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캠퍼스 교무부 학적과 홍혜련 과장

“저기, 이중전공 해볼까 하는데요. ...붙을 수 있을까요?"

“학생, ‘붙을 수 있을까요’가 아니라 학생이 하고싶으면 붙도록 해야되는거야. 자신있게 살아야지, 그렇게 불안해선 붙을 실력도 떨어지지 않겠어?” 

조용하던 교무부 내 어디선가 학생을 훈계하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낭랑하고 차분하게, 조언을 해주기도하고 타이르기도 하며 솜씨좋게 학생을 다루는 모습이 마치 고등학교 시절 담임선생님을 보는 듯 하다.

누굴까? 

주인공은 바로 교무부 학적담당 업무를 맡고있는 홍혜련 과장이다.


                                    홍 과장, 난감할 때도 있다


이중 전공 신청, 우등생 및 학사경고 관련 업무를 맡는 홍과장은 그래서 학생들과 마주할 일이 많다.

“학생들이랑 지내는 건 참 좋아요. 젊어지는 기분도 들고요. 그렇지만 1학점 때문에 졸업을 미룰수 없다며 통과시켜 달라는 학생이나, 학사경고가 나왔는데 한번만 봐달라며 매달리는 학생들이 있어요. 이럴땐 참 난감하죠.”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쉴새없이 문의 전화들이 쏟아졌다. 이중전공 신청에 필요한 제반서류가 무엇인지 묻는 전화부터, 수강과목을 변경하겠다는 학생까지 다양했다. 최근엔 학생보다 극성인 어머님들 전화가 더 잦단다.

“1학년 신입생들이 전공탐색 과목을 선택해야하는데, 어머님이 전화를 해 어떤 과목이 더 좋은지 저한테 여쭤보곤 하세요. 학생 스스로 적성과 흥미에 따라 선택해야할 내용을 어머님께서 저한테 여쭤보시니 정말 대답하기 곤란하죠.”


                              학적과 과장? 고등학교 담임선생님?


학생들 사이에서 홍 과장은 고등학교 담임선생님으로 통한다. 이중전공을 할지, 재수강은 어떻게 할지, 학적과를 찾아와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홍 과장은 과거 선배들의 사례나 학교 규정 등을 들며, 거기에 세상을 좀 더 오래산 인생 선배로서의 경험을 보태어 조언을 해주곤 한단다. 대부분 재수강이나 이중전공 신청 등으로 무심코 학적과를 찾았다가 그 인연으로 홍 과장을 알게돼 고민이 있을 때마다 찾아오곤 한다고. 그 중에 문제가 심각한 학생에겐 홍 과장의 특별관리가 들어간다.


“부산에서 어머님 한 분이 아들 몰래 찾아오셨더라구요. 아들이 학교를 관두고 재수를 하고 싶어하는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저한테 펑펑 우시면서 하소연을 하세요. 그래서 제가 학생을 따로 불러서 이야길 했죠. 지금은 그 학생 마음 잡고 학교 잘 다니고 있어요.”


이렇게 홍 과장이 특별관리하는 학생들이 줄잡아 십여명. 학부대학이 따로 없는 원주캠에서 고등학교를 갓 벗어나 담임선생님같은 존재를 여전히 바라는 학생들에게 멘토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는 것이다.


                                       21세기 대학생 상대하기


   
“컴퓨터가 없던 옛날엔 수강신청을 하느라 새벽부터 긴 줄이 늘어서곤 했어요. 요즘이야 컴퓨터 없는 학생 어디있나요. 인터넷으로 집에서 지원하고 통보받는 세상인데. 일하기엔 많이 편해졌지만 그만큼 학생들을 못봐서 아쉽기도 해요”


몇 해 전부터 인터넷 수강편람으로 수강신청이나 이중전공 신청 등이 가능해지면서 학적과를 직접 찾는 학생들이 많이 줄었다.  게다가 시대가 변함에 따라 학생들의 성향도 많이 변했다고 한다. 예전엔 처음보는 학생이라도 이것저것 조언을 해주면 잘 듣고, 쉽게 친해지곤 했는데 최근 학생들은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해졌단다. 학생들이 조언을 구하지 않았는데 몇마디 했다간 조언이 아니라 ‘참견’으로 본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 세상이 변했는데 학생들 성향도 변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며 변화하는 학생들에게 같이 맞춰 다르게 접근해야 하는 것이 아니겠냐며 조금은 쓸쓸한 웃음을 보였다.


원주캠이 생겨나면서부터 일하게 돼 홍 과장이 연세의 일원이 된지도 벌써 20여년이 넘었다.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졸업을 하거나 군대를 가서도 홍 과장을 만나기 위해 다시 학생들이 찾아올 때라고. 옛 학생들의 생각이 나는지 홍과장의 눈빛이 아련해졌다. 연세와 연세인을 생각하는 그녀의 마음에 취재를 마치고 나서는 기자도 마음이 따뜻해져왔다.

 

                                                                                           /글 정소진 기자 restinegoism@

                                                                                           /사진 이새보미야 기자 lsbmy@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