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문화가 점차 다양해지면서, 시위에서 발생하는 폭력의 수위나 각종 문제점들 역시 다양하고 때로는 더 복잡한 양상으로 드러나게 됐다.
다양한 문제점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이고 본질적인 것은 역시 폭력·유혈 사태다. 광주 항쟁에서 벌어진 대규모 참사와 같은 유혈사태는
요즘엔 거의 사라졌으나, 농민들의 쌀 개방, 한총련 시위 등과 같은 시위대의 과잉시위와 진압 과정에서 벌어지는 폭력 진압 등에서 폭력사태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방책은 법 규범의 준수와 진압대 제도의 정비이다. 먼저 시위를 주도하고
진행하는 시위대에서 폭력을 통제하고 지양하려는 노력이 갖춰져야 한다. 이진광씨는 “시위대의 과잉 시위로 인해 폭력이 발생할 경우 시위의 본질적
기능인 의사 전달과 여론 호소 기능이 퇴색하는 것은 당연한 이캇라며 “시위의 본 목적을 효과적으로 이뤄내기 위해서 폭력은 지양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시위 진압에 동원되는 전·의경 제도의 정비 역시 폭력시위 근절을 위한 필수 요소다. 대부분이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실전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전·의경들이 시위에서 유혈사태가 발생할 경우 통제력을 잃고 무차별적인 진압으로 번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경찰 측에서는 얼마 전 일부 시위에 현직 경찰 병력을 운용하는 한편, 진압봉의 재질을 가볍게 바꾸는 등 진압대의 무장을 축소했다. 또
진압대원에게 책임의식을 환기시킬 수 있도록 명찰을 다는 등 여러 가지 방안 강구에 고심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시위는 사회적 문제를 대중에게 알리고 해결 방안을 촉구하는 기능을 하는 동시에,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폭력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는 위험을 안은 존재다. 이 때문에 하나의 시위에는 그 현장에 참여하는 여러 주체들의 통제력과 의식이 충분히 준비돼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시위문화에 가장 필요한 것은 어쩌면 월드컵때의 응원문화에서 나타난 사회의식일 수 있다. 열광적인 흥분의 도가니 속에서도 훌륭한 역할을 해냈던
사회·질서의식이 굳건히 지켜진다면, 시위문화는 그 위험성을 벗어나 사회를 더 튼튼히 하는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