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미디어부 양해준 기자.

막차가 도착하고 있다. 킁컹. 킁컹거리며 도착하는 지하철, “상일동, 상일동행입니다.” 시간은 12시 33분. 서울시 도시철도는 시간을 잘 지키는 게 장점이랄까. 이걸 타고 한숨 자고 나면 집에 도착할 것이다.

▲ 연세대학교. 연세춘추. 웹미디어부. 연두. 그런거 말고 그냥 나?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지하철 안에 들어가 앉았다. 펼쳐진 채로 잠든 소설들이, 주인 없는 문자 메시지들이 자리에 앉아 있다. 라캉인가가 말했던 것 같다, 이루어질 수 없는 인간의 욕심을 빗대어 ‘미끄러지는 욕망’이라고. 그렇다면 그들의 욕망은 미끄러질 일이 없다-오로지 집에 가고 싶어 할 뿐이고, 욕망의 대상인 집은 그들이 내릴 역에 가만히 있을 것이다. 나도 잠을 자야 하는데, 오만가지 생각이 파편처럼 박혔다. 따가워 잠을 잘 수 없다.

이번엔 뭘 했었지? 내가 지금 왜 막차를 탔어야 했을까? 제작이 끝나고 돌아가는 중이라서 그런가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메모하고 타자를 두들기고, 수많은 밥알들과 커피믹스를 희생시키고...

두서없이, 논리적이지도 않는 생각들이 부유하고 있다. 지금이 새벽이고, 막차니까 그렇다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보지만, 결국에 내리는 결론인즉슨, 이번에도 아쉬운 것들이 있었구나. 내가 원하는 것들은 계속 미끄러지고 있었구나. 그리고 나 ‘센티’ 먹었구나.

 

애드바룬을 리라이트 해주던 김유나 부국장, 같이 밤을 샌 현직 기자들, 춘추에 들어온 후 자연히 소홀해진 과방 사람들, 그만 둬버린 96기 동기들, 신문사 때문에 집에 늦게 온다고 화를 내는 엄마 아부지 누나, 시간을 미뤄야 했던 과외학생과의 약속, 클래지콰이, 사체과 학과장님,.. 각종 인간들의 영상이 뇌로 쏟아져 내려와 쉽게 피곤해진다. 그러나 잠은 오지 않는다.

 

                                      My steps ahead-연세춘추

 

어느새 열차 안에서 종점을 알리는 하이든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다. 다들 부시부시하면서 일어나서 자기 보금자리로 돌아간다. 잠을 못 잔 이유는 그저 지하철이 덜컹덜컹 거렸기 때문일까. 아니면 원래 새벽 한 시를 넘기면 잠이 확 깨기 때문일까.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집에 도착했으니 잘 자야겠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다시 신문사로 가서 욕망을 붙잡아야지ㅡ미끄러지기 전에. 지하철에서 혼자 넋두리 늘어놓은 덕에 잠은 잘 올 것 같다. 

▲ 많은 생각들이 흘러간다. 도대체 몇 장이나 되는 거야...

 

/글 양해준 기자 yangyangha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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