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의 레포트 베끼기부터 대중문화속의 표절까지, 저작권 침해의 사례를 짚어본다

새내기 06학번의 입학과 새 학기의 시작으로 들떴던 3월이 지나가고, 수업과 중간고사의 압박이 본격적으로 다가오는 4월이 왔다. 이맘때쯤 신촌 거리의 커피숍이나 학내 건물의 세미나실, 회의실은 조모임을 위한 학생들로 가득 차게 된다. 컴퓨터실과 복사실 또한 레포트를 준비하고 출력과 제본을 하려는 학생들로 북적거린다. 이때 수업과 학점을 향한 학생들의 열기와 비례해 뜨거운 기세로 불어닥치는 것이 있으니, 바로 레포트 작성을 위한 ‘눈치싸움’이다.

   
▲ 복사, 붙여넣기, 불펌, 표절... 우리 주위에서 발견할 수 있는 저작권 침해의 모습이다. /일러스트레이션 조영현
생활속의 저작권 위반, 레포트

“여러 수업의 레포트를 작성하다 보면 어느새 친구들의 것을 짜깁기하거나 인터넷에서 마구 긁어와 분량을 채우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는 최우진군(사회계열·05). 이같은 일은 학생들에겐 더 이상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레포트를 평가하고 성적에 반영하는 교수와 조교들 역시 이를 뻔히 알고 있다. “평가를 위해 레포트를 읽다 보면 서로 다른 레포트에서 똑같은 내용의 단락이 발견되는 것이 이젠 흔한 일이 됐다”고 말하는 한 강사는 “매학기마다 똑같은 일이 반복되니 그러려니 하고 점수를 주는 경우도 생긴다”며 이제는 일종의 관행이 돼버린 레포트 베끼기의 현실을 지적한다.
문제는 이러한 레포트 베끼기가 저작권법을 위반하는 엄연한 불법행위라는 것이다. 저작권법 제25조에 따르면,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해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바탕으로 해석할 때 레포트 베끼기가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자세한 내용은 『연두』 6호 ‘제도 전무 + 미미한 학칙 = 네 맘대로 베끼세요’ 기사 참조). 조규형 법무사는 “대부분 대학생들의 레포트 베끼기는 그대로 내용을 인터넷 상에서 긁어오기 때문에 인용 범위와 출처 표시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 ‘불펌’하기

우리는 생활 주변에서 레포트 외에도 많은 표절과 저작권 위반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른바 ‘불펌’으로 불리는 인터넷 상에서 다른 사람의 글이나 사진 등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문제다. 최근 ‘1인 미디어’라고 불리는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나, 네이버 블로그 등이 인기를 끌면서 이같은 양상을 더욱 심화시켰다. 미니홈피나 블로그의 스크랩 기능을 통해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글이나 사진, 개인 정보 등이 순식간에 다른 사람에게 무단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김일균군(경영·05)은 “혹시 다른 사람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퍼갈까봐 내 홈피에 올리는 것은 물론이고 친구들의 홈피에서 퍼오기도 망설여진다”며 ‘불펌’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조 법무사는 “점점 기능이 다양해지고 정보나 지적 재산의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이를 대비해 저작권 위반 사례를 규제하는 제도는 완벽하게 갖춰져있지 않은 상태”라며 인터넷 상에서의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완비를 강조했다.

표절, 대중문화의 한 축으로?

레포트나 인터넷 ‘불펌’ 외에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저작권 위반 사례는 대중문화 속에서의 표절이다. 최근 가수 이효리의 2집 앨범 타이틀곡 「Get Ya」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Do Somethin’」을 표절했다는 표절 시비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외에도 많은 유명 가수들의 노래가 표절 시비에 휘말리면서 음반시장에 타격을 준 사건은 지금까지 셀 수 없이 많았다. 대중문화평론가 유민영씨는 “대중음악의 영역에서 기존과 다른 차별화된 노래를 끊임없이 창조해내는 것이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며 대중음악에서 표절 현상이 끊임없이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비단 대중음악뿐만이 아니다. TV 오락 프로그램이 일본 프로그램을 베낀 경우나, 패러디의 수위를 넘어선 유명 CF 등 대중문화 속에서 지적 재산권의 표절 논란은 끊임없이 계속돼왔다. 유씨는 “대중문화의 상품이 범람하는 가운데 소비자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쉽고 관심을 끌 수 있게 하는 방편으로 표절이 일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중문화에서의 표절은 다른 두 사례와는 그 성격에서 분명히 다른 부분이 존재한다. 그러나 레포트와 인터넷 불펌, 대중문화의 표절 사례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문제점은 우리 자신이 저작권 위반에 대한 인식을 확실히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도용한 누군가의 글이나 정보가 유출되는 등의 문제들이 현실적으로 닥치게 되면, 그 파장은 표절 논란으로 인해 관련 당사자들이 받는 타격 이상일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정보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개개인의 소중한 사유재산이다. 이를 보호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우리의 올바른 인식을 갖추는 것이다. ‘도둑질하지 말라’는 십계명의 규범을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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