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백양로를 걷다가 제법 많은 연세인들의 손에 「연세춘추」가 들려있는 광경을 보고 흐뭇해하곤 한다. 내가 찍은 보도사진과 인터뷰 사진들이 실린 면을 펼쳐 보는 사람들...그러나 이내 뿌듯함과 함께 민망함에 얼굴이 달아오르게 된다. 민망함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춰보자면 그 근저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내가 찍은 사진에 대한 “와, 이거 재밌다! 잘 찍었는데?” “이 사진 뭔가 이상하지 않아?”라는 평가가 들릴 때 느끼는 쑥스러움과 부끄러움이고 두 번째는 아무도 지적해 주진 않지만 스스로 사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경우다.
  사진부 기자가 된 지도 어느덧 9개월이 흘렀다. 50번도 훌쩍 넘는 인터뷰와 각종 취재들을 다니며 셀 수 없이 많은 사진들을 찍었다. 나는 늘 취재 시에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사진을 뽑아낼 수 있을까?’ 하고 고민을 한다. 그런 나로서는 숱한 사진들 속에서 지면에 실릴 사진을 선정할 때, ‘이거다!’ 싶은 사진을 찾지 못하면 밀려오는 허무감을 주체할 수 없어진다.
  포커스가 맞지 않았다거나, 노출 조절에 실패했다거나, 혹은 화이트 밸런스를 잘못 조정해서 버려지는 사진들은 차치하고라도 기술적인 면이 아닌 다른 점에서 선정되지 못하는 것들도 적지 않다. 때로는 백 마디 글보다 한 장의 사진이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법. 특히 인터뷰 기사는 더더욱 사진의 역할이 강조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생각만큼 대상의 개성을 살려내기란 쉽지 않다. 한두 번 좋은 사진을 건져서 그 틀에 맞춰 사진을 담아내다 보면 유사한 구도, 비슷한 표정의 연속으로 인해 ‘뻔한’ 사진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그동안 수많은 인터뷰 사진들이 실렸지만 실제로 마음에 든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1536호에 나갔던 모델 김수현의 경우는 직업 특성상 특별히 어렵지 않았지만, 여타 취재원들은 카메라를 지나치게 의식한다거나 사진이 찍히는 것에 자신 없어 해서 오히려 사진 기자를 당황케 하는 경우가 예사다.(심지어 사진촬영을 거부하는 취재원도 있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인터뷰 사진은 피사체와 사진기자가 하나가 되는 ‘결정적 순간’에 찍은 사진이다. 더 나아가 신문에 실린 사진을 보고 독자가 인물과 함께 호흡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걸작일 것이다. 부끄럽게도 아직까지 그런 사진을 찍어내지 못했다. 내공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하면 핑계일까? 인터뷰 대상, 독자, 기자가 삼위일체 되는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고민하고 연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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