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김혜미 기자

문화부 김혜미 기자
지난 1학기 수습기자 생활을 하는 동안 하루 빨리 정식 기자가 되고 싶었다. 정식 기자들에게서 풍겨 나오는 분위기, 소위 말하는 ‘기자다움’을 지니고 싶었다. 기사 제작일에 분주하게 오고가고, 진지하게 통화를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기대는 커져갔다. 드디어 한 학기가 지나고 어느덧 부기자가 됐다. 그러나 갑작스레 기자가 된다는 것에 대한 기쁨보다는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이제부터 ‘원래의 나’와는 무언가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치명적인 소심함
매주 학내 취재처를 돌고 취재원과 연락하고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고... 이런저런 해야할 것들이 어렵게만 느껴졌다. 흔히 ‘기자’하면 적극적으로 ‘들이대는’ 태도를 떠올린다. 그래서 기자라면 당연히 이러한 일들은 쉽게 해내기 마련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음식점에 가서도 나서서 주문을 하지 못하는 내가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 걸고 부탁한다는 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것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할 말을 취재 수첩에 빼곡히 적어두고 그대로 읊어대는 정도였다. 그러다가 습관처럼 몇 주가 지난 후 달라진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취재원에게 ‘잘 지내셨죠?’, ‘몸은 괜찮으세요?’ 라고 제법 살갑게 안부인사까지 건네게 된 것이다.  ‘취재원’도 더 이상 모르는 대상이 아니라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해서일까?

계획적이지 못한 어리버리함
무슨 일을 하든 완벽히 챙기는 법이 없고 깜박거리는 체질은 좀처럼 고치기 힘들었다. 기사에 들어갈 컷 신청을 제대로 해두고도 잘못 한 줄 알고 제작당일에 한바탕 난리를 피우는 등 기사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하나씩 실수를 저지르고는 했다. 심지어 취재를 가기 전에 시간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가서 마냥 몇 시간이고 기다리기도 했는데 이렇게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고 나니 생각날 때마다 해야할 일을 수첩에 적어두는 습관이 생겼다. 다행히도 그 덕분에 점점 실수가 줄어들어 고생하는 일이 줄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평소 성격과 잘 맞지 않아 버거운 기자 생활을 왜 계속 하고 있을까?밀려드는 리포트 속에서도 기사부터 챙기는 것은 무슨 최면에 걸려서 일까?스스로도 이런 의문이 들었다. 그건 아마도 눈에 뜨일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씩, 적극적으로 그리고 계획적인 모습으로 내가 변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기자 생활을 하며 이렇듯 나에게 부족한 면을 채워가고 있다. 날 채워준 춘추를 이제는 내가 채워나가겠다는 결심은 변하지 않고 지며나가야 겠다. 춘추, I will complet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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