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본 영화 「CQ2」에서 이런 장면이 나왔다. 여자주인공이 아침에 숲을 산책하다가 세네 명의 남자들에게 강간을 당했다. 영화를 본 것이었지만
-그 기분은 정말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다.
너무나 리얼리티가 강했다. 주인공은 그냥 숲을 산책하고 있었는데, 남자들이 쫓아와서, 어제 저녁 네가 춤추는 걸 봤어, 정말 꼴리던걸, 사실은 너도 좋잖아, 라며 그들의 페니스를 만지작거렸다. 그 순간에 느껴지던 공포는- 비록 영화였지만- 상상을 초월했다. 그 남성들의 모습- 자신들의 '넘쳐나는' 성욕을 철저히 권력적으로 분출하며 부끄러운 줄도, 잘못인 줄도 모르는 모습은 '이 여자 박음직스럽네. 즐감했습니다. 꼴리는데?' 등으로 인터넷 익명의 공간을 잠식해나가는 익숙한 그 남성들의 모습이었다.
개별적 여성에게 그게 어떤 경험이 되는지, 어떻게 각인되는지는 그들의 페니스 앞에선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만화가 유시진의 말처럼, '고통을 이해할 상상력이 결핍되어' 있으니까. 그 남성들은, 자신의 상상력 밖의 것들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혹은 있어도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해버린다. 절대, 자신들의 언행이 다른 사람에게 폭력적일 수 있다는 사실은 인지하지 않으며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무 상관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결핍'이고 '방종'이지만, 별로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그 남성들의 강간판타지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건 바로 포르노다. 많은 포르노(여성과 남성이 등장하는)가 비슷한 양상을 띠는데, 철저하게 남성의 시선으로 본, 여성은 객체로만 존재하는 화면 구성과 역시 철저하게 남성이 주체적으로 주도하는, 소통이 삭제된 sex가 그것이다. 포르노에서 그들은 그들이 원하는 ‘sex’를 위해 상대 여성을 '좋으면서 왜 그래' 식으로 어르고 달래거나 심지어 때리는 등 물리적 폭력을 가하기도 한다. 처음엔 저항했지만 나중엔 여성이 그 sex에 만족해하는 것으로 표현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포르노는 ‘그 남성들의 성욕’을 일방적으로 분출하는 것에 불과하며 그렇기 때문에 여성들에게 폭력적이다. 이런 포르노들의 남성중심성은 일상에서도 똑같이 억압적 기제로 작용한다. 노력이 없는 한, 성별 권력관계가 존재하는 사회에서 일상의 sex는 포르노상의 sex를 닮을 수밖에 없으며 그것은 여성을 성적 주체로 상정하지 않고 여성에게 폭력적이기 때문에 억압적이다.*
 
feminist들이 성별 권력관계를 이야기 할 때, 그런 게 어디 있냐며 코웃음을 치지만 사실 누구보다도 그 권력관계를 알고 철저하게 이용하는 건 그 남성들이다. ‘여성들의 섹슈얼리티? 누가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나?’ 라고 하지만, 누구보다도 시시콜콜하게 여성들의 섹슈얼리티에 관여하고 그것을 마음대로 왜곡시키며 결국 자신들의 정복욕적인 쾌락으로 만들어 내는 건 그 남성들이다. 소통이 없는, 그 남성들의 욕구만을 충족시키는- 하물며 여성들에게 폭력적인 성관계를 강간이 아닌 sex로 허울 좋게 포장시키는 것도 그 남성들이다. 

얼마 전 시즌 6까지 방영되어 큰 인기를 얻은 HBO의 드라마 Sex and the City가 각광받은 이유는 '일방적이지 않은, 소통이 있는, 강간이 아닌, ' sex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그녀들은 용감하게 스스로의 욕망을 이야기했고, 끊임없이 관계를 고민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막연하게 기대해왔던 '정치적으로 올바른 sex'를 상당히 구체화시켜 주었다. 그 남성들의 강간판타지, 그 안에 매몰되지 않고 그게 얼마나 폭력적인지, 무개념한지 짚어내는 게 필요하다. 앞으로는 포르노대신에 Sex and the City를 보면서 좀 다른 생각을 해 보는 게 어떨지.

*이 외에도 포르노에는 수많은 남성중심적인 이데올로기와 왜곡된 성의식이 담겨있지만 글의 내용상 여기서는 생략하겠다.

/별-내안에 차오르는 여성주의 물결 17대 총여학생회 '움.펼.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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