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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문화, 촛불을 밝혀라기능에서 특징까지, 시위문화를 분석하다
  • 민경남 기자
  • 승인 2006.04.03 00:00
  • 호수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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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동결하면 안되겠니? 지나달 30일에 열린 전국 대학생 총회에서 학생들이 '교육재정확보', '등록금동결' 등의 구호가 적힌 표어를 들고 촛불 시위를 하고 있다. /유재동 기자 woodvil@yonsei.ac.kr
지난 3월 23일, 백양로에 모인 2천여명의 학생들. 총학생회의 주도로 이뤄진 학생총회에서 학생들은 등록금과 송도캠퍼스, 06학번의 글쓰기 과제 등의 안건을 놓고 토론의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29일, 학생들은 본관을 점거하고 학교본부 측에 그들의 입장을 표명했다.
학교본부를 대상으로 교육투쟁이라는 화두 아래 일련의 집단행동을 펼치며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운 학생총회와 본관점거, 이는 그 특성으로 보아 일종의 ‘시위’에 해당하는 움직임이다. 우리가 매일 다니는 학교에서 연이어 시위 현장을 볼 수 있을 만큼, 이제 시위는 우리 일상 속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을 만큼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시위, 의사의 집단적 표출

시위의 사전적 의미는 ‘특정한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 다수인이 벌이는 집단행동’이다. 어느 사안에 대한 요구사항이나 불만이 있을 때, 집단이나 개인은 현수막이나 피켓 등을 동원하고 구호를 외치며 단체행동에 나선다. 여기서 시위의 가장 큰 목적과 기능을 알 수 있다. 사회평론가 이진광씨는 “다수가 공개적으로 의사를 표시·과시하는 동시에 여론에 호소하는 기능을 한다”고 시위의 대표적인 특징을 설명했다. 즉 시위는 집단의 의사를 행동으로 형성하고 표현하는 동시에, 이를 언론과 군중들에게 노출시켜 의사를 전달하고 실현하도록 촉구하는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3·1운동부터 촛불시위까지

시위가 갖는 영향력과 파급 효과는 우리나라의 역사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시위는 일제 강점기와 독재·군사정권 등을 거치며 역사의 순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일제 강점기의 3·1운동은 시위라는 행동이 가장 강력하고 대규모로 나타난 첫 사건이었다. 그 후 독재정권에서의 4·19 민주화 운동, 부마시위, 군사정권에서의 5·18 민주화 운동과 6월 민주 항쟁, 그리고 전태일로 대표되는 노동자 인권 시위 등 중요한 역사의 순간에서 이러한 시위들은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며 역사의 발전 방향을 바꿔놓았다. 여기서 드러나는 우리나라 시위문화의 특징은 ‘민족·역사의식이 바탕이 된 시위’라는 점이다. ‘정의시위문화연대’ 조성재 대표는 “민주화 운동 등 대표적인 시위들은 우리 민족이 겪어온 역사와 그 속에서 받은 수난, 고통 등이 표출된 민족적 시위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문화의 또다른 특징은 그 양상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촛불시위’다. 촛불시위는 1960년대 미국에서 열린 베트남전 반대 시위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지난 2002년 6월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 후 벌어진 대규모 촛불시위를 기점으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시위를 통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시위 방법으로 자리매김했다. 또 종교의 자유를 내세워 채플반대를 주장했던 강의석군과, 최근 스크린쿼터를 놓고 영화인들이 계속해서 벌이는 1인시위 역시 이러한 특징을 반영하는 좋은 예다. 조성재 대표는 “사회가 다원화됨에 따라 사회적 문제가 되는 사안들의 성격과 구성원들의 의식이 다양해지면서 이를 행동으로 표출하는 시위 역시 점차 다양한 형태를 띠게 됐다”고 말했다.

▲ /일러스트레이션 조영현
시위문화, 폭력을 지워라

시위문화가 점차 다양해지면서, 시위에서 발생하는 폭력의 수위나 각종 문제점들 역시 다양하고 때로는 더 복잡한 양상으로 드러나게 됐다. 다양한 문제점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이고 본질적인 것은 역시 폭력·유혈 사태다. 광주 항쟁에서 벌어진 대규모 참사와 같은 유혈사태는 요즘엔 거의 사라졌으나, 농민들의 쌀 개방, 한총련 시위 등과 같은 시위대의 과잉시위와 진압 과정에서 벌어지는 폭력 진압 등에서 폭력사태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방책은 법 규범의 준수와 진압대 제도의 정비이다. 먼저 시위를 주도하고 진행하는 시위대에서 폭력을 통제하고 지양하려는 노력이 갖춰져야 한다. 이진광씨는 “시위대의 과잉 시위로 인해 폭력이 발생할 경우 시위의 본질적 기능인 의사 전달과 여론 호소 기능이 퇴색하는 것은 당연한 이캇라며 “시위의 본 목적을 효과적으로 이뤄내기 위해서 폭력은 지양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시위 진압에 동원되는 전·의경 제도의 정비 역시 폭력시위 근절을 위한 필수 요소다. 대부분이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실전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전·의경들이 시위에서 유혈사태가 발생할 경우 통제력을 잃고 무차별적인 진압으로 번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경찰 측에서는 얼마 전 일부 시위에 현직 경찰 병력을 운용하는 한편, 진압봉의 재질을 가볍게 바꾸는 등 진압대의 무장을 축소했다. 또 진압대원에게 책임의식을 환기시킬 수 있도록 명찰을 다는 등 여러 가지 방안 강구에 고심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시위는 사회적 문제를 대중에게 알리고 해결 방안을 촉구하는 기능을 하는 동시에,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폭력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는 위험을 안은 존재다. 이 때문에 하나의 시위에는 그 현장에 참여하는 여러 주체들의 통제력과 의식이 충분히 준비돼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시위문화에 가장 필요한 것은 어쩌면 월드컵때의 응원문화에서 나타난 사회의식일 수 있다. 열광적인 흥분의 도가니 속에서도 훌륭한 역할을 해냈던 사회·질서의식이 굳건히 지켜진다면, 시위문화는 그 위험성을 벗어나 사회를 더 튼튼히 하는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민경남 기자  cynical@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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