봉 없이 입단하는 연습생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다. 기본적으로 최소 연봉 보장 없이 연습생으로 받아 들이는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비 기업 팀은 에이스일지라도 연봉이 없는 마당(연습생에게도 당연히 연봉은 없다)에 연습생에게연봉을 지급한다면 비 기업 팀은 연습생도 받지 말란 소리”라며 반대를 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또 한편으로는 기업 팀의 경우 최소 연봉 자체가 너무 작은 게 아니냐는 주장도 없지 않은 상황이다. 프로야구의 경우 최소 연봉이 2000만원 선이기 때문이다. 실제 월 50만원으로는 용돈 밖에는 쓸 수 없는 수준인 까닭. 일부 고액 연봉 선수들의 사례를 들어 몸값이 많이 뛰었다고는 하지만 시작 자체는 너무 초라하다는 주장이다.

어떤가? 아직도 프로게이머에 대한 환상이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는가.

III)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직도 성공의 꿈이 있고 희망이 있다면 ‘정말 프로게이머가 하고 싶구나’하고 칭찬해 주겠다. 역시 ‘꿈은 아름답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나의 역할은 하고 사라져야겠다. 당신이 프로게이머가 됐을 때, 당신이 지금은 상상도 못할 고충들을 하나하나 잔인하게 언급해 주겠다.

i) 당신는 게임이 좋아서 프로게이머라는 길을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취미, 놀이와 직업의 세계의 차이점을 분명히 인식하라. 프로게이머가 되는 순간부터 게임은 ‘게임’이 아니라 ‘일’이다. 별로 가슴에 다가오지 않는다고? 앉아서 10시간만 게임을 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연습생신분이라도 유지하고 그나마 미운털이라도 안 박히려면 매일 네가 좋아하는 게임을 10시간씩 해야 한다. 하루에 한 번만 10시간을 앉아서 스타만 해 보면 얼마나 그것이 끔찍한 일임을 알게 될 것이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네가 하고싶은 일이 아니라 강요된 일이라는 현실이다. 대부분의 프로게이머가 얘기하는 고충 중 하나다.

ii) 너와 같은 연습생 신분을 포함해서 정규 선수에 돈을 한 푼도 안 받는 순수 연습생까지, 남자들끼리 옹기종기 모여서 마주보며 하루 종일 컴퓨터를 한다. 특히 스폰서가 제대로 뒷받침 되지 않는 구단일수록 숙소의 환경이 열악함은 말할 것도 없다. 스폰서가 없는 프로게임구단 소울의 숙소에서는 20평형의 주택에 ‘남성’들이 족히 10명은 옹기종기 모여서 스타를 하고 있더라. 별로 사람 할 짓이 못된다.

iii) 미래가 상당히 불안정하다. 프로게이머들은 대학입시나 대학진학을 포기한 경우가 많다. 그저 프로게이머 하나에 올인한 사람들이다. I, II의 현실에 막혀서 좌절하는 순간 너의 미래는 어디를 향하여 치달을 지 모른다. 극단적인 선택인 만큼 포기한다면 극단적 결과가 나온다.

iv) 아, 물론 네가 승승장구하고 파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그래 좋다.

그리고 어느날 입영통지서가 날라온다.

 

 

 

 

 

<반전 예고>

그러나 꿈은 아름답다. 도전하는 자의 인생은 그 자체로 성공이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하여 즐기며 할 뿐만 아니라 그 일을 잘하는 사람이다’. 물론 첫 번째 조건이라도 만족한다면 당신의 인생은 충분히 성공적이다. 지금까지 너의 프로게이머가 되겠다는 꿈을 좌절시키기 위해 이렇게도 긴 기사를 썼다. 하지만 마지막은 반전이다. 그것도 아름다운. 감동적인.


이 세상에는 위대한 진실이 하나 있어.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거야.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은 곧 우주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때문이지.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는 게 이 땅에서 자네가 맡은 임무라네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연금술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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