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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법, 나무를 벗어나 숲을 보라
  • 민경남 기자
  • 승인 2006.03.13 00:00
  • 호수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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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12월 9일. 국회의원들 간의 몸싸움 끝에 열린우리당의 입법안 강행처리. 12월 16일 시청앞 광장에서 한나라당이 중심이 된 반대 촛불시위. 1월 13일 전국 한국중등교육협의회에서, 2월 16일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에서 개정 입법안 반대 결의문 발표. 2월 27일 사립학교개혁국민운동본부에서 재개정안 반대 결의 발표.

지난 12월부터 최근까지 4개월이 넘는 시간동안 숨가쁘게 진행된 일들이다. 이 외에도, 각종 일간지나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이 법안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묻는 설문이 수업이 진행됐다. 이 모든 행사와 시위, 그리고 전국적인 관심의 주인공은 바로 사립학교법(아래 사학법) 개정안이다.

▲ 현재의 편향된 사학법 갈등 양상은 사상 논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 조영현

편중된 갈등 양상, 그 실태는?

사학법 개정안은 사학의 비리근절과 학교운영의 투명화를 목적으로 기존의 사학법을 수정한 것이다. 갈등의 중심에는 개방형 이사제가 있다. 사학 재단의 이사진 가운데 4분의 1을 학교운영위원회에서 2배수로 추천하는 후보 중에서 선임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운영위원회의 감사 추천권, 친인척 배제 비율 등의 내용을 놓고 사학들이 중심이 된 한 축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아래 전교조)이 중심이 된 다른 축이 서로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사학법 개정안을 놓고 벌어지는 논란에서, 갈등 양상이 지나치게 중ㆍ고등학교 사학 운영진과 전교조가 중심이 된 시민단체들 사이의 감정 대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강하다. 사학 운영진의 입장과 전교조가 중심이 된 입장들 사이의 과잉 대립은 비리근절과 운영의 투명화라는 사학법 개정의 본 의도와는 멀어지는 방향으로 논의의 초점을 진행시키고 있다. ‘참교육연합회’ 김성환 회장은 “국한된 부분의 대립을 탈피하고 개정안이 의도하는 목표를 실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의견을 교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사학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사립 중ㆍ고등학교와 전교조 간의 과잉 대립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관심과 논의가 부족한 사립대학들에 있어서 사학법 개정안은 아직도 본격적으로 적용되고 있지 못하다. 우리대학교의 경우 11명의 이사진 중 2명을 개방이사로 두는 등 개방형 이사제의 형태가 전부터 실시돼왔고, 이화여대 역시 개방형 이사제의 유형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대다수의 사학들은 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사태의 추이를 관망하는데 그치는 등 개정 사학법이 가져올 변화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하고 있다.

사립대학의 동력, 대학평의회

이같이 사립대학들에게서 보여지는 개정안에 대한 소극적인 모습들은 사립대학들도 공감하고 필요하다고 밝힌 개정안의 본래 취지를 살리는 데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과정은 대학평의회의 구성 문제다. 사학법의 내용상 사립대학에 있어서 대학평의회는 중ㆍ고등학교의 학교운영위원회와 같은 역할을 하도록 돼있다. 교사와 학부모 또는 학생이 참여해 만들어지는 학교운영위원회와 같이, 대학평의회는 학교와 교수와 직원, 학생대표 등이 참여해 의견을 반영하고 의사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기구의 역할을 한다. 이뿐만 아니라 운영 감사 추천권 등 사학법의 다른 사항에서도 대학평의회의 역할은 크게 작용한다. 대학평의회의 기능과 구성에 대해 전국교수노동조합 부위원장인 우리대학교 김한성 교수(정경대ㆍ헌법)는 “구성원의 비율과 역할 등의 사항을 확정하고 대학의 심의ㆍ의결기능을 맡겨 사학법 개정안의 취지를 이행하는 방향으로 대학평의회가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대학평의회의 구성과 운영을 신속하고 명확하게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여러 주체의 노력이 함께 요구된다. 먼저 학교와 교수, 직원, 학생으로 나눠지는 대학의 주체들이 대학평의회가 학내구성원 모두를 대표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만들어지고 기능할 수 있도록 구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이후 충분한 의견과 정보를 교환하고, 참여 주체들과 대학평의회에 대한 규정을 명문화해 법적 구속력을 높이는 일 역시 이뤄져야 한다. 또한 제도적 준비도 갖춰져야 한다. 김 교수는 “현재 여론수렴 과정 등을 통해 시행령이 준비되고 있는 상태”라며 “구체적인 법안의 시행령이 갖춰지고 대학평의회가 구성되면 사학법 적용과 운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학의 비리근절과 학교 운영의 공정화, 투명화라는 사학법의 본래 취지는 개정안에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 모두가 공감하는 사안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를 이루기 위한 노력은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이번 사학법 개정안과 그를 둘러싼 논쟁은 교육계 구성원 사이의 갈등의 깊은 골을 파이게 할 수도, 우리 나라의 고질병 중 하나인 교육문제의 해결을 위한 디딤돌이 될 수도 있다. 어떠한 결과가 만들어질지는 모두의 노력 여부에 달려 있다.

민경남 기자  cynical@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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