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있기에 오늘도 중앙도서관은 환히 빛난다

쉴 틈 없이 계속되는 시험, 과제, 조모임 속에서 중앙도서관(아래 중도)은 피할 수 없는 공간이 되고 있다. 어떤 이들에겐 지적인 갈증을 해결해 주는 공간으로, 어떤 이들에겐 부족한 수면을 보충해주는 용도로 쓰이는 이 곳에서 오늘도 묵묵히 연세인들과 같이 호흡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에게 참 할 말이 많을 것 같은 그들을  직접 만나보았다.

중도 출입을 관리하는 신청순씨 중도의 유리문을 열고 로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사람이 도서관을 지키는 관리 아저씨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중도 출입구에서 날카로운 눈으로 학생들의 출입을 지켜보는 그는 총무처 관리부에서 근무하시는 신정순씨. 12년간 근무해온 베테랑으로 중도의 지킴이를 해오고 있다. 신 씨는 대다수의 학생들이 학생증이 없을 경우에 "내가 우리대학교 학생인데 학생증이 없더라도 중도에 들어가는 것이 뭐가 문제가 되느냐"는 식의 이기적인 태도로 나온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도서관 규칙은 일방적인 결정이 아니라 과거에 이미 학생의 의견을 수렴하고 합리적으로 정한 것인데 상당수의 학생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항의할 때가 많다" (아마 대부분의 학생이 모르겠지만 참고로 도서관에는 타인의 학생증으로 출입하면 1개월 출입정지, 발권기에서 대리로 좌석을 발급하면 1주일간 일반열람실 이용불가라는 규칙이 있다.) 그는 이어서 "가끔 인터넷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상황의 전반적인 것은 쓰지를 않고 일부만을 확대해서 불만을 늘어놓는 학생이 많다며 그럴 때면 관리하는 사람 입장으로 매우 난처할 때가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중도의 시설에 대한 개선 방안에 대해 신 씨는 "지금의 도서 반납기는 사람이 가서 확인하지 않는 이상은 책 반납처리가 되지 않는데, 자동으로 반납되는 시스템으로 전환한다면 학생들이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고 처리도 빨라질 것이다"라며 반납시스템의 개선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마지막으로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신씨는 "중도 안에서 도난 사건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지갑과 학생증분실을 조심하라"고 강조하며, 특히 "하루에도 2~3번씩 울리는데 거의 다 호기심에 누르는 경우가 많다."며 "여자화장실 비상벨을 장난으로 누르는 것 좀 자제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지킬 것은 지키는 연세대학생이었으면 좋겠어요"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
중도에서 책을 한 권이라도 대여했다면 한번쯤은 마주쳤을 법한 사서들, 그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호기심에 2층에서 반납 대출창구에 근무하시는 한 사서를 만났다. 우리대학교 학생들은 참 세련되었다고 말을 시작했던 사서 최선영 씨. 최씨는 본교에 없는 도서를 타 학교에서 빌릴 수 있는 상호대차 업무와 도서관 출입증 발급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창구에서도 오래 근무한 만큼 기억나는 에피소드 또한 특별할 것 같아 여쭤보았다. "얼마 전 노교수가 책 한 권을 간절히 찾아서 대출 중임에도 불구하고 빌려간 사람에게 필요한 부분을 받아 복사해서 팩스로 보내드렸어요. 그때 나이가 지긋하신 교수님이 어린 아이처럼 팔짝팔짝 뛰며 좋아하셨어요." 그의 이야기는 마치 빛 바랜 동화속 이야기 같았다. 힘든 점에 대해 물어보니 앞서 신씨가 지적한 것과 비슷하게 "100명의 학생들 중 99명에게 친절하고 1명에 불친절했을 때 그 파장이 너무 크다."며 "모든 학생을 만족시킬 수 없고 똑같은 서비스를 해도 불만족 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냐"고 물어보니 예상했던 대로 "도서반납비 많이 내는 학생"이라고 했다. "미루고 미루다 졸업할 때쯤 연체료를 내는 학생들이 그들인데, 연체도서 때문에 졸업가운을 입지 않고 졸업하는 학생도 있다"고 한다. (우리대학교에서는 졸업가운도 받고 졸업증서도 받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연체된 도서가 없어야 한다고 한다.) 문득 궁금해서 "최대 연체료를 낸 학생은 얼마나 냈냐"고 물으니, "맥시멈 제도로 인해 2만7천원이 최대"라고 답했다. 그래서 그런지 "때론 그냥 분실처리 하는 졸업생도 있다"고 한다. 덧붙여 그는 학생들에게 바라는 점에 대해 물어보자 "학생들에게 도서관 에티켓을 정확히 숙지하고 지켜줬으면 한다"고 했다. 특히 "사서로써 책의 이용 상황을 볼 때 학생에게 도서관의 책이 여러 사람이 함께 본다는 의식이 결여되어 있는 것 같다"고 "심지어 개인 낙서를 하거나 책을 찢어가는 사람도 있다" 고 하니 그 수준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얼마 전에는 1층 로비에서 음식을 시켜먹는 학생들도 있다고 했는데 최소한의 공중도덕은 지켜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역시 중도의 시설 개선 방안에 대해서는 그는 가장 큰 문제로 환기 시설을 지적했다. "도서관이 많이 좋아지고 있음은 사실이지만 건물 자체가 오래되었기에 공기가 안 좋다"라며 "이용자수가 많아서 더 이상의 개선은 힘들 것 같고 제 2중도가 생기면 보다 더 쾌적한 환경에서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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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미디어실에서 근무하는 김지선씨 (사진 오른쪽)
마지막으로 우리는 우리대학교 중앙 도서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멀티미디어실(이하 멀미실)을 찾았다. 그곳에서 DVD와 어학 자료 대출을 하고 있는 김지선 씨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을 물어 보았다. "어느 한 학생을 딱 꼬집어 말하기는 힘들고 CC들이 기억에 남는다", "특히 그 중에서도 의자 하나를 더 끌어와서 앉아도 됨에도 불구하고 꼭 한 의자에 앉아서 영화를 보던 커플이 인상 깊게 남았다"고 했다. 또 "이유는 모르나 통계를 남기기 위해서 자료 신청서를 내고 가야 함에도 자기 흔적을 남기기 싫다고 그냥 도망가는 학생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일하면서 힘든 점을 물으니, 앞서 만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학생들을 상대하는 일이다 보니 학생들과의 마찰이 힘들다"고 했다. 특히 "찾는 자료가 없을 때 그것이 왜 없는지 끝까지 물어 그 원인을 알아가려는 학생들은 난감하다"며 "안 그런 학생들이 더 많아요" 라고 웃으며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멀티미디어실에서 근무하는 동안 이것은 개선되는 것이 좋겠다는 점을 물으니 "어학실과 영화 보는 칸이 같이 있어서 서로 방해가 되는 것 같다. 분리되었으면 좀 더 나은 환경이 될 것 같지만 지금은 공간 부족이라 힘들고 제 2중도가 생기면 보다 나아지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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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에는 이들뿐만 아니라 쏟아지는 책들을 정리하는 근로장학생에서부터 새벽에 나와 쓰레기통을 비우는 사람들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 학생들의 입장에서 항상 고민하는 '중도의 사람들'. 그들이 있기에 오늘도 중도는 불빛이 환하게 밝혀져 있는 게 아닐까.

/김도일,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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