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교의 이상민 선수가 서장훈 선수에게 패스한다. 서장훈 선수는 고려대학교 현주엽 선수의 마크를 피해 외곽으로 공을 보낸다. 패스를 받은 문경은 선수가 신기성 선수의 마크를 피해 3점슛을 성공시킨다. 경기장은 관중들의 함성으로 떠나갈 듯 울린다.

약 10여년 전의 농구대잔치의 모습이다. 경기장은 항상 만원이었고, 매스컴에도 농구대잔치에 큰 관심을 보였다. 대학야구 역시 많은 스타플레이어와 탄탄한 실력으로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요즘은 어떤가. 농구대잔치에도, 축구대회에도, 관중석은 텅 비어있고 경기결과는 신문의 한 구석에 조그맣게 실릴 뿐이다. 한국 스포츠를 이끌어 가는 한 축이었던 대학스포츠가 이렇게 몰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 텅 빈 운동장의 대학야구 /네이버 자료사진
대학 스포츠가 쇠퇴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고교 유망주 대부분이 대학을 거치지 않고 빠르게 프로로 진입하기 때문이다. 아시아 홈런 신기록을 세운 이승엽 선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프로로 뛰어들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그들은 왜 빠른 프로 진출을 원하는가. 대전고 야구부 2학년 전상규군(18)은 “가장 큰 이유는 조금이라도 먼저 프로 생활을 하면서 좀 더 빨리 돈을 벌기 위해서다”고 말한다. 전군은 “얼마 되지 않은 선수생활 중 대학에서 3, 4년을 보내는 것이 낭비라고 생각하는 선수들도 있다”고도 말했다. 이것이 유망주들이 대학 진학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다.

대학 스포츠가 쇠퇴하고 있는 또다른 원인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프로 스포츠 리그의 존재다. 커다란 자본과 많은 스타플레이어를 보유한 프로 스포츠 리그의 존재 앞에서, 모든 대학 스포츠는 현재 그 존재감과 관심이 미미한 실정이다. “예전에는 경기가 열리면 관객과 기자들로 북적거렸는데 요즘은 아무래도 실력 등 많은 부분에서 프로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는 조기영씨(31)의 말은 대학 스포츠에서 프로 스포츠로 관심이 이동해갔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위와 같은 대학 스포츠 침체의 원인을 들여다보면 이들이 모두 긴밀한 관련을 갖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고졸 유망주들의 빠른 프로진출과 프로에게 집중되는 사회적 관심 때문에 대학 스포츠의 인기가 줄어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학 스포츠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안은 넓은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

대학 스포츠의 활성화에서 가장 필요한 점은 바로 대학이 고교 유망주들에게 앞으로의 성장 등의 측면에서 보다 충분한 기회와 여건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프로로 직행하는 고졸 스타도 있다. 하지만 충분한 가능성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성급한 프로 진출로 인해 빛을 보지 못하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대학은 이런 선수들로 하여금 자신의 기량을 더욱 가다듬고 경험을 쌓아 더 뛰어난 선수로 발전할 수 있게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외부의 관심과 응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대학 선수들은 몇 년 후 우리 스포츠의 주축이 될 선수들이다. 언론과 일반 대중들이 이들의 플레이에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가지면, 대학운동부의 발전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응원과 관심을 받는다면 선수들의 플레이 역시 더욱 나아지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이러한 요인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갈 때, 지금의 침체된 대학 스포츠의 열기가 과거와 같이 뜨겁게 달아오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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